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겸(沈義謙)이 척리(戚里)의 신분으로 자기 몸을 낮추고 선비와 사귀어 여론이 자못 그를 칭찬하였다. 이양(李樑)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그 처지는 한집과 같았는데도 서로 대립하였고, 이양을 제거할 때에 이르러서 도움이 되었다. 중간에 김효원(金孝元)과 틈이 벌어지면서부터 동서설(東西說)이 발생되었으니 심의겸의 집은 서쪽에 있었으므로 심의겸과 교제하는 자를 서당(西黨)이라 이르고 김효원의 집은 동쪽에 있었으므로 김효원과 잘 지내는 자를 동당(東黨)이라 하여 한 시대의 사론(士論)이 각각 피차로 나뉘어져서 분분한 논의가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는데, 노성하고 둔한 자를 가리켜 서인(西人)이라 하고 연소하고 예리한 자는 모두 동인(東人)이라 일컬었다. 대개 한때 의논이 모두 이와 같았는데 당초에 이처럼 얽혀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김효원이 포의(布衣) 시절에 윤원형(尹元衡)의 집에 출입한 것을 심의겸이 보았다. 그후 온 조정이 윤원형의 죄를 논계할 때 김효원에게 그 상소문을 짓도록 하였더니, 심의겸이 그 친구에게 말하기를,

"김효원이 윤원형의 집에 출입하였으니 그의 사정을 상세히 알 것이어서 반드시 잘 지을 것이다."

하고 소장을 지을 사람의 선발에서 삭제하려고 하자 그 친구가 이를 제지하였다. 그 말이 한번 퍼지자 서로 헐뜯게 되었는데, 심의겸이 김효원을 해하려고 한다 하여 김효원과 지내는 자는 심의겸을 사실과 다르게 공박하였으나 사실상 심의겸은 김효원을 해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김효원이 비록 윤원형의 집에 드나들었다고는 하나 젊었을 때의 일이었고, 또한 과실이 있었어도 고쳐서 착한 사람이 되었다면 기왕의 일을 들추어 허물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그리고 심의겸이 비록 그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김효원을 해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또한 피차를 다 논하지 말고 평탄한 마음으로 놓아두어야 하는데 조정에서 논의하는 사이에 각각 피차를 갈라서 서로가 지목하였고 이를 격동하게 하는 말도 분분하게 일어나서 사대부의 마음을 요동 현혹시켰으니, 이는 오늘날 당면한 깊은 근심거리인 것이다.

근래에 두 구의 시가 전해지고 있으니 다음과 같다.

천재와 시변이 근래에 잦은데

시사 또한 식자들의 근심거릴세

극도에 이른 오늘날의 소우를 막으려고 애쓰지만

송나라 때와 같은 공격 언제나 그치려나

동인은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서객은 영 밖의 고을로 좌천이 많구나

성명하신 임금께서 진정시키지 않았으면

사림이 어육을 어이 면하였으랴

하였다. 누구의 제작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의 사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모두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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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사고본】 8책 14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63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어문학-문학(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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