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가 《성학집요》를 올리다
이이가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올리니, 치도(治道)에 도움이 있다 하여 매우 아름답게 여겼다. 이이는 격군(格君)111) 에 뜻을 두고 힘을 써서 곧 경전(經傳)과 사책(史冊)의 요긴한 말 중에서 학문과 정사(政事)에 간절한 것을 뽑아 모아 분류 편찬하여 수기(修己)·치인(治人)으로 순서를 정했으니 모두 5편(篇)이었다. 책이 완성되자 상에게 올리니, 이튿날 상이 경연에 나아가 이이에게 이르기를,
"그 글이 매우 간절하고 요긴하니, 이는 부제학의 말이 아니고 바로 성현의 말씀이다. 치도(治道)에 매우 도움이 있겠으나 다만 나같이 불민(不敏)한 군주는 능히 행하지 못할까 걱정될 뿐이다."
하니, 이이가 일어났다가 다시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상께서 매양 이런 말씀을 하시니 신은 매우 민망하게 여깁니다. 전하께서는 자질이 탁월하시니, 성학(聖學)을 하지 않는 것이지 능력이 없으신 것은 아닙니다. 바라건대 퇴탁(退托)하지 마시고 독실한 뜻으로 스스로 분발하시어 윤덕(允德)을 이루소서. 옛날 송 신종(宋神宗)이 ‘이것은 요순의 일인데 짐(朕)이 어찌 감당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하니, 명도(明道)가 근심스러운 낯빛으로 ‘폐하(陛下)의 이 말씀은 종사와 생민의 복이 아닙니다.’ 하였는데, 전하의 말씀이 이에 가깝지 않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333면
- 【분류】출판-서책(書冊) / 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
- [註 111]격군(格君) :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
○李珥進《聖學輯要》, 有補治道, 深用爲嘉。 珥銳意於格君, 乃抄集經傳及史冊之要語, 切于學問政事者, 彙分次第, 以修己治人爲序, 凡五篇書成, 獻于上。 翌日, 上御經筵, 謂珥曰: "其書甚切要, 此非副提學之言也, 乃聖賢之言也。 甚有補於治道。 但如我不敏之君, 恐不能行耳。" 珥起而伏地曰: "自上每有此敎, 臣隣極以爲悶。 殿下資質卓越, 其於聖學, 不爲也, 非不能也。 願勿退托, 篤志自奮, 以成允德焉。 昔者, 宋 神宗曰: ‘此堯、舜之事, 朕何敢當?’ 明道愀然曰: ‘陛下此言, 非宗社臣民之福。’ 殿下之言, 無乃近此乎?’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333면
- 【분류】출판-서책(書冊) / 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