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회암사의 무차 대회를 중지시키다
양주(楊州) 회암사(檜巖寺)에서 무차 대회(無遮大會)를 베풀었는데, 내관(內官)을 보내어 중지하게 하였다. 【이때 세자를 갓 잃자 요승 보우(普雨)가 복을 기원해야 한다는 말을 떠벌여 무차 대회를 베풀기를 청하였는데, 자전(慈殿)이 그 말에 혹하여 그대로 따랐다. 승려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몇 천 명이나 되는지 모를 정도였으며, 조각 장식의 물건을 극도로 화려 사치하게 하여 옛날에도 보지 못하던 정도였다. 또 붉은 비단으로 깃발을 만들고 황금으로 연(輦)을 꾸미고 앞뒤로 북을 치고 피리를 불어 대가(大駕)가 친히 임어하는 상황처럼 베풀었으며, 또 배위(拜位)를 마련하여 마치 상이 부처에게 배례하게 하는 것처럼 하였으니, 그 흉패(兇悖)함을 형언할 수 없었다. 창고의 재정이 고갈되고 종실·척리(戚里)도 또한 곡식과 비단을 내어 그 일을 도왔다. 자전이 그 계율(戒律)을 따라 목욕 재계하고 소식(素食)하기를 수십여 일동안 하다가 병환이 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병세가 위독하게 되자 내관을 보내어 중지하게 하였는데, 무차 대회를 베푼 지 이미 며칠이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31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1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사상-불교(佛敎)
○辛未/設無遮大會于楊州檜巖寺。 遣中使, 止之。 【時國儲新喪, 妖僧普雨廣張祈福之說, 請設無遮大會。 慈殿惑其言而從之。 緇徒四集, 不知其幾千。 彫飾之物, 窮極華靡, 曠古未見。 且紅段爲旗, 黃金飾輦, 前後鼓吹, 設大駕親臨之狀。 又設拜位, 若使上禮佛然。 其爲兇悖, 不可狀言。 府庫財竭, 宗室戚里, 亦各出粟帛而助之。 慈殿遵其戒律, 沐浴齋素, 幾十餘日, 而至於違豫。 及其大漸, 遣使止之, 設會已數日矣。】
- 【태백산사고본】 19책 31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1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