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에서 나개미치의 수금을 청함에 전교를 내리다
형조가 나개미치(羅介未致) 【사람 이름으로 중종 대왕의 후궁인 나 숙의(羅淑儀)의 친오라버니이다.】 를 수금(囚禁)하자고 청하니 정원에 전교하였다.
"이 사람이 병경(竝耕)하는 전답은 바로 숙의 나씨(淑儀羅氏)가 진상한 것으로 본궁(本宮) 【잠저(潛邸) 때 지내던 궁(宮)으로 사사로이 돈이나 곡식을 저장하던 곳이다.】 에 속한 것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뜻을 형조에 말하라." 【사노(私奴) 담동(淡同)이란 자가 말을 끌고 나개미치의 밭두둑에서 꼴을 베었는데 담동이 끌고 온 말이 그 밭의 곡식을 조금 밟아 축내었다. 이에 개미치가 화가 난 김에 담동을 무수히 두들겨 중상을 입혔기 때문에 담동의 주인이 형조에 소장(訴狀)을 올렸다. 개미치가 심문을 받던 중, 개미치가 ‘내가 병작하는 본궁의 전답을 담동이 말을 놓아보내 밟아 축내었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뜻을 이미 입계(入啓)하였다. 오늘 만일 전교가 내리지 않았다면 내일 반드시 내릴 것이다.’라고 하면서 거짓 상지(上旨)를 핑계하여 형관(刑官)을 겁주며 속박하려 들었다. 그 때문에 형관에서 수금하여 치죄(治罪)하자고 청하니, 이 전교가 있은 것이다.】
사신은 논한다. 법이란 것은 인주(人主)가 천하와 더불어 같이 공정하게 하는 것이고 사사롭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개미치는 일개 천한 종으로서 후궁의 세력을 빙자하여 평민을 두들겨 상처를 입혔으니 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도리어 상지를 핑계하여 형관을 겁주며 속박하려 들었으니 형관에서 수금하기를 청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위에서 법에 의해 치죄하도록 명하지는 않고 단지 본궁의 전답이 틀림없다는 것만 하교하였으니 법을 굽혀 사사로움을 따른 폐단이 이와 같은 예는 없었다. 그런데 후설(喉舌)의 자리에 있는 자가 다시 아뢰는 말이 없고 이목(耳目)의 직책을 맡은 자가 규명하여 바로 잡으려는 논계(論啓)가 없었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30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99면
- 【분류】사법(司法) / 농업-전제(田制) / 역사-사학(史學)
○癸卯/刑曹請囚羅介未致, 【人名。 乃中宗大王後宮羅淑儀同生娚也。】 傳于政院曰: "此人幷耕之田, 乃淑儀 羅氏進上, 屬于本宮,【潛邸時, 宮私藏(餞) 〔錢〕穀處也。】 的實矣。 此意言于刑曹。" 【私奴淡同稱名人, 持馬刈草于羅介未致之田畔, 淡同所持之馬, 踏損其田穀少許, 而介未致懷憤亂打, 以致重傷, 故淡同之主, 呈訴于刑曹。 推閱之際, 介未致云: "我幷作本宮田畓, 而淡同放馬踏損, 故今以此意已入啓。 今日若不下傳敎, 則明日必下" 云, 假托上旨, 刦勑刑官, 請囚禁治罪, 而有此傳敎。】
【史臣曰: "夫法者, 人主與天下公共, 而不可以私者也。 羅介未致, 以一賤隷, 憑藉後宮之勢, 打傷平人, 信有罪矣。 反托上旨, 脅勑刑官, 則刑官之請囚, 固宜也。 自上無依法治罪之命, 只以本宮田畓的實之事下敎, 則枉法循私之弊, 莫此若也, 而居喉舌之地者, 無復逆之言。 任耳目之責者, 無糾正之論, 誠可痛歎。"】
- 【태백산사고본】 18책 30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99면
- 【분류】사법(司法) / 농업-전제(田制)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