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상진이 해직을 청하다
영의정 상진(尙震)이 아뢰기를,
"신은 기혈(氣血)이 모두 허약하여 많은 병이 발생하고 근력이 날로 피곤한지라 몸을 움직여 직임을 봉행하기 어려워서 전일에도 여러 차례 면직해 줄 것을 청하였으나 성은(聖恩)이 하늘과 같아서 특별히 사가(賜暇)를 명하시며 마음을 편안히 하고 누워 조리하라 하셨으니, 이는 예로부터 드물게 있는 융숭한 은혜로서 신의 몸이 비록 백 번 가루가 된다 해도 만에 하나도 보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명을 들은 이래로 오직 스스로 감읍(感泣)할 뿐 무어라 할 말을 모르겠습니다. 신의 병은 늙으면서 생긴 것으로 약으로 다스리고 조섭한다 하여 구할 수 있는 병이 아니며, 한 해가 지나도록 직사를 폐한 채 그대로 직함을 가지고 있으니 민망하고도 편치 못합니다. 속히 체직시키소서."
하니, 답하기를,
"경이 노병(老病)으로 여러 번 간곡히 사직하는지라 해직(解職)하여 조리하도록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이 원하는 바를 내가 마지못해 따르는 것이니 그리 알라."
하고, 이어서 전교하기를,
"영중추부사 윤원형(尹元衡)과 바꾸어 제수할 일을 이조에 이르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인주(人主)의 책임은 정승을 논하는 데 있으니, 진실로 하늘의 계시로 얻은 정승이 아니라면 가볍게 등용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하물며 윤원형과 같은 간악한 도적이겠는가. 하루 사이에 마치 하찮은 관직을 서로 바꾸듯 체직하였으며, 상의 이 분부가 정승을 위임하는 도리에 심히 어긋나는데도 한 사람도 항론하는 자가 없으니, 어찌 통분하지 않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35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역사-사학(史學)
○丙申/領議政尙震啓曰: "臣氣血俱虛, 百病乘之, 筋力日漸困乏, 理難運身奉職。 前日累爲乞免, 聖恩如天, 特命賜假, 使之安意臥調。 此從古罕有之隆恩, 臣身雖百糜粉, 固不能報酬於萬一。 聞命以來, 只自感泣, 不知所云。 臣之衆病, 隨老俱生, 非藥治調攝所可救, 而經年廢事, 仍帶職銜, 悶且未安。 請速命遞。" 答曰: "卿以老病, 累爲懇辭, 不可不解職調治。 卿之所願, 予其勉從, 卿其知悉。" 仍傳曰: "與領中樞府事尹元衡換授事, 言于吏曹。"
【史臣曰: "人主之職, 在論相。 苟非夢卜之賢, 不可容易擧之。 況如元衡之巨奸大賊乎? 一日遞換, 如微官之相換然。 上之此敎, 甚乖任相之道, 而無一人抗論者, 豈不痛哉?"】
- 【태백산사고본】 18책 29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35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