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춘이 주강에서 전라도 수군들의 조운(漕運) 폐단을 아뢰다
유희춘이 주강의 특진관(特進官)으로서 아뢰기를,
"신이 전라도 관찰사로 있을 때 보니 조정이 청명(淸明)하였기 때문에 수령으로서 멋대로 탐학(貪虐)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하였습니다. 공사(公事)에 능하지 못하다는 것으로 전최(殿最)에 기록은 되었지만 그 실상은 권신(權臣)이 나라를 잡고 있을 때와는 같지 않습니다. 다만 나라의 근본을 위해 구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두 가지 일이 있으니, 곧 조군(漕軍)과 수군(水軍)입니다. 을묘 왜변(乙卯倭變)이 일어난 이후로 수군은 오로지 방어만 맡았고 조군은 조운선(漕運船)을 가설(加設)함에 따라 당번(當番)은 본래의 조운선에서, 하번(下番)은 가설된 조운선에서 받아들이고 있는데, 정월에서 7∼8월까지의 긴 기간을 바다에 있게 됩니다. 때문에 가사를 돌보지 못하고 농사를 전폐하여 많은 사람이 유망(流亡)하게 되고 그 폐단이 일족(一族)과 겨린[切隣]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세미(稅米)가 많은 해에는 1년에 두 번이나 조운(漕運)하므로 그 고초가 수군보다 배나 많습니다. 또 조운선은 만든지 3년이 지나면 개삭(改槊)022) 해야 되고 다시 3년이 지나면 재차 개삭해야 되며, 다시 3년이 지나면 개조(改造)해야 됩니다. 개삭과 개조에 필요한 재목을 운송하는 우가(牛價)와 선장(船匠)의 양료(糧料) 및 배 위에 갖출 집기물(什器物) 등의 비용이 매우 많아 그것을 부담하는 고초가 타군(他軍)보다 10배나 많습니다. 이 때문에 한정(閑丁)이 한번 조군이 되면 마치 죽을 땅에 나가는 것처럼 여겨 어떻게든 도피할 틈만 노리고 있음은 물론, 시름하고 원망하는 소리가 길에 가득합니다. 지금 대신들이 그 폐단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고 들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난번에 병조의 공사(公事)를 보니 겨울의 당번 수군의 봉포(捧布)를 조군에 지급하자고 청하였었다."
하였다. 유희춘이 다시 아뢰기를,
"수군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대전(大典)》에는 ‘각포(各浦)에 대맹선(大猛船)·중맹선(中猛船)·소맹선(小猛船) 약간씩을 둔다.’고 쓰여 있는데, 지금은 을묘 왜변 이후로 적을 방어하는 데 쓰는 판옥선(板屋船)·방배선(防排船)·협선(夾船) 등이 매우 긴요한데도 군대도 없이 그대로 두고 있으면서 배는 여전히 수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든 지 3∼4년 되면 썩어 못 쓰게 되므로 이로움은 없고 폐단만 있는데, 이 일은 대신들이 조처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각포의 수군이 수영(水營)에 바치는 방물(方物)로서 홍소록비(紅小鹿皮)와 결궁장피(結弓獐皮) 등은 큰 병폐입니다. 신이 삼가 살피건대 제주에는 강돈(江豚)이 사슴으로 변하여 그 생산이 끝이 없고 그 지방에는 호표(虎豹)나 시랑(豺狼)이 없어 사슴과 노루가 번성하고 있습니다. 또 큰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어서 소금을 굽기가 어려워 토착민들이 소금을 귀하게 여기니 지금에 각포에서 겨울에 입번하는 수군 1∼2명을 뽑아 소금 1석이나 10두를 받아들여 관(官)에서 제주로 보내어 장록비(獐鹿皮)와 바꾸게 하면 양쪽이 모두 편리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제주가 우리 나라 땅이기는 하지만 바다 밖에 있는 외딴 섬인데 이런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유희춘이 아뢰기를,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합니다. 이 일은 실제로 양쪽이 편리합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앞서 각포의 영선(領船)에 수군을 차정(差定)하였는데 만호(萬戶)의 지공(支供)과 포중(浦中)에서 쓰는 물건으로 백문석(白紋席)·구피(狗皮)·진국(眞麯)·진유(眞油)·우력각(牛力角)·어교(魚膠)·궁현(弓絃)·인정목(人情木), 감사·수사·병사가 공장(公狀)으로 쓰는 지가(紙價) 등을 모두 바쳐야 하므로 이루 감당하기 어려워 도피하고 있습니다. 근년에 병조의 사목(事目)에서 이방(吏房)·병방(兵房)·진무(鎭撫)가 징수하게 할 것으로 하였는데, 감사와 수사에게 하유함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또 아뢰기를,
"금년 농사는 약간 풍작이므로 각 고을에서 연분 등제(年分等第)023) 를 알려 왔는데 하지하(下之下)만 있고 하지중(下之中)은 없었기 때문에 신이 다시 조사하여 만약 하지중에 해당되는 곳이 있으면 다시 정하라고 하였습니다. 전세(田稅)로 내는 콩을 호조에서 대황두(大黃豆)로 비납하라고 한 바 백성들이 매우 괴롭게 여기니 순색(純色)인 상태(常太)로 대납케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사섬시에서 받아들이는 노비 신공(奴婢身貢)의 작미(作米)024) 는 매 1필마다 정미(正米) 8두로 환산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난번에 호조가 이 공사에 대하여 방계(防啓)하였다."
하였다. 유희춘이 아뢰기를,
"호조는 유사(有司)로서 경비를 아끼기 위해 늘 하는 일입니다."
하니, 상이 승지에게 이르기를,
"지금의 이 계사(啓辭)를 해사(該司)에 내려 다시 의논하여 시행하게 하라. 조운은, 전에는 수군 병선(兵船)을 보태었기 때문에 조군들이 1년 간격으로 조운하여 강에 올라왔었다."
하고, 또 이르기를,
"조군이 패선(敗船)한 것 때문에 형벌을 받은 것은 가련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237면
- 【분류】군사-지방군(地方軍) / 군사-군기(軍器) / 교통-수운(水運) /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재정-역(役)
- [註 022]개삭(改槊) : 삭(槊)은 배를 결합하는 목전(木栓)이나 또는 방향을 정하는 노·키 등을 말하는데, 이러한 부분품의 개조 또는 수리를 말함.
- [註 023]
연분 등제(年分等第) : 한 해의 풍흉에 따라 상상(上上)·상중·상하·중상(中上)·중중·중하·하상(下上)·하중·하하로 나누어 매기는 토지세의 등급.- [註 024]
노비 신공(奴婢身貢)의 작미(作米) : 노비가 신역(身役)을 치르지 않는 대가로 바친 물건을 쌀로 환산하는 것.〔○〕 柳希春以晝講特進官啓曰: "臣觀察全羅一道, 以朝廷淸明之故, 守令之縱恣貪虐者, 罕得聞之, 雖以公事之不能, 爲之殿最, 其實守令不如權臣當國之時。 但邦本不可不救者有二事, 漕軍、水軍自, 乙卯倭變以後, 水軍則專委防禦, 漕軍則加設漕船, 當番則元漕船, 下番加設, 漕軍逢受。 自正月至七八月, 長在海路, 不顧家事, 專廢農業, 多致流亡, 弊及一族切隣。 稅多之軍, 則一年再運, 其苦倍於水軍。 又漕船三年則改槊, 又三年再改槊, 又三年改造, 改槊、改造之材木, 曳運牛價, 船匠糧料報施, 船中什物, 其價甚多, 糜費之苦, 十倍他軍。 以故閑丁, 一爲漕軍, 則如就死地, 百計窺避, 愁怨盈路。 今聞大臣有救弊之策。" 上曰: "頃見兵曹公事, 請以冬月當番水軍, 捧布以給漕軍。" 柳希春又啓曰: "水軍之所患者, 《大典》載各浦大猛船、中猛船、小猛船若干。 今則自乙卯以後, 禦敵所用板屋船、防排船、夾船等爲緊, 而無軍仍存, 船亦依數造作, 作之三四年後, 腐朽不用, 有弊而無益。 此在大臣處置, 各浦水軍, 以方物納于水營者, 紅小鹿皮、結弓獐皮等是病。 臣竊觀, 濟州江豚化鹿, 其産不窮, 地無虎豹、豺狼、鹿麞蕃盛, 其島在大海之中, 而水不中煮鹽, 土人貴鹽。 今若各浦冬月入番水軍一二名除出, 捧鹽石或十斗, 官送濟州, 俾易獐、鹿皮, 則庶乎兩便。" 上曰: "濟州雖我國之地, 乃海外絶島。 如此事如何?" 希春對曰: "百聞不如一見, 此事其實其便利。" 希春又曰: "在前各浦領船, 以水軍差定。 凡萬戶支供, 浦中用度, 如白紋席、狗皮、眞麯、眞油、牛力角、魚膠、弓絃、人情木、監、兵、水使公狀紙價, 莫不捧上, 不勝支當, 逃避。 頃年兵曹事目, 吏、兵房鎭撫當徵事, 監司、水使處, 下諭何如?" 又曰: "今年農事稍稔, 故各官報年分等第, 只有下之下, 而無下之中處。 臣令更覈, 若有下之中處, 更定田稅太。 戶曹令大方黃豆備納, 甚艱苦, 以純色常太代納, 便當。 又司贍寺納奴婢身貢作(米)〔木〕 , 每一匹, 正米八斗, 則適中矣。" 上曰: "頃日戶曹, 此公事防啓矣。" 希春曰: "戶曹乃有司, 恤經費之常事。" 上語承旨曰: "今此啓辭, 下該司, 更議施行。" 漕運在前, 以水軍兵船添運, 故漕軍間一年漕運上江。 上曰: "漕軍, 以敗船, 刑問多傷, 可怜。"
-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237면
- 【분류】군사-지방군(地方軍) / 군사-군기(軍器) / 교통-수운(水運) /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재정-역(役)
- [註 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