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병사 이일이 녹둔도가 함락되었다고 치계하다
북병사(北兵使) 이일(李鎰)이 치계하였는데, 대개는 녹둔도(鹿屯島)가 함락되었다는 일이었다. 전교하기를,
"이 서장(書狀)을 보니, 너무도 참혹스럽고 통분하다."
하였다. 서장에 이르기를,
"군관(軍官) 김몽호(金夢虎)의 수본(手本)에 ‘지난 9월 24일 녹둔도의 접전(接戰)에서 힘껏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은 신급제(新及第) 오형(吳亨)과 임경번(林景藩) 등 11인이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제단(祭壇)을 설치하고 제사를 지낼 때 향수(香水)로 목욕시키며 자세히 살펴보니, 오형은 얼굴이 가로 잘리고 목덜미 왼쪽도 비스듬히 절단되었으며 등에는 화살을 맞았습니다. 임경번은 왼쪽 겨드랑이에 화살을 맞았고 얼굴에도 화살을 맞았습니다. 삼가 살피건대, 녹둔도가 함락될 적에 장사(將士)와 군민(軍民)들은 한결같이 모두 바람에 쓰러지듯 속수 무책으로 잡혀간 사람이 여러 사람이었지만 오직 오형 등 11인만이 모두들 용맹스럽고 날랜 군사로서 몸으로 적의 칼날을 막으며 죽을 때까지 항전(抗戰)하였습니다. 여러 대의 화살을 몸에 맞기도 하고 칼날에 얼굴이 베어지기도 하였으며 심지어는 머리가 잘리고 눈알이 뽑혔지만 끝까지 무릎을 꿇지 아니하였습니다. 피가 전장(戰場)을 뒤덮었고 뼈가 모래와 자갈밭 위에 널렸었습니다. 그 충성을 다해 목숨을 바쳐 싸운 의거는 너무나 늠름하여 기릴 만하니, 휼전(恤典)을 시행하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440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 인사-관리(管理)
○庚辰/北兵使李鎰馳啓, 大槪鹿 屯島陷沒事。 傳曰: "觀此狀辭, 極爲慘酷痛憤。" 其書狀云: "軍官金夢虎手本內: ‘去九月二十四日, 鹿屯島接戰時, 力戰被殺人新及第吳亨、林景藩等十一人。’ 臣設壇致祭, 沐浴香水看審, 則吳亨面上橫斬, 頭項左邊橫截, 背中逢箭。 林景藩左腋中箭, 面上逢箭。 伏見鹿屯之敗, 將士軍民, 一皆風靡而束手, 就縳者幾人, 獨此吳亨等十一人, 俱以勇銳之士, 身嬰賊鋒, 抵死抗戰。 或身逢數箭, 面被刀劍, 甚至喪首攫目, 終不屈膝。 膏血(强)〔疆〕 場, 暴骨沙礫。 其爲奮忠死戰之義, 澟澟可想。 恤典施行。"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440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