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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권, 선조 8년 6월 8일 을해 1번째기사 1575년 명 만력(萬曆) 3년

김우옹을 불러 치도를 논하게 하니, 종권할 것, 태학의 장유 질서 등을 아뢰다

전적(典籍) 김우옹(金宇顒)을 불러 입대(入對)하게 하고 치도(治道)를 논하게 하니, 김우옹이 아뢰기를,

"전하는 천성이 성효(聖孝)하시고 견식(見識)이 탁월하시어 송종 대사(送終大事)에 성의를 다하시어, 장삿날 망곡(望哭)하시고 백포(白布) 의관으로 시사(視事)하신 등의 일은 모두 근세에 없었던 것이니, 이 마음을 미루시어 확충하는 것이 바로 크게 유위(有爲)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덕의(德義)를 넓히시고 성지(聖志)를 날로 새롭게 하시어 더욱 성체(聖體)를 보중(保重)하시고, 유생을 더욱 가까이하여 항상 학문에 종사(從事)하시고 몸을 닦으며 도를 일으키고 다스림을 이룩하여 크게 생민을 구제할 것을 염두에 두소서."

하고, 또 아뢰기를,

"군주의 직분은 정승을 논하여 정하는 데 있으니, 모름지기 당세에 제일 가는 사람을 정승으로 정해야만 바야흐로 일세(一世)의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일에는 근본이 있으니 모든 것이 군주의 마음 하나에 달렸을 뿐입니다. 진실로 성지(聖志)를 날로 새롭게 하여 조금의 중단도 없게 한다면, 현재(賢材)가 기꺼이 등용되기를 원하게 되어 일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요순(堯舜)도 현자(賢者)를 가까이하는 것을 선무(先務)로 삼았으니, 만약 큰 일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현자를 얻는 데서 비롯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태학생(太學生)의 좌석은 나이에 따라 앉는 것이 윤리의 당연함인데, 근래에는 제생(諸生)들이 신구(新舊)가 섞여 음식 먹는 누습(陋習)을 즐겨서 나이의 순서대로 앉지 않고 시끄럽게 서로 공격합니다. 그러므로 대사성 허엽(許曄)이 제생을 불러 타일렀으나 제생은 승복(承服)하지 않고 도리어 난을 일으킬 뻔하기까지 하였으니, 선비의 기습(氣習)이 한심스럽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상명(上命)이 없었기 때문에 감히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만약 상명이 있다면 어찌 감히 이렇게 하겠는가. 그러나 중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구나."

하였다. 김우옹이 아뢰기를,

"중국에는 생원(生員)·진사과(進士科)가 없으니, 어찌 신구(新舊)의 규정이 있겠습니까."

하고, 승지 조보(趙溥)가 아뢰기를,

"옛날에 증광 생원(增廣生員)이 있었으니, 중국에도 생원이 있었던 듯합니다."

하니, 김우옹이 아뢰기를,

"생원은 다만 생도(生徒)일 뿐이니 과목(科目)이 아닙니다."

하였다. 그러나 이 뒤로도 나이의 순서에 따라 앉으라는 명이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3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의생활(衣生活)

    ○乙亥/召典籍金宇顒入對, 論治道。 宇顒曰: "殿下聖孝天至, 見(淺)〔識〕 超詣, 於送終大事, 極其誠意。 如葬日望哭, 與白布衣冠視事之類, 皆近世所未有。 推此心, 而擴充之, 是大有爲之根基。 願開廣德意, 日新聖志, 益保聖躬, 益新儒生, 擧以典學修身, 興道致治, 大濟生靈爲念焉。" 又曰: "人主之職, 在論相。 須得一世第一等人, 方了得一世事。" 又曰: "事有根本, 在人主一心而已。 誠能日新聖志, 無少怠間, 則賢才樂爲之用, 而事乃可爲矣。" 又曰: "急親賢之爲務, 若欲有爲, 必自得賢士始。" 又曰: "大學生齒坐長少, 倫理當然也。 近日諸生, 樂於新舊間, 餔啜陋習, 不樂齒坐, 譁然攻之。 大司成許曄招諸生曉諭, 諸生不服, 幾至作亂, 士習可爲寒心。" 上曰: "只緣未有上命, 故敢然。 若自上命爲, 則何敢如是? 但未知, 中朝如何爲之?" 宇顒曰: "中朝未有生員、進士科, 豈有新舊之規?" 承旨趙溥曰: "古有增廣生員, 恐中國亦有之。" 宇顒曰: "生員只是生徒, 非科目也。" 其後亦無行齒坐之令。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3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의생활(衣生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