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둔도를 개간했던 병조 판서 정언신이 적호의 빌미가 되었다며 죄를 청하다
병조 판서 정언신(鄭彦信)이 아뢰기를,
"녹둔도(鹿屯島)에 논밭을 일군 일은 전부 신에게서 발의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적호들이 침범해 와 사람과 가축들을 약탈해 갔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이는 모두 신의 그릇된 생각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일입니다. 먼저 신을 다스려 조야(朝野)에 사과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녹둔도는 오랑캐의 지역과 너무 가까워 오랑캐들이 침입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로서 처음부터 이같은 일이 생기리라는 것을 우려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본도(本島)는 조종조 때부터 우리의 농장이었는데, 경이 군량이 어려운 형편에 놓인 것을 목도하고 백성들을 들여보내 농사를 짓도록 한 것인데 이것이 어찌 잘못인가. 설사 차질을 빚었다고 하더라도 지혜로운 사람도 많은 생각 중에 반드시 한 번은 실수하는 법이니, 경이 국사(國事)에 마음을 다하는 충성에야 어찌 손상됨이 있겠는가. 내 어떻게 경에게 허물을 주어 국사를 돌보지 않고서 방관하는 자들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주겠는가. 부디 이것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지 말고 알면서도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437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己未/兵曹判書鄭彦信啓: "鹿屯島起耕一事, 專發於臣。 而今聞賊胡來, 犯人畜搶掠, 皆由臣謬見而致。 請先治臣身, 以謝朝野。" 傳曰: "鹿屯島迎近虜境, 虜來侵軼, 乃常事也, 初非不慮有此也。 本島, 自祖宗朝爲我農場, 卿目覩軍餉艱虞之狀, 請令民得入田, 此豈失乎? 諸使蹉跌, 智者千慮, 必有一失, 其何傷於卿盡心國事之忠乎? 予何敢致尤於卿, 以資不爲國事, (旁)〔傍〕 觀者之竊笑乎? 愼勿以此自沮, 更加知無不爲。"
- 【태백산사고본】 11책 21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4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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