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사 윤원형 등에게 세자의 보양을 당부하다. 강경 시험을 보이다
상이 금원(禁苑) 기송정(岐松亭)에 나아갔다. 재추(宰樞)와 시신(侍臣)이 입시하자 세자사 윤원형과 빈객 원계검·이양에게 전교하기를,
"경들이 동궁을 보양하는 직임에 있으니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위에서 세자를 보니 어리석고 나약해서 학문에 힘쓰지 않는다. 어제 저녁 서연할 때에는 문학 권순(權純)과 설서 신응시(辛應時)가 서연에 참석하였는데 세자가 새로 강 받은 곳을 읽지 아니하여 서연관이 두세 번 억지로 권하였으나 끝내 듣지 않고 도리어 서연관으로 하여금 속히 나가도록 하였다니, 내가 그 말을 듣고 지극히 놀랍고 심히 부끄러웠다. 옛날에 성왕(成王)이 허물이 있자 주공(周公)이 백금(伯禽)을 매로 때렸다. 그러므로 동궁의 내관들을 이미 추고하게 하였다. 경들은 이제부터라도 세자를 보양하고 권장, 인도하는 데 각별히 마음을 다하도록 하라. 또 듣자니, 평상시 서연에서는 이틀 배운 것을 한꺼번에 모두 외게 한다는데 그러면 권태로운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경들은 의논하여 이제부터는 하루 배운 것만을 외게 하라."
하니, 윤원형이 아뢰기를,
"소신은 다만 아침 서연에만 참석하고 낮이나 저녁에는 참석하지 아니하여 어제 세자가 새로 배운 곳을 읽지 않았다는 일도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대개 어릴 때에는 여염집 아이들도 으레 책 읽기를 게을리합니다. 어제 세자도 마침 권태로운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틀 배운 글을 한꺼번에 모두 외게 한다면 필시 권태를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니 이제부터는 하루 배운 것만을 외게 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하고, 원계검은 아뢰기를,
"전일에도 서연에서 억지로 권해도 읽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비상한 기량을 가지면 반드시 보통 사람과 다른 호걸스러운 점이 있는 법입니다. 어제 서연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소신은 흠탄(欽嘆)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고, 이양은 아뢰기를,
"소신은 빈객이 된 지도 오래지 않으며 낮이나 저녁 서연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서연할 때 보니 세자가 눈을 딴 데 두지 않고 부지런히 읽었는데, 이는 반드시 사부·빈객·양사가 모두 모여 있기 때문에 마음을 써서 부지런히 읽은 것이고 아침 서연 이후에는 필시 권태를 느껴서 그랬을 것입니다. 또 원기가 아직 강성하지 않았는데 이틀 배운 것을 한꺼번에 외게 하면 사세상 반드시 피곤하게 될 것입니다."
사신은 논한다. 세자는 나라의 근본이라 참으로 지려(志慮)가 아직 흩어지지 않았을 때 이끌어 주고 유도하여 덕성(德性)을 도와 길러주어야지 만약 이미 굳어서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아무리 영리한 자질이 있더라도 방자한 습성을 이루게 될 것이니 두렵지 않겠는가. 오늘날 세자가 서연관을 소홀하게 여겨 배운 글을 읽지 않으니 이런 마음이 점점 자라게 되면 종사의 끝없는 걱정의 실마리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상이 근심이 되어 안으로는 세자를 책망하고 밖으로는 대신에게 말하였으니 빈객이나 사부가 된 자는 마땅히 이를 두렵게 여기고 감격하여 권계(勸戒)하고 보도할 방법을 다 아뢰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윤원형은 ‘여염집의 어린 아이도 게으른 때가 있다.’고 하였으니, 어찌 여염집 아이를 나라의 근본에 비할 수 있으며 또한 그때 마침 그러했다고 핑계하여 바르게 기르는 방법을 다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원계검은 세자가 장난치고 웃으면서 읽지 않은 것을 보통 사람과 다른 호걸스런 점이라 하였으니 그 아첨하는 작태가 심하다 하겠다. 아, 한 나라의 사직과 신민이 우러러 의지해야 할 근본을 용렬한 무리에게 맡겼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은가.
하였다. 상이 율시 제목을 내어【‘허유(許由)가 은거하다.’와 ‘ 양진(楊震)이 사지(四知)를 두려워하다.016) ’와 ‘송정(松亭)에서 재신(宰臣)을 접대하다.’는 7언이고 ‘노중련(魯仲連)이 동해에서 고상한 풍절을 세우다.’와 ‘봄바람이 화초에 향기로운 꽃소식을 전하다.’는 5언이다.】 홍문록(弘文錄) 및 제술에 피초된 문신에게 친히 시험을 보이고, 전경 문신(專經文臣)에게 강경 시험을 보였다. 또 율시의 제목을 내어 【‘송정에서 공경들을 대접하다.’와 ‘금원(禁苑)의 저문 봄’으로 7언이다.】 대제학 정유길에게 내리며 일렀다.
"영상·우상·대제학을 제외한, 입시한 좌우 재신·시신(侍臣) 및 장사(將士)는 모두 지어 올리라."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63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역사-사학(史學) / 인사(人事)
- [註 016]양진(楊震)이 사지(四知)를 두려워하다. : 양진은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 때 사람인데 무재(武才)로 천거되었다. 동래 태수(東萊太守)로 부임할 때 창읍(昌邑)을 지나는데, 전에 양진이 천거했던 왕밀(王密)이 창읍 령으로 있었다. 왕밀이 밤에 금 10근을 가지고 와 알현하면서 밤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자, 양진이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 하면서 물리쳤다. 《후한서(後漢書)》 권54.
○丙申/上御禁苑 歧松亭, 宰樞、侍臣入侍。 傳于世子師尹元衡、賓客元繼儉、李樑曰: "卿等輔養東宮之任, 其責不可不盡。 自上見世子, 愚癡殘弱, 不勤學問。 昨日夕書筵時, 文學權純、說書辛應時入參書筵, 世子不讀新受處, 書筵官再三强勸, 竟不聽從, 反令書筵官速出。 自上聞之, 至爲駭怪, 實深慙愧。 昔成王有過, 周公撻伯禽, 故東宮內官等, 已命推考。 卿等自今輔養勸導, 別加盡心。 且聞常時書筵, 兩日所受, 一時竝誦云。 不無倦怠之心, 卿等議之, 自今後, 只令誦一日所受。" 尹元衡曰: "小臣只參朝書筵, 而不入晝夕, 昨日世子新受處不讀事, 今朝始知。 大凡幼弱之時, 則雖閭閻小兒, 例怠於讀書。 世子於昨日, 必適有厭怠之意矣。 兩日所受之書, 一時竝誦, 則果必有倦怠之時。 自今只誦一日所受似當矣。" 元繼儉曰: "前者書筵, 亦有强勸而不讀之時也。 自古有非常之量, 則必有顚倒豪傑之事。 昨日書筵之事, 小臣則聞之, 有欽嘆之心。" 李樑曰: "小臣則爲賓客不久, 且不入晝、夕書筵。 臣見朝書筵時, 則世子目不在他, 讀之甚勤。 此必師傅、賓客、兩司皆會, 故用意勤讀也, 朝書筵後, 則必困怠而然也。 且元氣未壯, 幷誦兩日所受, 勢必至於困怠也。"
【史臣曰: "世子, 國本, 苟不於志慮未放之時, 提撕誘掖, 輔養德性, 而至於扞格, 則雖有英明之質, 習成放肆, 可不懼哉? 今者世子慢忽書筵官, 不讀所受書, 此心漸長, 則宗社無窮之憂, 端在此矣。 上有憂慮, 內以責世子, 外以語大臣, 爲賓師者, 固當恐懼感激, 極陳勸戒輔導之方, 而元衡曰: ‘閭閻小兒, 亦有厭怠之時。’ 豈可以閭閻小兒, 比之於國本, 亦豈可諉之於適然, 而不盡養正之道乎? 況彼繼儉, 以世子戲笑不讀, 爲顚倒豪傑。 其爲諂媚之熊, 可謂甚矣。 嗚呼, 以一國社稷臣民, 所仰賴之本, 付之於庸賤之輩, 豈不寒心?"】
上出律詩題, 【‘許由隱居。’ ‘震畏四知。’ ‘松亭接宰臣。’ 七言, ‘魯連 東海有高風。’ ‘春風花草香花信風。’ 五言。】 ‘親試弘文錄及被抄文臣製述, 且講試專經文臣。 又出律詩題, 【‘松亭接公卿。’ ‘禁苑暮春。’ 七言。】 下于大提學鄭惟吉曰: "領ㆍ右相、大提學外, 入侍左右宰臣、侍臣及將士, 皆製進。"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63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역사-사학(史學)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