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대사간 등이 이양에게 아부한 지중추부사 원계검의 죄를 청하다
대사헌 이탁과 대사간 강사상 등이 아뢰기를,
"지중추부사 원계검 【안으로는 궁중과 결탁하고 밖으로는 권간에게 붙어서 은총과 지위를 굳혔다.】 은 본래 무식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낭관이 되었을 때부터 그가 경영하는 것은 모두 이욕에 관한 일이었으며 재상이 되고 나서는 수시로 태도를 바꾸면서 오로지 이끗만을 좇았습니다. 지금은 지위가 숭반(崇班)에 올랐는데도 그 욕심은 끝이 없어서 관직에만 연연해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할 계책을 생각하던 차에 이양이 위복(威福)을 제맘대로 농락하여 그의 권력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와 깊은 관계를 맺어 부귀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 싶어서 왜곡되게 영합하여 그의 말이라면 따르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의 아첨하고 굽신거리는 꼴은 아낙네보다 심하였고, 은밀히 결탁하는 자취는 귀역(鬼蜮)과도 같았습니다.
전에 그가 이조 판서였을 때 이양은 참판이었는데, 크고 작은 모든 정사(政事)를 양에게 물어서 처리하였고, 간사하고 음흉한 무리들을 끌어들여 중요한 자리를 점거하는 등 조아(爪牙)와 수족(手足)들을 널리 심어놓고 자기는 그의 심복이 되었으니 그는 전하의 총재가 아니라 실상은 이양의 가신이었습니다. 이런 뒤부터는 공론을 무시하고 기탄없는 마음을 더욱 방자히 부려 주의(注擬)할 때에 뇌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하는가 하면 남의 장획(臧獲)을 받는 등 도무지 법도가 없어서, 조정의 정사를 문란하게 하고 벼슬길을 혼탁하게 하여 성명(聖明)의 시대를 쇠란(衰亂)한 때처럼 만들었으니 계검의 죄가 극히 심합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죄망에서 벗어나 관작을 보전하고 있는지라 사림들은 의구심을 갖고 물의는 격분해 하고 있습니다. 삭탈 관작하여 문외 출송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무릇 사람의 죄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그 죄에 적절하게 해야 한다. 지난번 이양이 비록 막중한 과실을 범하기는 했으나 악역(惡逆)과는 다른 것 같기에 이양 일신만을 치죄한 것이니, 이것은 ‘괴수(魁首)만 다스리고 협종(脅從)은 다스리지 않는다.’는 뜻에 합치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지엽(枝葉)까지 모두 치죄하려 하면 일이 소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인심이 산란해질 터이니, 이는 아마도 국가의 화평한 기상이 아닐 것이다. 원계검은 일개 늙은 재상일 뿐인데 그의 과실이 어찌 이에 이르렀겠는가. 파직만 하라."
하였다. 오랫동안 아뢰니 아뢴 대로 하라고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90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678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戊申/大司憲李鐸、大司諫姜士尙等啓曰: "知中樞府事元繼儉, 【內結宮禁, 外附權奸, 以固寵位。】 本以無識貪鄙之人, 自爲郞官時, 其所經營者, 無非利欲之事, 及爲宰相, 隨時變態, 惟利是趨。 位躋崇班而厥欲無窮, 患得患失, 益生固位之計, 目見李樑之擅弄威福, 權傾一國, 欲與深結, 同享富貴之樂, 曲爲迎合, 言無不從。 諂媚阿順之狀, 甚於妾婦, 陰交密締之跡, 有同鬼蜮。 前爲吏曹判書時, 李樑爲參判, 大小政事, 皆稟於樑, 引進傾邪險詖之輩, 分據顯要, 廣植爪牙手足, 而己爲之腹心。 此非殿下之冡宰, 其實乃樑之家臣也。 自此之後, 不有公論, 益肆無忌之心, 注擬之際, 視賂多寡, 受人臧獲, 無有紀極, 以致朝政紊亂, 仕路溷濁, 使聖明之世, 有同衰亂之時, 繼儉之罪極矣。 至今脫漏罪網, 保全官爵, 士林疑懼, 物議憤激。 請削奪官爵, 門外黜送。" 答曰: "凡治人, 所當得中。 頃者李樑, 雖有重失, 似異於惡逆。 但當治一樑身, 合於治元魁, 脅從罔治之義也。 若續續竝治枝葉, 非徒事涉騷擾, 人心散亂, 恐非國家和平氣象。 元繼儉以一老宰, 所失豈至於此乎? 只罷。" 久啓依允。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90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678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