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강에서 병조 판서 정언신 등과 북진의 일을 논의하다
석강(夕講)에 나아갔다. 특진관(特進官) 병조 판서 정언신(鄭彦信)이 아뢰기를,
"대간(臺諫)이 신립의 천살(擅殺)082) 을 내세워 파직을 주청한 것은 법에 의거한 말인데, 상이 이미 지나간 일까지 문제삼아 이일 등을 파직시켜 마치 위아래가 서로 맞서는 듯합니다. 북쪽 변방에 다만 이들 두어 사람이 있을 뿐인데 일시에 아울러 파직시키면 장사(將士)들의 마음이 허전해할까 염려됩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북도의 일은 그만 두고라도 평안도의 일 또한 걱정이 됩니다. 만포진(滿浦鎭)과 강계(江界)가 가장 요해처(要害處)인데, 만포진 첨사 조대곤(曺大坤)은 나이 70이 된 사람이고 강계 부사 이태형(李泰亨) 또한 정해생(丁亥生)이며, 창성 부사(昌城府使) 김제갑(金悌甲)은 나이 70이 가까운 부유(腐儒)이니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하였다. 수찬(修撰) 김신원(金信元)이 아뢰기를,
"상께서 서방(西方)의 일을 걱정하여 강계(江界)·창성(昌城)에 문관(文官)을 차송(差送)하였으니, 매우 좋은 뜻입니다. 그러나 모름지기 연소(年少)한 문관으로 궁마(弓馬)의 재주가 있는 자를 차송해야 하고 각보(各堡)의 제장(諸將)은 무사(武士)를 가려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하니, 정언신이 아뢰기를,
"강예(剛銳)한 사람을 택하려 한다면 홍여순(洪汝諄) 같은 자는 처사가 그와 같았습니다."
하니, 【홍여순은 강계 부사가 되어 감사(監司)와 겨루다가 논박을 받고 파직되었다. 】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의 소위 문관은 어려움을 만나면 달아난다. 군려(軍旅)의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자기 분수 안의 일인데 평시에는 그대로 행하다가 어려움을 만나면 달아나곤 하니, 어찌 이같은 문관(文官)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체로 편안히 날짜만 보내기를 좋아할 뿐이다."
하고, 또 정언신에게 이르기를,
"나의 생각에는 북진(北鎭)을 보전하지 못할 것 같으니, 판서(判書)는 숨김없이 말하라."
하였다. 언신이 아뢰기를,
"어찌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군신(君臣) 사이에 무슨 숨길 말이 있겠는가. 호인(胡人)은 편안히 살고 있는데 우리 나라 군민(軍民)은 보존하지 못하여, 자식을 낳아 돌무더기 속에 버리는 자까지 있다 하니, 아무리 한신(韓信)과 백기(白起)같은 자를 보내 지키게 한들 어떻게 지탱하겠는가. 판서 및 신립과 이일(李鎰)이 일선에 있을 적에는 그런대로 지탱할만 하였다. 명장(名將)이 항상 상주해 있지 못한 때문에 저들 중에 혹 지모가 있는 자가 나온다면 마운령(磨雲嶺) 이북은 장차 저들의 소유가 되고 말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45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 / 인사-임면(任免)
- [註 082]천살(擅殺) : 마음대로 사람을 죽임.
○丁巳/御夕講。 特進官兵曹判書鄭彦信啓曰: "臺諫之請罷申砬以擅殺者, 乃據法之言也, 自上竝與已往之事, 而罷李鎰等, 似若上下相激者然。 北鄙只有此數人, 而一時竝罷, 恐將士之心落莫也。" 又曰: "北道事已矣, 平安事亦可憂也。 滿浦、江界最要害, 而滿浦僉使曹大坤, 七十之人, 江界府使李泰亨, 亦丁亥生也, 至如昌城府使金悌甲, 年近七十之腐儒也, 何事能爲乎?" 修撰金信元曰: "自上軫念西方, 以文官差送江界ㆍ昌城, 甚盛意也。 須以年少文官有弓馬之才者差遣, 而列堡諸將, 以武士擇遣, 則可矣。" 彦信曰: "欲得剛銳之人, 則如洪汝諄者, 處事如彼矣。" 【汝諄爲江界府使, 與監司頡頏被論罷職。】 上曰: "我國所謂文官, 遇難則回走。 軍旅之事, 自是分內所當爲也, 而平時則行, 遇難則回走, 安有如此文官乎? 大抵惟喜優游度日爾。" 又謂彦信曰: "予意北鎭, 似若不可保者, 判書其直言之。" 對曰: "何可遽爲此言乎?" 上曰: "君臣間, 何言之有隱? 胡人則安居, 而我國軍民, 則不得保存, 生子而至有投之叢石之中者云。 雖使韓ㆍ白往守, 何以支之? 若判書及申砬ㆍ李鎰在時, 則猶可支矣。 名將不常在, 彼中若有計慮者出, 則磨雲嶺以北, 將爲彼有矣。"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45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