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가 이이와 박순을 논하면서 심의겸과 결탁하였다고 비판한 데 대해 내린 전교
전교하였다.
"근래 너희 삼사(三司)가 재보(宰輔)를 논핵(論劾)하면서 그들이 심의겸(沈義謙)과 결탁하였다는 것으로 공격의 도구로 삼고 있다. 의겸이 참으로 간사한 사람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의겸으로 나라 가운데 함정을 만들어 두고 자기와 의견을 달리한 일시의 명신(名臣)·현사(賢士)들을 반드시 그 함정 속에다 몰아넣고 같은 당여(黨與)라고 성토하려는 것으로서, 그 속셈은 ‘일단 그러한 이름만 붙여놓으면 어느 누구도 감히 구제하지 못할 것이고 임금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아니고는 한세상의 이목(耳目)을 농락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바람에 풀 쓸리듯 모두 나의 풍성(風聲) 아래서 움직이게 할 수가 없다. 또 이렇게만 된다면 내 뜻대로 되어 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인 모양이지만, 이는 군자(君子)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의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처사로서 그래 가지고야 어떻게 내 마음을 움직이고 내 뜻을 의혹시키겠는가.
시비(是非)란 양지(良知)에 바탕을 두고 사람의 마음이 안정된 데서 나오는 것이니, 조정(朝廷)이라 하여 비중이 큰 것도 아니고 초야(草野)에서 거론된 것이라 하여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 말이 진실로 그르다면 천만 사람이 말하더라도 부족하고 말이 진실로 옳다면 한마디 말로서도 충분한 것이다. 대간이 말한 것이라 하여 억지로 정할 수도 없는 것이요 또 많은 사람의 세력으로 된 말이라 하여 억지로 맞출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당(偏黨)의 논의를 선동하는 것이 한 시대의 시비(是非)를 혼란시킬 수는 있지만, 군자(君子)의 견해는 백대(百代)를 두고 전해가는 공론인 것이다. 아아, 예로부터 대간과 시종(侍從)으로 자기 임금에게 진언(進言)할 때 누군들 스스로 공론이라 여겨 전환(轉環)의 아름다움으로 자기 임금을 설득시키려고 하지 않았겠는가. 비록 시군(時君) 세주(世主)가 지혜는 그 사특함을 분별하기에 충분하고 밝음은 그 거짓을 살피기에 충분하여도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여러 사람들의 지껄임에 농락당하여 잇따라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다 그런 것이었다. 소위 현명하다는 임금들도 모두 그러하거든 하물며 나같이 못나고 어두운 사람이겠는가.
그러나 영대(靈臺)가 살아 있고 방촌(方寸)은 아직 맑아, 영상(領相)의 사람됨을 보건대, 송균(松筠) 같은 절조(節操)에 수월(水月) 같은 정신으로 충용(忠勇)한 도량에 온아(溫雅)함을 보탠 성품이요, 청신(淸愼)한 덕에 백옥(白玉)의 광채를 발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그러나 ‘그에게 경륜(經綸)의 재주가 있어서 간괴(奸魁)인 의겸(義謙)을 보기를 마치 자기 몸이 더럽혀지는 것처럼 여겼다.’ 운운(云云)한 말에 대하여는 나로서는 감히 모르겠다. 지금 너희 삼사가 일찍부터 분질(憤嫉)의 뜻을 품고서 근거 없는 말을 날조하여 못하는 소리없이 멋대로 헐뜯고 있는데 그러한 그대들을 천하 후세의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이라고 하겠는가. 비록 10년을 두고 논한다고 하더라도 내 어찌 따를 이치가 있겠는가. 속히 그만두는 것만 못할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7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03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국왕(國王)
○傳曰: "近爾三司之論劾宰輔, 以其交結義謙, 爲之赤幟焉。 夫義謙誠奸人也。 然是不過以義謙爲穽於國, 凡一時名臣賢士之異於己者, 必構陷於其中, 而聲其爲黨與, (益)〔蓋〕 其意以爲: ‘一加之此名, 則人不敢救, 君可以疑。 不如是不足以籠絡一世之耳目, 而使人靡然奔走於吾之風聲之下。 夫如此, 則吾志可得, 而吾意可遂也。’ 殊不知自君子視之, 如見其肺肝, 曷足以動予中而惑予意也? 夫是非者, 原於良知之明, 發乎人心之安, 不以朝廷而而重, 不以草野而爲輕。 言苟非也, 千萬人言之而不足, 言苟是也, 一言之而有餘。 不可以臺諫之說而勒定, 不可以衆人之勢而强合。 故鼓偏黨之論, 是非可亂於一世, 獨君子之見公論, 必瀆乎百代。 噫! 自古臺諫、侍從之進言於其君也, 孰不自以爲公論, 而啗其君以轉環之美哉? 惟其時君世主, 智足以辨其邪, 明足以燭其詐, 被謾於可致之方, 見(棄)〔弄〕 於衆咻之中, 覆轍相尋, 滔滔皆是。 明辟尙如此, 況於庸暗若予者哉? 然而靈臺未滅, 方寸猶瑩, 但見領相之爲人也, 松筠節操, 水月精神, 忠勇之度, 輔溫雅而成性, 淸愼之德, 掩白玉而振彩。 雖然若謂之: ‘有經綸之才, 而其視義謙之奸魁, 若將(漑)〔浼〕 己。’ 云云, 則予不敢知焉。 今爾三司, 夙懷憤嫉之意, 搆捏無形之語, 肆其詆誣, 無所不至, 天下後世, 謂爾輩何如人也? 雖論之十年, 豈有可從之理? 不如速爲停之。"
- 【태백산사고본】 9책 17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403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