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 2권, 선조 1년 9월 21일 정묘 2번째기사
1568년 명 융경(隆慶) 2년
《중종실록》에 누락된 남곤 등이 조광조를 모해한 전말
당초에 남곤이 조광조 등에게 교류를 청하였으나 조광조 등이 허락하지 않자 남곤은 유감을 품고서 조광조 등을 죽이려고 하였다. 이리하여 나뭇잎의 감즙(甘汁)을 갉아 먹는 벌레를 잡아 모으고 꿀로 나뭇잎에다 ‘주초위왕(走肖爲王)’ 네 글자를 많이 쓰고서 벌레를 놓아 갉아먹게 하기를 마치 한(漢)나라 공손(公孫)인 병이(病已)의 일034) 처럼 자연적으로 생긴 것같이 하였다. 남곤의 집이 백악산(白岳山) 아래 경복궁 뒤에 있었는데 자기 집에서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을 물에 띄워 대궐안의 어구(御溝)에 흘려보내어 중종이 보고 매우 놀라게 하고서 고변(告變)하여 화를 조성하였다, 이 일은 《중종실록》에 누락된 것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략 기록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198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역사-편사(編史)
- [註 034]한(漢)나라공손(公孫)인 병이(病已)의 일 : 병이는 무제(武帝)의 증손인 선제(宣帝)의 어릴 때 이름. 그가 태어난 지 몇 달이 채 안 되어 무고사건(巫蠱事件)이 일어나 그의 조부 여 태자(戾太子) 이하 전 가족이 화를 당하고, 병이는 강보에 쌓여 군저옥(郡邸獄)에 수감되었다. 운기(運氣)를 점치는 술사(術士)가 장안(長安) 옥중에 천자기(天子氣)가 있다고 말하니, 무제가 사자(使者)를 보내 무고 사건에 연루된 장안의 모든 죄수를 조사하여 가차없이 다 죽였다. 이 때 병이는 정위감(廷尉監) 병길(邴吉)의 보호를 받아 살아났고 뒤에 곽광(霍光)의 주선으로 소제(昭帝)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었다. 《한서(漢書)》 권8 선제기(宣帝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