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원이 사사로운 부탁을 들어준 덕양군 이기를 탄핵하다
간원이 아뢰기를,
"종부시 도제조(宗簿寺都提調)를 반드시 속존(屬尊) 종친(宗親)으로 가려서 차임하는 것은 덕망이 무거운 사람으로 하여금 종실들을 진압하게 하여 비리가 없게 하려한 것입니다. 이번에 종실이 사리에 어긋나고 행동을 잘못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종부시 관원이 계청하여 죄를 다스리려 하자, 도제조인 덕양군(德陽君) 이기(李岐)048) 가 사사 부탁을 들어주어 고집하고 따르지 않아 악한 짓을 한 자가 더욱 방자해지고 법을 집행하는 관원이 손을 쓸 수 없게 하였습니다. 그를 파직하여 사정을 쓰는 풍습을 끊으소서."
하니, 상이 답하기를,
"왕자군(王子君)의 파직을 청하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니 진실로 이 때문에 파직할 수는 없다. 하물며 사실인지 기필할 수 없는 것이겠는가?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지금 의주 목사(義州牧使)의 장계(狀啓)를 보건대 중국 조정이 진보(鎭堡)를 옮겨 설치한 일은 적실한 것이고 빈말이 아닙니다. 이른바 장전자(長甸子)란 것은 20여리의 거리에 진을 설치한 뒤에 중국 사람들이 퍼지며 개간하여 점차로 마을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우리 나라와 인가가 서로 닿고 물화(物貨)를 서로 통합니다. 간사한 짓이 생길 우려와 분쟁(紛爭)이 일 염려는 사세가 반드시 그렇게 되고 말 일인데, 장차는 반드시 진관(鎭官)에게 고소(告訴)하여 사단을 야기(惹起)하게 될 것입니다. 하물며 기근이 거듭되면 반드시 옮겨 다니다 마구 들어오는 폐단이 있게 될 것이고 달자(㺚子)들이 침범하면 또한 서로 구원하다 화가 전가되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변장(邊將)이 계책을 잘못한 것입니다.
깊은 궁궐에 계시는 황제가 어찌 두 나라 백성이 서로 섞여 이에 이른 줄 알겠습니까. 바라건대 따로 사신을 정해 기일 안에 길을 떠나 보내어,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중국 조정에 주문(奏聞)하여 장전자에 진을 설치말도록 요청하여, 뒷날의 근심거리가 없어지게 하소서."
하니, 상이 대신과 승문원이 의논하여 처리하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8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298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외교-명(明)
- [註 048]덕양군(德陽君)이기(李岐) : 중종의 다섯 째 아들.
○丁未/院啓: "宗簿寺都提調, 必以屬尊宗親擇差者, 欲以德望之重, 鎭壓宗室, 使無愆違耳。 今者宗室有悖理失行者, 而宗簿寺官欲啓請治罪, 則都提調德陽君 岐, 偏聽私囑, 固執不從, 使爲惡者益肆, 而執法之官無所措手足。 請罷其職, 以絶循私之習。" 上答曰: "王子君請罷非輕, 固不可因此而罷。 況未必實乎? 不允。" 又啓曰: "今見義州牧使狀啓, 則中朝移設鎭堡之事, 的實不虛。 所謂長甸子者, 距二十餘里設鎭之後, 唐人蔓延開墾, 漸次成村, 則與我國人烟相接, 物貨相通, 姦細之虞, 紛爭之患, 勢所必至。 將必告訴鎭官, 惹起事端, 而況饑饉荐至, 必有流移投入之弊, 撻奴侵寇, 亦有相救嫁禍之理。 此是邊將之失計, 皇上深拱, 豈知兩國邊氓之相雜, 至於此哉? 請別遣使臣, 刻日發程, 以誠懇奏聞天朝, 請勿設鎭于長甸子, 以絶後日之憂。" 上命大臣、承文院議處。
- 【태백산사고본】 5책 8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298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