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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31권, 명종 20년 4월 25일 신묘 3번째기사 1565년 명 가정(嘉靖) 44년

보우의 죄를 청하는 성균관 진사 이굉 등의 상소

성균관 진사 이굉(李宏) 등이 상소하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일은 진실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으나 정이 격동하게 되면 말하고 때는 진실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으나 형세가 급하게 되면 말하는 것입니다. 어째서 그러하냐 하면, 궁곤(宮壼)의 일은 지극히 은미(隱微)하고 지극히 비밀스러워서 외인이 듣기 어려운 바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은미하여도 드러나지 않음이 없고 아무리 비밀스러워도 나타나지 않음이 없어서, 세상 사람의 눈을 속이기 어렵고 세상 사람의 손가락질함을 가리우기 어려우니, 지극히 은미하고 지극히 비밀스러워서 말하기 어렵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초상 중에는 황황하고 슬프고 급하여 사람의 말을 올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요망한 것이 빌미가 되어 죄가 군친(君親)에게 관계되어 하루라도 한 하늘 밑에 살 수 없으면 황황하고 슬프고 급하여 말하기 어렵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지금 요승 보우가 사문(沙門)의 화복의 설을 주장하여 궁금(宮禁)을 미혹시키고, 기복(祈福)의 법을 벌이고 무차회(無遮會)를 베풀고서 ‘재계하고 치성(致誠)해야 부처에게 잘 보여 복을 얻을 수 있으며, 내 말이 행해지면 성수(聖壽)가 더할 수 있고 전성(前星)070) 도 빛날 수 있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자성(慈聖)께서 전하를 사랑하는 마음과 종사를 근심하는 성의로 사설(邪說)에 홀림이 없을 수 없어서 ‘성수가 과연 더할 수 있다면 나물국도 싫어할 것이 못되고 전성이 과연 빛날 수 있다면 소식(疏食)도 괴로운 것이 못된다.’ 하고 무릇 재계 목욕하는 것을 일체 그 말대로 하여, 삼생(三牲)071) 의 반찬을 들지 않으신 지 달포가 되기에 이르러 원기가 이미 상패(傷敗)한 것을 몰랐습니다.

신들은 생각하건대 대행 대왕 대비의 성산(聖算)072) 이 거의 고기가 아니면 배부르지 않는 연세에 이르렀고 일국의 국모로 계신 지 50년이 넘었으니, 그 봉양의 풍부함과 진수성찬의 누림이 이미 천성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그 항시의 음식을 거두고 소선(素膳)으로 대신하셨으니, 옥체를 상하게 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요승의 뜻은 다만 그 사술(邪術)을 내부리고자 하여 만금같은 군친의 몸을 돌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비밀히 재계의 설을 올려 점차 편치 못한 지경에 이르러 대고(大故)까지 당하게 되었으니, 보우는 실로 일국의 적이고 전하의 원수입니다. 부모상을 당한 것처럼 슬퍼하는 신민도 오히려 이를 갈고 마음을 썩여가며 모두 주륙(誅戮)하기를 생각하는데, 하물며 전하의 망극한 회포로 이 요승을 보심에 마땅히 어떠하시겠습니까.

신들이 듣건대 대행 대왕 대비께서 춘추가 높으시나 옥체가 강건하셨다 합니다. 전하께서 효도를 다하실 날이 바야흐로 길고 기쁨을 받들 기일이 끝이 없었으니, 만약 조양(調養)이 절도에 맞고 음식이 적의하게 되어 사설(邪說)이 해치게 하지 아니하고 영위(榮衛)073) 가 상하게 되는 사유가 없었다면 전하께서 하늘을 부르짖고 땅을 치는 슬픔이 반드시 오늘날 갑자기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이 여기에 이르니, 전하의 더없는 슬픔이 어찌 다함이 있으시겠습니까. 보우의 죄는 여기에 이르러 놓아줄 수 없습니다.

대체로 보우가 우리 국가를 어지럽히고 우리 치도(治道)를 더럽힌 것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죄와 복을 널리 떠벌여서 기망(欺罔)을 자행하고, 양종(兩宗)을 회복하고 선과(禪科)를 설치하여 이단(異端)의 교(敎)로 하여금 뿌리가 튼튼하고 물결이 넘치게 하여 세상을 미혹하고 백성을 속이기까지 하였으니, 그 간사하고 흉험하고 교활함은 한 사문(沙門)으로 소홀히 대처해서는 안됩니다. 유식한 선비는 바야흐로 말류(末流)의 근심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어찌 오늘날 흉화(凶禍)의 참혹함이 군친(君親)께 파급될 줄 생각인들 하였겠습니까. 죄악이 이미 가득하여 신과 사람이 다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만일 극악 대죄(極惡大罪)를 천지의 사이에 용납하게 한다면 그 허물을 내버려두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신들은 듣건대 전하께서 상중에 계신 이래로 집상(執喪)함이 예도에 지나치시어 안색의 슬픔과 곡읍(哭泣)의 애통에 있어서 애모(哀慕)가 망극한 마음을 극진히 하지 않음이 없으시다고 합니다. 애모가 망극한 정으로 자성(慈聖)께서 병환을 얻게 된 이유를 들으신다면 반드시 마음이 무너지고 뼈에 사무치어 서둘러 중형에 처하실 일이지, 어찌 차마 오늘날을 기다리겠습니까. 그러나 아직도 하늘의 주벌(誅罰)을 지체하여 몸과 머리를 보전하게 하시니, 이것이 일국의 신민들이 함께 전하께 의심을 두는 까닭입니다.

대개 보우의 죄는 일국에 있어서는 용서할 수 없는 적이고 전하에 있어서는 놓아줄 수 없는 원수이므로 삼척 동자라도 오히려 반드시 죄주어야 함을 아는데, 전하께서 내버려두고 묻지 않는 것은 어찌 보우에게 죄가 있음을 모르시겠습니까만, 바야흐로 상중에 계시므로 차마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시고 장차 남의 말을 기다리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인심이 함께 노하고 여러 사람이 동일한 말로 모두 ‘적이 보우에게 있으니 토벌하고 보복하는 것은 우리 임금의 책임이다.’ 합니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보우의 죄악을 통촉하시고 조금도 용서하지 말으셔서 위로는 하늘에 계시는 자성의 영혼을 위로하고 아래로는 뼈에 사무친 신민의 분을 시원하게 해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성신(聖神)하신 전하는 굽어살피소서."

하니, 답하기를,

"이 상소를 보니, 제생(諸生)의 의사는 그러하지만 강개한 성의만 품었을 뿐이요 구중 궁궐의 일을 알지 못하여 사실이 아닌 일을 잘못 듣고 망극한 중에 가벼이 논하였다. 그러나 내가 그 의심을 다 풀리도록 하였다. 대행 대비께서 전에 회암사에서 무차회를 베풀었으나 복을 빌기 위하여 까닭없이 베푼 것이 아니라, 조종조의 내원당(內願堂)이 퇴락한 곳이 많이 있으므로 정희 왕비(貞熹王妃)께서 중창(重創)한 예에 따라 보수한 뒤에 불사(佛事)를 경하한 것이지 무슨 소식(素食)을 드실 이치가 있겠는가. 다만 천성이 지극히 효성스러워서 늦봄 그믐에 마침 선비(先妃)의 기신(忌辰)을 당하였는데, 이때 바야흐로 편치 않으신 중에 소식을 폐하지 않으셨을 뿐이다. 가령 불사를 위해 소식을 드셨다고 한다면, 산승(山僧)인 보우가 어찌 재소(齋素)074) 하는 일을 번거롭게 청할 수 있겠는가. 제생(諸生)은 대비께서 오랫동안 육선(肉膳)을 끊으신 것을 어떻게 알기에 이처럼 논하는 것인가? 중들이야 아까울 것이 없으나 없는 일로 논하는 것은 불가하다. 실지로 소식을 들고 재계하시다가 병환을 얻은 일이 있으시다면, 내가 곧 공론을 좇아야겠지만 이 사이의 일은 전혀 그렇지가 않으므로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달을 넘겨가며 오래도록 논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으므로 유생들이 마침내 성균관을 비우고 나가기에 이르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31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1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비빈(妃嬪)

  • [註 070]
    전성(前星) : 세자를 말함.
  • [註 071]
    삼생(三牲) : 세 가지 짐승. 소, 돼지, 양.
  • [註 072]
    성산(聖算) : 나이.
  • [註 073]
    영위(榮衛) : 영혈(榮血)과 위기(衛氣).
  • [註 074]
    재소(齋素) : 재계하고 소식을 드는 일.

○成均館進士李宏等上疏曰:

伏以,事固有不可言者, 而情之所激, 則言; 時固有不可言者, 而勢之所急, 則言; 何者, 宮壼之事, 至隱至密, 外人之所難聞也。 然無隱不彰, 無密不著, 十目難欺、十手難掩, 則不可謂至隱至密, 而難言也。 喪疚之中, 遑遑哀遽, 人言之不可進也。 然妖妄作孽, 罪關君親, 不可一日共戴一天, 則未可謂遑遑哀遽, 而難言也。 今者, 妖僧普雨倡沙門禍福之說, 熒惑宮禁, 陳祈福之法, 設無遮之會。 謂其齋戒致誠, 足以媚佛而獲福, 行吾之說, 聖壽可添, 前星可曜, 故以慈聖愛殿下之心, 憂宗社之誠, 不能無惑於邪說。 以爲聖壽果可添, 則藜羹非所厭也。 前星果可曜, 則疏食非所苦也。 凡所齋沐, 一如其說, 三牲之膳, 不御于前者, 至於旬朔, 而不知元氣之已敗也。 臣等竊念, 大行大王大妃聖算, 幾至非肉不飽之年, 母儀一國, 五十年于玆。 其奉養之豐、珍羞之享, 已成其性矣。 一朝輟其常御, 代以素膳, 則貽傷玉體, 在所必然。 妖僧之志, 但欲逞其邪術, 而不顧君親萬金之軀, 陰進齋戒之說, 馴致不豫, 至于大故。 普雨實一國之賊, 而殿下之讎也。 臣民之如喪考妣者, 猶且腐心切齒, 皆思顯誅。 況以殿下罔極之懷, 視此妖僧, 當如何哉? 臣等伏聞, 大行大王大妃春秋雖高, 玉體康强, 殿下盡孝之日方長, 奉歡之期無窮, 若能調養順節, 甘旨得宜, 不使邪說害之, 而榮衛無致傷之由, 則殿下號天叩地之慟, 必不遽至於今日也。 言念至此, 殿下終天之慟, 庸有極哉? 普雨之罪, 至此而不可赦矣。 夫普雨之亂我國家、汚我治道, 非一日也。 廣張罪福, 恣行欺罔, 至於復兩宗、設禪科, 使異端之敎, 根固波漫, 惑世誣民。 其奸邪凶猾, 不可以一沙門忽之也。 有識之士, 方懼其末流之患, 而豈意今日凶禍之慘, 延及於君親乎? 罪惡已盈, 神人交殛。 若使極惡大罪, 得容於天地之間, 則臣等竊恐, 殿下亦不得不任其咎也。 臣等伏聞, 殿下宅憂以來, 執喪踰禮, 顔色之戚, 哭泣之哀, 無非致哀慕罔極之心也。 以哀慕罔極之情, 聞慈聖遘疾之由, 則必將摧心切骨, 亟置重典。 豈可忍待今日, 而尙稽天誅, 俾保身首? 此一國臣民, 所共疑於殿下也。 蓋普雨之罪, 在一國, 爲罔赦之賊; 在殿下, 爲不釋之讎; 雖三尺童子, 猶知必罪, 而殿下置而不問者, 豈不知普雨之爲有罪? 特以方在憂服之中, 不忍自斷, 而將待乎人言也。 今者人心共怒, 衆口一辭, 皆以爲: ‘賊在普雨, 討之復之, 吾君之責也。’ 伏願殿下, 洞照罪惡, 不少容貰, 上以慰慈聖在天之靈, 下以快臣民刻骨之憤, 不勝幸甚。 伏惟聖神垂察焉。

答曰: "觀此上疏, 諸生之意則然矣。 然徒懷慷慨之誠, 不識九重之事, 誤聞不實之言, 輕論於罔極之中, 予當盡釋也。 大行大妃, 頃者設無遮之會於檜巖, 非爲祈福無端設之也。 祖宗朝內願堂, 多有頹落之處, 故遵貞熹王妃重創之例, 修補後慶賀佛事也。 有何進素之理乎? 但以天性至孝, 暮春晦, 適値先妃(忌晨)〔忌辰〕 , 時方未寧之中, 不廢進素耳。 假令爲佛事進素, 山僧普雨豈有煩請齊素之事乎? 諸生亦何以知久絶肉膳, 而論之如此乎? 緇徒雖不足惜, 而不可以虛事論之也。 實若有進素齋戒, 而得疾, 則予當卽從公論, 而此間之事, 大不然, 故不允。" 經月久論, 不允。儒生等竟至空館。


  • 【태백산사고본】 19책 31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15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