중국 사신의 접대, 조 총병이 조선이 왜적과 교통했다고 보고한 일 등을 논의하다
좌의정 윤두수(尹斗壽)가 청대(請對)하니, 상이 행궁의 동헌으로 나아가 입대를 명했다. 【승지 유근(柳根)과 주서(注書) 강욱(康昱)이 입시하였다. 】 두수가 아뢰기를,
"중국 사신을 접대하는 일은 그 극진함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난리 중에 황제가 특별히 명하여 사신을 보내었으니, 황은이 망극합니다. 연례(宴禮)를 베풀지 않더라도 예는 간략하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난리 중에 어떻게 예를 갖추어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두수가 아뢰기를,
"국상 때에도 상마연(上馬宴)과 하마연(下馬宴)은 있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국상 때에는 이 예가 없었다."
하니, 두수가 아뢰기를,
"백관의 의장(衣章)이 갖추어지지 아니하면 체모를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는 결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승지의 뜻은 어떠한가?"
하니, 유근이 아뢰기를,
"중국 사신이 홀만히 여긴다고 할 것 같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중국 사신이 홀만히 한다고 생각하여도 좋다. 차관(差官)을 대접하는 예로 대접해야 한다. 그리고 부디 시장(詩章)을 짓지 말도록 하라. 이런 때에 신자(臣子)가 어찌 시를 읊을 수 있겠는가."
하고, 또 이르기를,
"설번(薛藩)은 곧 광동(廣東) 사람이다. 왜국과 가까우니 은미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니, 두수가 아뢰기를,
"듣건대 이 사람이 지난번 휴가를 얻어서 고향에 돌아갔었는데, 환조(還朝)하기를 기다려 차송(差送)하였다고 합니다. 이로써 보면 그 뜻이 황당합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심유경(沈惟敬)의 말을 듣건대, 조 총병(祖總兵)이 우리 나라와 왜적이 교통했다는 일을 주문(奏聞)으로 진달했다고 합니다. 천하에 어찌 이와 같이 무상(無狀)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심유경(沈惟敬)이 우리가 사신을 보내어 진주(陳奏)한 것 때문에 노하였다면 어째서 우리에게 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주문했는가?"
하니, 두수가 아뢰기를,
"진주사가 유격(遊擊)이 동쪽으로 나온 뒤에 발정(發程)하였기 때문에 먼저 고하지 못하고 곧바로 보냈다고 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중국군은 제때에 나오지 않고 적세는 이와 같아 우리 나라가 절박했기 때문에 주문하였다고 대답하면 역시 사실 그대로인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9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37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왕실-의식(儀式)
○乙卯/左議政尹斗壽請對, 上御行宮東軒, 命入對 【承旨柳根、注書康昱入侍。】 斗壽曰: "天使接待事, 不可不用其極。 亂離中, 皇帝特命遣史, 皇恩罔極。 雖不設宴禮,不可草草也。" 上曰: "亂離中何用備禮爲?" 斗壽曰: "至於國喪時, 亦有上下馬宴。" 上曰: "國喪時無此禮也。" 斗壽曰: "百官衣章不備, 恐不成體貌矣。" 上曰: "予意決不可爲也。 承旨意如何。" 柳根曰: "恐天使, 以爲忽慢也。" 上曰: "天使以爲勿慢亦好。 當以待差官禮待之可也。 且愼勿爲詩章。 如此之時, 臣子豈可吟詩。" 又曰: "薛藩乃廣東人也。 與倭國相近, 無乃有微意耶。" 斗壽曰: "聞此人, 頃者告假而歸, 待其還朝, 然後差送云。 以此見之, 其意荒唐也。" 又曰: "聞沈惟敬之言, 則祖總兵以我國與賊交通事, 陳於奏聞中云。 天下安有如此無狀之人乎。" 上曰: "沈惟敬若以遣使陳奏爲怒, 何不告我, 獨爲奏聞?" 斗壽曰: "陳奏使發程於遊擊東進之後, 故不能先告, 而直送云可也。" 上曰: "天兵不爲及時出來, 而賊勢如此, 小邦悶迫, 故奏聞, 以此對之, 則亦直實矣。"
- 【태백산사고본】 14책 29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37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