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를 쇄환한 오랑캐를 상경시키는 일로 예를 만들지 말라는 전교
비망기를 내리기를,
"녹둔도(鹿屯島)에서 포로가 된 군민(軍民)이 모두 1백 60여 인이다. 불쌍한 우리 백성들이 몸은 예의(禮義)의 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저 만이(蠻夷)의 노예가 되었으니 그 원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도다. 옛 현군(賢君)들은 죽은 병졸의 유해(遺骸)도 오히려 비단을 풀어 수습하였었다. 지금 변방 오랑캐들에게 포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여 댓가를 지불하고, 쇄환할 때 2명 이상을 쇄환하는 사람의 경우는 상경시켜 많은 상(賞)으로 포창해 주려는 것이 불가할 것은 없다.
다만 간교한 오랑캐는 그 변화무쌍한 속임수가 갖가지이므로 평상시에는 저들 뜻대로 잡아갔다가 스스로 쇄환하면서 겉으로는 정성을 바치는 듯이 하고 속으로는 후한 상을 바란다. 때문에 우리 나라 변방 백성들을 가지고 일생의 기화(奇貨)로 삼으니 상이 후할수록 약탈은 늘어갈 것이다. 이는 마치 물결을 일으키며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고 섶나무를 더 쌓으며 불을 끄려는 것과 같은 짓이다. 아마도 그들의 오만하고 모멸하는 뜻은 이리 같은 마음에 근본한 것일 터이니, 그 쇄환하는 것이 어찌 즐겨 성심으로 순종하고 충성을 다해서 하는 것이겠는가.
지금 만일 새로운 예를 만들어 별운하는 일을 더 마련한다면 만족할 줄 모르는 저 무리들은 외면으로는 순종하되 내심은 거역하면서 아침에 약탈했다가 저녁에는 되돌려 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술수에 떨어져 결국 앉아서 그 속임수와 수모를 받을 것인데 어떻게 그것이 옳다고 하겠는가. 만약에 녹둔도의 포로를 쇄환하는 자들만 상경(上京)시키도록 정한다면 뜻밖의 간교한 속임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다른 포로들도 똑같은 동포인데 이들만 버려두고 외면하는 것은 왕정(王政)의 체모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지만 반복해 생각해 보아도 옳은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새로운 법규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욱 좋다고 여기는데, 정원의 생각은 어떠한가?"
하였다. 회계(回啓)하기를,
"신들은 오랑캐를 별운 상경시킨다는 공사(公事)를 보고서 이는 온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지금 성교(聖敎)를 받드니, 감히 다시 한 마디 말도 더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이 군사의 기밀에 관계된 것이니 비변사로 하여금 다시 헤아려 생각토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39면
- 【분류】외교-야(野) / 호구-이동(移動)
○備忘記曰:
鹿屯島被虜軍民, 凡百六十餘人。 哀我赤子, 身出禮義之邦, 而作蠻夷之隷, 其爲痛惋, 有不可言。 古之賢君, 亡卒遺骸, 尙且散帛而收, 則今欲借乞於藩醜, 給債而還之, 二名以上刷還者上京, 亟褒重賞, 未爲不可矣。 第以黠虜變詐百出, 其在平時, 自爲虜去, 自爲刷還, 陽若納款, 陰受重賞。 以我國邊氓, 作一生奇貨, 賞之愈厚, 掠之愈數。 是猶鼓瀾而拯溺, 益薪而救火。 蓋其悔慢之意, 根於狼子之心, 其所刷還, 豈肯誠順效忠而然哉? 今若創開新例, 加設別運, 則無厭之輩, 外順內逆, 朝掠暮還。 見墜術中, 坐受欺侮, 如之何其可也? 若只以鹿屯島被虜人刷還者, 定爲上京, 則似無意外之奸。 而其他見虜人, 均是同胞之民, 獨棄而外之, 甚非王政之體, 反覆思之, 未見其可。 予意不如不創新規之爲愈, 政院之意如何?
回啓曰: "臣等伏見別運上京公事, 因以爲未穩矣。 今承聖敎, 不敢更贅一辭。 然事係軍機, 令備邊司更爲商量, 如何?" 傳曰: "依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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