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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29권, 선조 25년 8월 7일 갑오 5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이덕형이 동 참장을 만나 구원을 청하고 중국군의 출병 일정을 보고하다

대사헌 이덕형이 아뢰었다.

"신이 첫새벽에 강을 건너 동 참장(佟參將)이 머물고 있는 곳에 당도하였습니다. 역관(譯官) 한윤보(韓潤輔)를 시켜 먼저 ‘국왕이 배신(陪臣)을 보내어 문안(問安)한다.’고 고하자, 참장이 묻기를 ‘판서는 무슨 일 때문에 왔는가?’ 하기에, 윤보가 대답하기를 ‘문안을 위해서이다. 또 전일 총야(摠爺)087) 에게 가서 올릴 문서를 미처 보여주지 못하였기에, 노야(老爺)에게 바쳐 전보(轉報)하려는 것이다.’ 하니, 참장이 먼저 가져오게 하여 읽어 본 후 윤보에게 ‘적의 편지는 그날 벌써 치보(馳報)하였고 지금 이 정문(呈文)도 즉시 보고하겠다.’ 하고, 잇따라 전일의 보고서 초안도 보여주었습니다. 참장은 한창 군사의 갑옷과 병기를 점검하는 한편 벌(罰)을 처결하느라 몹시 소란스러웠습니다. 말하기를 ‘야차(野次)에서 속옷만 입고 만나게 되어 편치 않다. 판서는 이 정문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그대가 들은 대로 보고하라.’ 하였습니다.

신이 윤보를 시켜 소방(小邦)의 사세가 위급하니 속히 와서 구원해 달라는 뜻을 진술하게 하였더니, 참장이 ‘이는 상사(上司)의 결정에 달려 있다. 양 총병이 군사를 조발(調發)하여 나아가는 책임을 맡았는데 요사이 도로가 점차 말라가니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곳에 머문 지 2개월이 되어 간고(艱苦)를 골고루 겪었으니, 속히 성사(成事)하고 본진(本陣)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어찌 이루 헤아릴 수 있겠는가. 또 동대강(佟大剛)이 죽은 뒤부터 나의 마음은 불[火]과 같아서 즉시 분함을 씻으려는 것이 그대에 비하여 더욱 급하다.’ 하였습니다. 신이 또 윤보를 시켜 간청하기를 ‘적세가 몹시 성하므로 소방의 군정(軍情)이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아침 아니면 저녁에 궤열(潰裂)될 걱정이 있습니다. 군사의 출동 시기는 노야가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지만, 관하(管下)의 정예하고 용감한 군사 수백 명을 파견하여 영세한 적을 진격 섬멸하고 또 아군을 성원(聲援)해 주기 바란다.’ 하니, 참장이 허락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사람을 장 유격(張遊擊)에게 보내어 각기 효용(驍勇)한 군사 50명씩을 뽑아 바로 평양성 아래로 진격하여 성에서 나오는 적을 격참(擊斬)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마침 장 유격이 가정(家丁)을 보내어 통사(通事)를 불러서 요사이 적의 상황을 물었습니다. 신이 통사를 시켜 국왕의 문안하는 뜻을 말하게 하고, 이어 고하기를 ‘소방의 사세가 위급한데 현재의 병력은 5백 명으로, 국왕의 보호도 시급하다. 어찌 꼭 1천 명이 찬 다음에 강을 건너려 하는가?’ 하니, 유격이 ‘동 참장의 말을 들은 즉시 이미 정병(精兵)을 뽑았는데 양군(兩軍)이 합하여 1백 명인바, 곧장 평양으로 보내겠다. 내일 아침 내가 직접 가서 강변에서 군사를 건네줄 것이니, 일로(一路)의 각참(各站)에서는 말먹이와 군량을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라. 국왕을 보호할 군마는 대기하고 있는 5백 명의 군사가 달려갈 것인데 11일에 강을 건너기로 예정하였다.’ 하였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28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註 087]
    총야(摠爺) : 양 총병을 말함.

○大司憲李德馨啓曰: "臣曉頭越江, 至佟參將寓處, 令譯官韓潤輔, 先告: ‘國王遣陪臣問安。’ 參將問: ‘判書因何事委來。’ 潤輔對曰: "委爲問安。 且前日往呈摠爺前文書, 未及呈覽, 欲呈老爺轉報。’ 參將先令取來覽訖, 謂潤輔曰: ‘賊書其日已爲馳報, 今此呈文亦卽稟報。’ 仍出前日報草示之。 參將方點軍士鎧仗, 一邊決罰, 甚爲擾亂。 謂曰: ‘野次褻服相見欠便。 判書此呈文外, 有所欲言? 爾可聽報。’ 臣使陳小邦事勢危急, 乞速來援之意, 參將答曰: ‘此則在上司定奪。 楊總兵委因調兵進去, 近日道路漸乾, 當不久出矣。吾亦住此兩箇月, 備經艱苦, 欲速成事還陣, 豈有量哉。 且自佟大剛死後, 吾心如火, 卽擬雪憤, 比爾尤急。’ 臣又令致懇曰: ‘賊勢甚熾, 小邦軍情疑懼, 朝暮有潰裂之憂。 師期則老爺雖未能擅定, 願遣管下精勇數百名, 進勦零賊, 且爲我軍聲援。’ 參將許之。 遣人於張遊擊, 約以各選驍勇五十名, 直進平壤城下, 擊斬出城之賊。 適張遊擊遣家丁, 招通事問近日賊狀。 臣使致國王問安之意, 仍告曰: ‘小邦事勢危急, 見兵五百, 亦急於保護。 何必滿千然後渡江?’ 遊擊答曰: "卽聞佟參將言, 已簡精兵, 兩軍合一百名, 直送平壤。 明早吾當親往濟師, 於江邊一路, 各站芻糧, 預備以待。 保護軍馬, 則等待五百名赶到, 卜以十一日過江。’"


  • 【태백산사고본】 14책 2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28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