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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7권, 선조 16년 8월 28일 정축 1번째기사 1583년 명 만력(萬曆) 11년

정2품 이상을 모아 놓고 심의겸과 김효원 등을 귀양보낼 일을 의논하다

상이 정2품 이상을 불러 선정전(宣政殿)에서 인견하고 하교하기를,

"근래 조정이 안정을 잃은 원인은 오로지 심의겸(沈義謙)·김효원(金孝元) 두 사람이 서로 미워한 소치인데, 그 둘을 모두 멀리 귀양보내는 것이 어떠한가?"

하니, 좌우가 다 아뢰기를,

"애당초 동서(東西)가 분당된 것이 비록 그 사람들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그들이 다 외직에 보직되어 있어 조정 일에는 간여를 못하니 죄까지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였다. 또 상이 하교하기를,

"박근원(朴謹元)·송응개(宋應漑)·허봉(許篈) 이 세 사람의 간특함은 나도 아는 사실이다. 이들을 멀리 귀양보내는 것이 어떠한가?"

하니, 좌우가 아뢰기를,

"그 사람들이 비록 지나친 말을 하였으나 혹은 언관(言官)이요 혹은 시종(侍從)이었는데, 그들을 말 때문에 죄를 내린다면 이는 성명(聖明)의 아래서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하여, 애써 그들을 구원하려고 하였다. 이때 정철(鄭澈)이 탑전에 나아가 아뢰기를,

"그들에게는 그 죄를 분명히 밝혀 시비를 가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자, 송응개회령(會寧)으로, 박근원강계(江界)로, 허봉종성(鍾城)으로 귀양보낼 것을 명하였다가 이내 종성은 현재 적병의 침노를 받고 있는데 허봉이 가면 방수(防守)에 도움은 안 되고 도리어 폐단이 없지 않을 것이라 하여 갑산(甲山)으로 배소를 옮길 것을 명하였다. 그리고 대내에서 전지(傳旨)를 써서 내리기를,

"장흥 부사(長興府使) 송응개, 창원 부사(昌原府使) 허봉, 전 승지(承旨) 박근원 등 간교한 무리들이 자리에 있어 조정은 안정을 잃고 사구(司寇)는 형정(刑政)을 잃어 국시(國是)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방류(放流)의 법을 거행함으로써 영원한 내세(來世)의 거울을 삼으려 한다.

험사(憸邪)한 성품과 두소(斗筲)의 재주를 가진 무리들이 다시 부박(浮薄)한 무리들과 결탁하여 사사로이 붕당을 만들고 저들끼리 서로 이끌어 각 요로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혹은 후설(喉舌)의 자리를 더럽히기도 하고 혹은 대시(臺侍)의 자리에 눌러 앉아 세력을 떨치며 사설(邪說)을 떠들어대고 권형(權衡)을 멋대로 휘두르며 조정을 협제하였다. 대신(大臣)을 모함하는가 하면 현사(賢士)들을 물리치는 등 작당하는 자취가 이미 드러났는데도 그것이 공론(公論)이라고 주장하고, 감정을 가지고 한 짓이라는 것이 모두 탄로가 났는데도 그게 옳은 방법이었다고 하였다. 하는 일은 모두가 속임수였고 말 또한 전부가 황당한 거짓이었다. 충량(忠良)을 꺾어 눌러 죄악은 이미 탁란(濁亂)의 극에 달하였으며 군소(群小)가 뜻을 얻어 나라를 그르친 죄를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는 원근이 다 아는 사실이며 조야(朝野)가 함께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저자에서 죽이는 법을 늦추어 잠시 가벼운 형을 적용한다.

아아, 사(邪)를 도려내고 왕(枉)을 바루는 것이 나라 다스리는 요체이며, 악(惡)을 징계하고 선(善)을 권장하는 것이 다스리는 도이다. 다스려야 할 죄가 저들에게 있으니 내 어찌 그냥 둘 수 있겠는가. 그들의 관작(官爵)을 모두 삭탈하고 먼곳으로 찬출(竄黜)하는 바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7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04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丁丑/上命招正二品以上, 引見於宣政殿, 下敎: "以近來朝廷之不靖, 專由於沈義謙金孝元兩人交惡之致, 欲幷遠竄何如?" 左右皆以爲: "當初東西之分(邊)〔黨〕 , 雖由於此人等, 而今則皆外補, 不干預於朝政, 不必罪之。" 上又敎: "以朴謹元宋應漑許篈三人, 予知其奸。 遠竄何如?" 左右以此人等, 雖有過越之言, 或爲言官, 或有侍從, 聖明之下, 不宜以言獲罪。 力爲申救。 鄭澈進啓榻前: "此人等不可不明示其罪, 以定是非。" 命竄宋應漑會寧朴謹元江界, 許篈鍾城, 上尋以鍾城方被兵, 雖往, 無益於防守, 而不無(貼)貽弊, 命移配于甲山。 自內書下傳旨曰:

長興府使宋應漑, 昌原府使許篈, 前承旨朴謹元等, 憸人在位, 朝著不靖, 司寇失刑, 國是靡定。 爰擧放流之典, 永爲來世之鑑。 以憸邪之性, 斗筲之才, 締結浮薄之徒, 作爲朋私之儻, 互相引汲, 盤據要津, 或薄喉舌之司, 或冒臺侍之官, 張皇聲勢, 簧鼓邪說, 擅弄權衡, 脅制朝廷。 傾陷大臣, 排擯賢士, 同比之迹已彰, 尙稱公論, 挾憾之蹤盡露, 自謂貞方。 事皆罔蔽, 言盡誕誣。 忠良屈抑, 惡已極於濁亂, 群小得志, 罪難逭於誤國。 遠近咸知, 朝野共憤。 尙寬市肆之誅, 薄示惟輕之典。 於戲! 去邪錯枉, 爲國之要, 懲惡勸善, 制治之道。 可怒在彼, 予豈得已? 幷削奪官爵, 竄黜遠方。


  • 【태백산사고본】 9책 17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04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