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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권, 선조 8년 1월 20일 경신 1번째기사 1575년 명 만력(萬曆) 3년

삼공이 상중에도 절제하여 조리할 것을 청하다

삼공이 문안한 뒤에 이어 아뢰기를,

"군주의 한 몸은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의 의탁(依託)을 부하(負荷)하였으니, 마땅히 아래로 사서인(士庶人)과 같이 일절(一節)026) 만을 고수하여 오래도록 여차(廬次)에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옛날 송 효종(宋孝宗)은 백대(百代)의 효성스런 임금이었습니다. 송 고종(宋高宗)의 상중(喪中)에 있을 때, 백관이 내전(內殿)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달에 내전으로 돌아갔고, 다음달 초하루 날에 여실(廬室)로 나아갔으며, 이 뒤부터는 초하루·보름에만 여실로 나아갔습니다.

상께서는 원기가 쇠약하시고 본래부터 비위가 상하셨는데, 초상 때 5일이라는 오랜 시일이 지나도록 수장(水醬)027) 도 드시지 않았으며, 또 곡을 멈추지 않았으므로 성후(聖候)가 이미 매우 상하셨으니, 이와 같이 계속하시어 시일이 경과하면 미칠 수 없는 후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들은 밤낮으로 우려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바입니다. 과거 명종 대왕께서 문정 왕후의 상을 당하였을 때 원기가 허약하시므로 부득이 종권하셨고, 또 여차에서 이 궐(闕)로 이어하셨으니, 이는 실로 종사를 위한 큰 사려였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명(聖明)께서도 송 효종(宋孝宗)의 일을 본받으시고 선왕의 뜻을 체득(體得)하시어 소절(小節)에 구애되지 마시고 빨리 이어하시고 때때로 여차에 왕래하소서. 그리고 또 진선(進膳)하시는 사이에도 낙죽(駱粥)028) 같은 음식물을 때때로 자주 드셔야 마땅합니다."

하니, 상이 답하기를,

"경들이 이미 왕가(王家)에 근로(勤勞)하였고, 근일 또 변변치 못한 이 몸 때문에 염려하여 와서 문안할 적마다 나의 마음이 미안하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이 계사(啓辭)를 보니, 나도 모르게 놀랍고 애통스러움이 지극해진다. 결단코 이런 이치는 없으니 다시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 내가 감히 옛사람의 일로써 자처(自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 대한 마음은 현불초의 차이가 없는 것이니, 그렇다면 내가 자진(自盡)029) 하고자 하는 뜻은 필설(筆舌)로써 다 말하기 어렵다.

또 낙죽은 바로 우유이다. 초상 때 진배(進拜)한 이유를 전혀 깨닫지 못했더니, 지금 계사를 보고 하인에게 물어보고서야 비로소 그 진배한 이유를 알았다. 더욱 놀랍고 괴이하니 해사로 하여금 올리지 말게 하라."

하였다. 두 번째 아뢰기를,

"비록 사서인(士庶人)이라 할지라도 병에 걸리면 그 감정을 억제하여 효도를 잘 마치는 것은 선왕의 예에 절제(節制)하여 권도(權道)에 따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께서는 애훼(哀毁)가 이미 극도에 이르렀고 기무(機務) 또한 번거로우니, 결단코 사서인이 행하는 바를 하셔서는 안 됩니다."

하였으나, 상이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21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식생활(食生活)

  • [註 026]
    일절(一節) : 한가지 일.
  • [註 027]
    수장(水醬) : 음료(飮料).
  • [註 028]
    낙죽(駱粥) : 우유.
  • [註 029]
    자진(自盡) : 자신의 열과 성을 다하여 도리를 행함.

○庚申/三公問安後, 仍啓曰: "人主一身, 負宗社生靈之托, 決不宜下同士庶, 堅守一節, 久居而廬次已也。 昔 孝宗百代誠孝之主也, 居高宗之喪, 百官喪請還內不許。 然是月還內, 翌月朔, 詣廬室。 自是朔望皆如之。 自上元氣淸瘦, 脾胃素傷, 其在初喪, 不進水醬, 至於五日之久。 又不輟哭臨, 聖候已爲重傷, 若此不已, 積日逾時, 則悔無及矣。 臣等晝夜慮憂, 罔知所爲。 前者明宗大王文定王后之喪, 元氣虛弱, 不得已從權。 又自廬次, 移御于此闕。 此實爲宗社大慮也。 伏願聖明, 法孝宗之事, 體先王之意, 毌拘小節, 亟爲移御。 有時往來進膳之間, 如駱粥等物, 時時頻進, 至爲宜當。" 上答曰: "卿等勤勞王家, 近日又以寡昧微身爲慮, 每來問安, 孤心已爲未安。 不幸今乃見此啓辭, 不覺驚慟之至矣。 決無是理, 願勿更言。 且予固不敢以古人之事自處, 然子之於親, 無賢不肖之殊, 則予之欲爲自盡之意, 難以筆舌盡諭矣。 且駱粥是牛乳, 初喪進排之事, 全不省料。 今見啓辭, 問諸下人, 始知仍進排之由, 尤爲驚怪。 當令該司, 勿進矣。" 再啓曰: "雖在出庶人, 苟遇疾病, 必强抑其情, 以終其孝, 以先王之禮, 有節制從權故也。 自上哀毁已極, 機務亦煩, 決不可爲士庶人所行者。" 上不允。


  • 【태백산사고본】 6책 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21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식생활(食生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