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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7권, 선조 6년 9월 27일 갑진 1번째기사 1573년 명 만력(萬曆) 1년

예조가 향약을 시행하는 데 미리 폐단을 없앨 것을 대신과 의논하라고 아뢰다

예조가 아뢰었다.

"향약의 글은 본디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이룩하는 요체입니다마는 우리 나라 사람의 생리(生理)·기습(氣習)은 중국과 같지 않으니, 시행하려 한다면 반드시 번거로운 것을 없애고 간략하게 하여 토속(土俗)에 맞춤으로써 구원한 규범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개 우리 나라는 땅이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하여 의식에 찌들리고 부역(賦役)에 시달리는데 달마다 한 번씩 모이게 하면 견디기 어려운 형세이니, 여러달 만에 한 번씩 모이게 해야 합니다. 과일·술·국수·밥을 베푸는 것은 가난한 자가 장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될수록 간략하게 술 한 잔이나 밥 한 그릇으로 하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외방은 인가의 분포가 고르지 않은데 먼 마을 사람을 한 곳에 모이게 하면 노고의 폐단이 없지 않을 것이니, 부근에서 서로 모이게 해야 합니다. 젊은이·어린이가 어른에게 세수(歲首)·동지(冬至)·사맹월(四孟月)의 초하룻날에 모두 다 예견(禮見)하게 하면 또한 번거로울 것이니, 세배(歲拜)의 예(禮)만을 두어야 할 듯합니다. 선행을 적는 적부(籍簿)는 본디 선행을 권장하는 데에 근본이 있으므로 빨리 시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악행을 적는 적부는 선유(先儒)도 미안하게 여겨 시행하지 말게 하자고 한 말이 있는데, 이는 성인(聖人)은 악을 숨기고 선을 드러낸다는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향약 중에 허물이 있거나 약속을 어긴 자는 의당 징계하되 우선 적부에는 적지 말아서 공경히 오교(五敎)를 편다는 뜻에 맞게 해야 하겠습니다. 또 약정(約正)·직월(直月)은 반드시 공정하고 선량한 사람을 얻어야 인심을 복종시킬 수 있고 폐단도 없을 것이니, 외방의 사인(士人)이 드문 곳에는 수령이 또한 약정의 직임을 겸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신들이 들은 물정은 대개 이러합니다. 대신에게 명하여 회의하고 절충하여 시행하는 데에 폐단이 없게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272면
  • 【분류】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甲辰/禮曹啓曰: "鄕約之書, 固化民成俗之要。 但我國之人, 生理氣習, 與中國不同。 若欲行之, 必須刪繁就簡, 使合於土俗, 以爲久遠之規。 蓋我 國土瘠民貧, 艱於衣食,勞於賦役, 若令每月一會, 則勢所難堪。 當累朔而一會, 果酒麪飯之設, 非資者所能辦, 只令酒一巵, 或飯一器, 務從簡約。 外方人居, 踈密不齊, 若令遠村之人, 一處聚會, 則不無勞弊, 當以附近而相會。 少者幼者, 於尊長, 歲首、冬至、四孟月朔, 皆爲禮見, 則亦爲煩擾, 似當只存歲拜之禮。 記善之籍, 固主於勸善, 不可不速行;記惡之籍, 先儒亦有未安勿行之說, 蓋出於聖人隱惡揚善之意。 約中有過與違約者, 宜戒其人, 姑勿書籍, 以合敬敷五敎之義。 且約正、直月, 必得公正良善之人, 乃能服人心而無弊, 外方士人稀少處, 守令亦當兼約正之任。 臣等所聞物情, 大槪如是。 請命大臣會議折衷。 令行之無弊, 何如?"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272면
  • 【분류】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