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이 나타나고 세성이 달을 범하다
오시에 태백이 미지에 나타났다. 초저녁에 세성(歲星)이 달을 범하자 달이 세성을 먹었다.
사신은 논한다. 천문지(天文志)를 살펴보면, 세성이란 것은 동방·춘(春)·목(木)·복(福)·덕(德)을 맡은 별이다. 안정(安靜)하여 도수에 맞으면 길하고, 차고 기우는 것이 도수를 잃으면 그 나라에 변이 생기는 것이다. 진 성제(晉成帝) 함강(咸康) 5년에 달이 세성을 범하여 위성(胃星)에 있었는데 점(占)에 ‘나라가 굶주리고 사람들이 유리한다.’ 하였고, 달이 세성을 범하여 묘성(昴星)에 있었는데 ‘병란이 일어난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세성이 달을 범한 것이나 달이 세성을 범한 것은 모두 변고 중의 큰 것이다. 《서경(書經)》에 ‘달이 별을 따르면 비바람이 일어난다.’ 하였으니, 이는 달과 별은 임금과 백성의 관계와 같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달이 세성을 범한 것만 해도 이미 그 도를 잃은 것인데 하물며 세성이 달을 범하는 몹시 아름답지 못한 데이겠는가. 그러나 변이란 까닭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요 반드시 감응되는 것이 있으니, 오늘날 이단이 행해지고 정도가 쇠퇴하여 뭇 사악한 무리가 등용되고 많은 어진이가 물러나며 외척이 성하여 공도(公道)가 폐해지며, 위엄과 권세가 옮겨져 명분이 어지러워졌다. 인사의 과실이 이와 같은데 천변이 일어나는 것이 어찌 까닭이 없겠는가. 천인(天人)의 감응함이 이처럼 뚜렷이 드러났는데도 경계하며 반성할 줄 모른다면 천변이 사라질 날이 없을 것이요 끝내는 반드시 그 응보가 있을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45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역사-사학(史學)
○午時, 太白見於未地。 初昏, 歲星犯月, 月食歲星。
【史臣曰: "按《天文志》, 歲星者, 東方、春、木、福德星也。 安靜中度則吉, 盈縮失度, 則其國有變。 又按晋 成帝 咸康五年, 月犯歲星在胃, 占曰: ‘國飢人流。’ 月犯歲星在昴, 占曰: ‘兵起。’ 然則歲之犯月, 月之犯歲, 皆變之大也。 《書》曰: ‘月之從星, 則以風雨。’ 此言月之於星, 猶君之於民也。 月之犯歲, 已失其道。 況歲之犯月, 不臧之甚者乎? 然變不虛生, 必有所感。 當今之時, 異端行而正道衰, 群邪進而衆賢退, 外戚盛而公道廢, 威柄移而名分亂。 人事之失如此, 天變之來, 豈其虛哉? 天人感應, 昭著如此, 而尙不知警省, 則消變無日, 而終必有其應矣。"】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45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