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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29권, 명종 18년 6월 4일 경술 1번째기사 1563년 명 가정(嘉靖) 42년

영의정 윤원형이 말미를 청하다

영의정 윤원형이 아뢰기를,

"신이 근래 큰 병을 여러번 겪어서 원기가 쇠약해져서 백가지 병이 번갈아 일고 두 다리가 차가와서 걷기가 어려운지라 장차 폐인이 될 것 같으므로 이달 20일부터 그믐 사이에 광주(廣州) 초수(椒水)에서 목욕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재상이 말미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기전(畿甸)의 공궤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이니, 신은 식량을 싸가지고 가서 경기 고을에 폐단을 끼치지 않을 것이므로 감히 아룁니다." 【그의 첩 난정의 소망으로 이 계청이 있었다. 두 집의 겸종(傔從)이 전야(田野)를 뒤덮고 기전이 모두 모여 공궤하는 비용을 마련하느라 백성들이 심히 고통스러워하였다.】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고, 전교하기를,

"대신의 체모는 무거워야 하거늘 어찌 음식물을 싸가지고 가겠는가. 음식물과 모든 도구를 갖추어 주도록 경기 감사에게 효유하고 말을 주도록 병조에 말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영의정 윤원형이 와서 말미를 청할 때 경기에서의 공궤하는 폐단을 열거하며 식량을 가지고 가겠다고 청한 것은 대신의 말이라 이를 만하다. 그런데 그곳에 가서 목욕하는 날에 이르러서는 농사철의 폐단을 헤아리지 않고 온집안이 다 갔으니 이 또한 대신이 할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목욕하는 곳에 가가(假家)를 짓느라 민전(民田)을 메웠으며 공역(供役)하는 관원이 끊임없이 오가느라 한 도내가 소요스러웠고 밭에는 호미를 잡은 백성이 없었으니 스스로 식량을 휴대하여 폐해를 없애고 가겠다고 한 것은 누구의 말이던가. 소요스런 폐단을 앉아서 보면서 조금도 염려하지 않는 것은 이 진정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렇다면 오늘날 식량을 싸가지고 가겠다고 청한 것은 공궤하라는 명을 굳힌 것이다. 아, 대신은 인주의 복심(腹心)인데 위로 임금을 속이고 아래로 백성을 병들게 만들어서 인주가 고립되어 의지할 데 없게 하고 나라의 근본이 무너져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니 장차 저런 정승을 어디에 쓰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49면
  • 【분류】
    인사-관리(管理) / 재정(財政) / 역사-사학(史學)

○庚戌/領議政尹元衡啓曰: "臣近來累經大病, 元氣衰憊, 百疾交作, 兩脚寒冷, 步趨艱難, 將爲廢疾之人。 欲於今月念時晦間, 沐浴于廣州 椒水, 而但宰相勿令受由者, 爲畿甸供億之弊也。 臣自齎糧物, 勿欲貽弊於畿邑, 故敢啓。" 【其妾闌貞所欲, 故有此啓。 二家傔從之戌, 被于田野, 畿甸咸集供億之費, 民甚苦之。】 答曰: "如啓。" 傳曰: "大臣體貌宜重, 何敢自齎糧物乎? 食物諸具備給事, 諭于京畿監司, 給馬事, 言于兵曹。"

【史臣曰: "領議政尹元衡來請受由之時, 歷擧畿甸供億之弊, 請齎糧以往, 則可謂大臣之言也。 至於往彼沐浴之日, 不計農月之弊, 擧家以行, 則是亦大臣之事乎? 矧其沐浴之處, 造成假家, 塡塞民田, 供役之員, 絡繹載路, 一道爲之騷擾, 民無把鋤於南畝, 則其所以欲自齎糧, 祛弊以往者, 是誰言也? 以所坐視騷擾之弊, 不以爲念者, 此誠何心哉? 然則今日之請自齎糧以往者, 所以固其供億之命也。 嗚呼! 大臣, 人主之腹心也, 而上以欺君, 下以病民, 使其人主孤立而無恃, 邦本崩析而莫恤, 則將焉用彼相哉?"】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49면
  • 【분류】
    인사-관리(管理) / 재정(財政)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