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에 나아가 양종 선과의 혁파와 눈이 내린 재변 등에 대해 이르다
상이 조강에 나아갔다. 대사헌 박영준과 대사간 홍인경이 양종 선과는 혁파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진술하며 아뢰자, 상이 이르기를,
"양종 선과는 이단을 숭상하여 받드는 것이 아니며 《대전(大典)》에 기재되어 있고 유교도 중하기 때문에, 조정의 의논을 쾌하게 따르지 못하고 마음에 매우 중난하게 여겼었다. 물정을 참작하면 선조에서 오래 폐지한 일이기 때문에 모두 불편하게 여기니 혁파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양사(兩司)와 홍문관 그리고 유생들이 날마다 간쟁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윤허를 받으니, 기뻐서 뛰지 않는 이가 없었다.】 박영준이 또 아뢰기를,
"신이 요사이 평안도 감사의 서장을 보니 눈이 내려 여러 날 동안 녹지 않은 곳이 있다고 하였는데, 매우 놀랍고 이상스럽습니다. 옛날 주(周)나라 때에 정월(正月)121) 에 많은 서리가 내리자 대부가 시를 지어 걱정하였습니다. 주나라의 정월은 바로 지금의 4월입니다. 많은 서리가 내린 것도 오히려 걱정하였는데 더구나 눈이 내린 것이겠습니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상원(祥原)에는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날마다 지진이 일어나며 요즈음에는 하삼도에도 이와 같다고 합니다. 천재와 지변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는데, 재변은 헛되게 생기지 않으며 반드시 불러들인 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즈음 풍속이 매우 험악하여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서로 잇달아 도성안에서도 이와 같으니 지방에는 알 만합니다. 또 해마다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모두 유리하여 열 집에서 아홉 집은 비어 있고, 도이(島夷)122) 와 산융(山戎)123) 과는 흔단이 없지 않으니, 이는 진실로 국가의 시급한 걱정거리입니다. 상께서는 특별히 교화를 염려하여 풍속을 돈후하게 하고 민생이 소복하게 하소서.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져서 인심이 즐거워하면 재해는 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32권 62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8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인사-선발(選拔) / 과학-천기(天氣) / 과학-지학(地學) / 구휼(救恤)
- [註 121]
○辛巳/上御朝講。 大司憲朴承俊、大司諫洪仁慶, 陳啓兩宗、禪科不可不革之意。 上曰: "兩宗、禪科, 非崇奉異端也。 載在《大典》, 遺敎亦重, 故雖不快從朝議, 而心甚重難, 參酌物情, 則先朝久廢之事, 故皆以爲不便矣。 革罷可也。" 【兩司弘文館及儒生等, 逐日論諍, 至是得允, 莫不喜躍】 永俊又曰: "臣近見平安道監司書狀, 有下雪累日不消之處, 極爲驚異。 昔周時正月繁霜, 大夫作詩而慶之。 周之正月, 卽今之四月也。 繁霜猶憂, 況下雪乎? 非但此也。 祥原自前年四月至今, 逐日地震, 近日下三道亦如此云。 天災地變, 疊見層出, 災不虛生, 必有所召。 且近日風俗甚惡, 殺人相繼, 都中如此, 外方可知。 且連年飢饉, 民盡流離, 十室九空, 島夷山戎, 不無釁端, 此誠國家之急憂。 自上特念敎化, 使風俗敦厚, 民生蘇復, 邦本堅固, 人心歡悅, 則災沴自消矣。"
- 【태백산사고본】 20책 32권 62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8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인사-선발(選拔) / 과학-천기(天氣) / 과학-지학(地學)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