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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27권, 선조 25년 6월 18일 병오 5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대가가 선천에서 유숙하였는데 중국이 조선을 의심한 일을 풀어 주다

대가가 저녁에 선천에서 유숙하였다. 요동 순안 어사(遼東巡按御使) 이시자(李時孶)가 지휘(指揮) 송국신(宋國臣)을 보내어 자문(咨文)을 가지고 왔는데 그 자문에 ‘그대 나라가 불궤(不軌)를 도모한다.’고 하고, 또,

"팔도(八道)의 관찰사가 어찌 한마디도 왜적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없고, 팔도의 군현(郡縣)에서 어찌 한 사람도 대의(大義)를 부르짖는 자가 없는가. 어느날 아무 도(道)가 함락당하였고, 어느날 아무 주(州)가 함락당하였으며, 어떤 사람이 왜적에게 죽고, 어떤 사람이 왜적에게 붙었으며, 왜적이 장수는 몇 명이고, 군사는 몇만 명인가? 우리 나라는 본시 개산대포(開山大砲)·대장군포(大將軍砲)·신화표창(神火鏢鎗) 등이 있고, 맹장(猛將)과 정병(精兵)들이 안개처럼 벌여 있고 구름처럼 달리니, 왜병 백만쯤이야 세잘 것도 없다. 더구나 문무(文武)의 지략을 갖춘 선비가 간사한 모의를 환하게 꿰뚫어 보고 음흉한 조짐을 미리 꺾어버릴 수 있으니, 아무리 소진(蘇秦)·장의(張儀)·상앙(商鞅)·범저(范雎)의 무리가 다시 세상에 나온다 하더라도 어떻게 우리 나라의 천심(淺深)을 엿볼 수 있겠는가."

하였는데, 상이 자문을 보고 두려워하면서 이르기를,

"이것은 대개 우리가 왜적과 동모한 것으로 의심하여 이렇게 공갈하는 말을 하여 우리의 대답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하였다. 이에 앞서 명나라 복건성(福建省)의 행상(行商) 허의후(許儀後) 등이 명나라에 은밀히 보고하기를,

"조선이 일본에 나귀를 바치고 일본과 모의하여 명나라를 침범하려 하면서 조선이 그의 선봉이 되기로 하였다."

하니, 명나라에서는 자못 우리 나라를 의심하였으므로 우리 나라의 패전 소식이 명나라에 이르자 명나라 조정에서는 의논이 흉흉하였는데, 각로(閣老) 허국(許國)이 홀로 큰 소리로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조선에 사신으로 간 적이 있어 그 실정을 익히 아는데, 조선은 예의(禮義)의 나라이니 결코 이와 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구원병을 요청하는 주계(奏啓)가 이르자 요동(遼東) 사람이 전언(傳言)하기를,

"조선이 실지로는 왜노(倭奴)와 함께 배반하고는 거짓으로 가짜 왕(王)을 정해 길을 인도하여 쳐들어온다."

하였다. 당시 송국신(宋國臣)이란 사람이 전에 명사(明使) 왕경민(王敬民)을 수행하여 와서 주상(主上)의 얼굴을 보았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국신이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사신의 두목(頭目)으로서 조선에 이르러 그 국왕을 보았으니, 내가 지금 가서 보면 반드시 기억하여 알아볼 수 있겠습니다."

하니, 명나라에서는 그의 말에 의하여 자문을 전달한다는 핑계로 와서 살펴보도록 하였다. 국신이 주상을 뵙고 나와 역관(譯官)에게 말하기를,

"순안(巡按)이 내가 일찍이 사신을 따라 와서 국왕의 얼굴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와서 진위를 살피도록 한 것뿐이고, 지금 자문 중에 말한 것은 모두 가설로 한 말이니 의아스럽게 여기지 마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7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01면
  • 【분류】
    외교-왜(倭) / 외교-명(明) / 군사(軍事)

○大駕, 夕次宣川遼東巡按御史李時孶, 遣指揮宋國臣齎咨來, 其咨有曰: "爾國謀爲不軌。" 又曰: "八道觀察使, 何無一言之及於賊? 八道郡縣, 何無一人之倡大義? 何日陷某道, 何日陷某州, 某人死於賊, 某人附於賊, 賊將幾人, 軍幾萬?" 天朝自有開山大砲、大將軍砲、神火鏢鎗, 猛將精兵, 霧列雲馳, 兵百萬, 不足數也。 況文武智略之士, 足以灼見奸謀, 逆節凶萌, 雖有之徒, 復生於世, 安得窺天朝淺深乎?" 上覽咨悚然曰: "此蓋疑我與賊同謀, 而爲此恐動之言, 以試其對也。" 先是, 中朝福建行商許儀後等, 潛報上國云: "朝鮮貢驢於日本, 與日本連謀, 將犯上國, 朝鮮爲之先鋒。" 中朝頗疑之, 及本國敗報至中國, 中朝論議洶洶, 閣老獨揚言曰: "吾嘗奉使朝鮮, 習知情形, 朝鮮禮義之邦, 決不如是。" 及本國請兵奏至, 左之人傳言: "朝鮮, 實與奴同叛, 佯爲假王, 嚮導而來。" 時有宋國臣者, 前隨天使王敬民, 來見主上面目, 至是, 國臣自言: "我曾以天使頭目, 到朝鮮, 嘗見其國王, 我今往見, 必嘗識認。" 中朝依其言, 托以傳咨, 委來探審。 國臣, 旣見主上, 出謂譯官曰: "巡按以我曾從天使, 來見國王面目, 故使之來審眞僞耳, 今咨中所言, 皆假設之辭, 勿訝也。"


  • 【태백산사고본】 13책 27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01면
  • 【분류】
    외교-왜(倭) / 외교-명(明)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