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돌아온 성절사 박계현이 전교에 따라 중국에서 보고 들은 일을 서계하다
성절사(聖節使) 박계현(朴啓賢)이 북경에서 돌아왔다. 전교하기를,
"중국에서 보고 들은 일을 빠짐없이 서계(書啓)하라."
하였다. 계현이 서계하기를,
"금년 2월에 황제가 각로(各老) 서계(徐階)에게 밀유(密諭) 1통을 내려 호광(湖廣)의 무당산(武當山)으로 거둥하여 진향(進香)한 다음 괘포(掛袍)하겠다고 하였고, 또 밀유 3통을 서계에게 내려 무당산에 갈 것을 요구하였는데, 서계가 회주(回奏)하기를 ‘남쪽 왜노와 북쪽 오랑캐의 기세가 매우 창궐하고 있고 또 백련교(白蓮敎) 【백련산(白蓮山)은 바로 군도(群盜)의 호칭인데 맨밥을 먹고 경(經)을 외는 자들이다. 보정(保定)·사천(四川) 등지에 더욱 성행하였는데 보정부(保定府)에서 수백 명을 체포하여 순무관(巡撫官)에게 국문하게 했다.】 가 있어 남쪽으로 갈 수 없다.’ 하였으나, 황제는 ‘나에게는 강한 군사가 있는데 두려울 것이 뭐 있겠느냐.’ 했다 합니다. 어떤 사람은 ‘금년 봄 내관(內官)들이 짐을 가지고 행차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모두 짐꾼을 고용했었는데 마침 가지 못했다. 그러나 호광으로 행행하려는 뜻은 아직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6월에 영비(榮妃) 양씨(楊氏)가 죽자 문씨(文氏)를 귀비(貴妃)로 진봉(進封)하였고 상씨(尙氏)를 수비(壽妃)로 책봉(冊封)하였는데, 백관들은 내정(內庭)의 서원(西苑) 【원(苑)은 서성궁(西成宮) 근처에 있다.】 에서 진하하였습니다. 서곡(瑞穀)을 바치자 성국공(成國公) 주희충(朱希忠)에게 명하여 묘당(廟堂)에 고하게 하였습니다. 영화왕(永和王)은 백록(白鹿)을 바쳤고 태의원리(太醫院吏)는 서토(瑞兎)를 바쳤으며 호광 무안관(湖廣撫按官) 곡중허(谷中虛) 등은 선지(鮮芝)를 바쳤습니다. 신하들이 모두 이를 황상(皇上)의 명이 길 징조라고 표(表)를 올려 축하하였고, 천하의 제왕(諸王)은 황제를 위하여 초제(醮祭)를 베풀고 명을 빌고 이 사실을 모두 문주(聞奏)하였다고 합니다.
예부(禮部)에서 성지(聖旨)에 의거하여 방(榜)을 붙였는데 ‘천하의 모든 지방에 영지(靈芝)가 있으면 숨기지 말고 진헌하도록 힘써야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성궁 속에는 현극 보전(玄極寶殿)이란 것이 있는데 상제(上帝)와 황고(皇考) 예종(睿宗)을 제사지내는 곳입니다. 옛 제도가 협소하여 지금 바야흐로 개조(改造)하고 있는데, 매우 넓고 높다고 합니다. 황제께서는 밤을 꼬박 세우며 놀이를 하고 잠자기를 즐기므로 보통의 공사(公事)는 한 늙은 궁녀(宮女)에게 맡기어 예(例)에 의하여 표하(票下)하게 하고 큰 일만 황상의 지도(知道)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유왕(裕王)이 해서(海瑞)를 영구(營救)하려 했기 때문에 【해서가 글을 올려 ‘황제에게는 다섯 가지 과실이 있는데, 첫째는 오랫동안 태자(太子)의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부자(父子)의 인륜(人倫)이 어그러진 것입니다.……’ 하였는데, 이로써 죄를 얻어 수감된 지가 여러 해였다.】 황제가 선위(禪位)에 대해 의논한 일이 있었다.’ 했는데 【대개 해서를 영구하려 한 것 때문에 노해서 넘겨짚어 말한 것일 것이다.】 이것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하니, 알았다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33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123면
- 【분류】외교-명(明)
○聖節使朴啓賢回自京師。 傳曰: "中原聞見之事, 一一書啓。" 啓賢書啓曰: "今年二月, 皇帝以密諭一封, 下于閣老徐階, 欲幸湖廣, 上武當山, 進香掛袍。 又以密諭三封下于徐階, 要往武當山。 徐階回奏, 南倭北虜, 勢甚猖獗。 且有白蓮敎, 【白蓮山乃群盜之號, 食素誦經者也。 保定、四川等地方, 尤爲盛行, 而於保定府捕得數百人, 使巡撫官鞫之。】 不可南往。’ 皇帝曰: ‘我有强兵, 何足懼乎?’ 或云今春內官, 因從幸載包, 皆買脚力, 而適不果往。 行幸湖廣之意, 時未停止云。 六月, 榮妃 楊氏薨逝, 進封文氏爲貴妃, 冊封尙氏爲壽妃, 百官陳賀於內庭西苑。 【苑在西成宮近處。】 進瑞穀, 命成國公朱希忠告廟。 永和王進白鹿, 太醫院吏進瑞兎, 湖廣撫按官谷中虛等進鮮芝。 群臣皆以爲皇上永命之徵, 上表賀之。 天下諸王, 爲皇帝設醮祈命, 皆聞奏云。 禮部因聖旨掛榜, 令天下諸地方, 如有靈芝, 務要進獻, 不可隱蔽。 西成宮裏, 有玄極寶殿, 乃享上帝及皇考睿宗之所也。 以舊制狹隘, 今方改造, 極其弘敞云。 皇帝專夜遊衍喜睡, 尋常公事, 付一老宮女掌之, 依例票下, 只大事待皇上知道云。 且或云裕王營救海瑞, 【瑞上書, 言皇上五失。 其一, 久曠儲位, 父子之倫乖云云。 以此囚係累年。】 故 皇帝有禪位之議云。 【蓋以營救海瑞爲怒, 而爲逆辭也。】 此則不足信也。" 傳曰: "知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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