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가 강상의 변괴가 일어난 평양을 격하시키는 일을 그만두도록 청하니 다시 상고하도록 하다
이조가 아뢰기를,
"전교하신 것에 대하여 아뢰겠습니다. 평양(平壤)은 중국과 접경(接境)하여 있는데, 풍류(風流)와 명승이 소수(蘇州)나 항주(抗州)에 짝할 만하여 천하에 알려진 지 오래이며, 더욱이 기자(箕子)의 구주 유풍(九疇遺風)이 남아 있어 전후(前後)의 중국 사신이 흠앙 탄복하고 모든 편장(篇章)에 전파되어 온 세상에 전하였으니, 중국 사람들이 평양을 마음 속에 그리며 한번 구경하고자 하는 일이 어찌 평범하겠습니까.
지금 만약 전례에 의거하여 격하시켰다가 조만간 중국 사신이 나와서 그 격하 이유를 알게 된다면, 우리 나라의 윤리가 패상(敗傷)한 실상을 중국에 알게 하는 것이니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부관(府官) 및 감사(監司)를 파직시켜 법의 시행이 엄중한 편이니, 그대로 두어 후일의 미관(美觀)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강상(綱常)의 변괴로 자식이 그 아비를 시해하여 구주(九疇)가 폐지되고 인륜이 타락됨으로써 오래 된 나라의 큰 도시가 금수(禽獸)의 구역으로 변하여 팔조(八條)의 유풍이 멀어졌는데, 어찌 풍류와 명승을 따질 나위가 있겠는가. 일찍이 반적(叛賊)의 야기로 말미암아 그 성(城)을 강등시켜 수치스럽게 하는 것은 인심을 격려하기 위한 일이다. 오늘 격하시켰다가 내일 중국 사신이 나오면 이전대로 복구시키는 일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만약 계수관(界首官)078) 이라 하여 격하시키기 어렵다고 한다면 혹 그럴 듯한 말이겠지만, 그저 풍류 명승을 내세워서 그대로 두어 미관의 자료로 삼자고 한다면 나는 천하에 그러한 사리가 없다고 본다. 아무튼 이전 계수관이 이같은 변괴를 만났을 때 처리하던 전례를 다시 상고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54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외교-명(明)
- [註 078]계수관(界首官) : 서울에서 각도(刻道)에 이르는 연변(沿邊) 도계(道界)에 위치한 고을. 관찰사(觀察使)가 본도(本道)에 부임할 적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고을의 수령이 으레 마중을 나온다. 《속대전(續大典)》 예전(禮典) 제사(祭祀).
○吏曹啓曰: "傳敎云云。 平壤一區, 境接中華, 風流勝迹, 侔擬蘇、抗〔杭〕 , 天下聞名久矣, 況有箕子八疇之遺風, 前後皇華, 欽仰嘆服, 播諸篇章, 傳之四海, 令華人遐想追慕, 思欲一見, 豈偶然哉? 今若依例降號, 而早晩天使出來, 問知其降號之由, 則是以小邦傷敗彝倫之狀, 使聞於上國, 非細故也。 旣罷府官, 且及監司, 施法非不重矣, 今姑仍舊, 不墜後日之觀美, 何如?" 傳曰: "變起綱常, 子弑其父, 箕疇不敍, 彝倫攸斁, 舊邦大都, 今變爲禽獸之區, 八條之風遠矣, 安問風流勝槪。 曾有叛賊, 缺其城以恥之, 所以勵人心也。 今日降號, 明日華使出來, 其何有難於復其舊也? 倘曰界首之官, 難於降號云爾, 則猶或可矣, 徒以風流勝槪, 爲之言曰: ‘請姑仍舊, 以爲觀美之資。’ 云, 則予恐天下事理不如是。 其更考前昔界首官, 遇如此之變, 曾所以處之之例。"
- 【태백산사고본】 11책 2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54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