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가 선종 판사 보우를 추고하기를 청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운부사의 지음 영수가 선왕(先王) 태봉의 수목을 함부로 베어서 별실을 증축하였으니 범행이 극히 중합니다. 그가 스스로 목매어 죽은 것은 자신의 죄가 가볍지 않은 것을 알고서 한 짓이니, 애초에 함부로 형벌을 하여 죽게 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곡성 동리사(桐裏寺)의 지음 계당이 선종에 정소(呈訴)하여 전달하게 한 서장에 ‘충정이 있어 군신의 분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독을 깰까 염려하여 쥐를 잡지 못하듯이 해야 한다.’고 한 말은 극히 해괴합니다. 감사가 중들을 수금하는 것은 본시 군신의 분수에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인데 군신에 가탁하여 위협하고, 영수는 전하의 한 소민(小民)에 불과한데 ‘임금에게 누가 미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까지 하여 자신들이 매우 존귀한 존재인 체하였으며, 국가를 빙자하여 방백(方伯)을 공동(恐動)시켰으니 지극히 흉특합니다. 계당을 잡아다가 추고하소서. 그리고 선종도 이러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그 소장을 믿고서 내수사에 첩보하였습니다. 그 자기 편을 두둔하고 악을 동조하는 정상(情狀)이 역시 경악스러우니 선종 판사(禪宗判事)029) 를 유사(攸司)로 하여금 추고하여 엄히 다스리게 하소서."
하니, 【당시에 안으로는 문정 왕후(文定王后)가 주상을 겸제(鉗制)하고 불교를 숭상하였으며, 밖으로는 윤원형이 사림(士林)을 위협하여 이교(異敎)를 신봉하니, 승려들의 횡포와 방자가 이때처럼 극심한 적이 없었다.】 , 답하기를,
"계당은 무지몽매한 중이다. 정소할 때, 비록 온당치 않은 말을 하였다 할지라도 어찌 나추(拿推)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요즈음 국법이 행하여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중들의 일이라 할지라도 인명에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외방의 간악한 색리들을 추고하여 치죄하게 한 것이다. 어찌 미천한 중의 외람된 정소로 인하여 추치하는 것이겠는가. 선종은, 소속된 사찰의 중이 차첩(差帖)을 가지고 가도 안접(安接)할 수는 없으므로 예(例)에 따라 정소를 받아 내수사에 첩보한 것이니, 이것 역시 살피는 임무의 일부이다. 추치하는 것은 불가하다. 때문에 모두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간원이 또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뒤에 옥당(玉堂) 및 성균관 유생이 소차(疏箚)를 올려 논하고 양사(兩司)도 오랫동안 아뢰자, 계당을 남해의 섬에 도배(徒配)시키고 보우는 도대선관교(都大禪官敎)의 직위를 삭탈하라 명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놀고 먹는 무리들이 보우를 종주(宗主)로 삼아 저희들끼리 한 개의 조정(朝廷)을 만들어 궁금(宮禁)을 욕되게 하고 사대부를 능멸하고 생민들을 침탈하여 못하는 짓이 없었다. 내외가 서로 교통하며 부합하고 호응하여 그 방자한 버릇을 길러 주었으나 말 한마디 하는 대신이 없었으니 참으로 나라가 나라꼴이 아니었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28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624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농업-임업(林業) / 역사-사학(史學)
- [註 029]선종 판사(禪宗判事) : 보우(普雨).
○憲府啓曰: "雲浮寺持音靈琇, 擅斫先王胎峯樹木, 增建別室, 所犯極重。 其所自縊, 亦知其罪犯之非經也。 初非濫刑致死之比, 而谷城 桐裏寺持音戒幢, 呈訴于禪宗, 以致轉達。 其所云 ‘內有忠情, 知君臣之分者, 投鼠而忌器’ 之言, 極爲駭愕。 道主之囚禁僧人, 本不係於君臣之分, 而托於君臣而䝱之, 靈琇, 殿下之一小民, 而至稱忌器以自重, 憑托國家, 恐動方伯, 極爲兇慝。 請戒幢拿來推考。 禪宗, 非不知此言之不可出諸口, 而敢據其狀, 牒報于內需司, 其右黨同惡之狀, 亦甚可駭。 請禪宗判事, 【普雨。】 令攸司, 推考痛治。" 【時, 內則文定王后, 鉗制主上, 崇信佛敎, 外則尹元衡, 䝱持士林, 以奉異敎, 僧徒橫恣, 莫此之甚。】 答曰: "戒幢, 以迷劣僧人。 於其呈訴之際, 雖有不中之語, 豈至於拿推乎? 大抵當今國法不行, 雖僧人之事, 有關人命, 故使推外方奸吏而治之也。 豈因微僧妄訴而推治乎? 禪宗則以所屬寺刹僧人, 持差帖而往, 不得安接, 故依例受訴, 報于內需司, 亦涉察任。 不可推治, 故竝不允。" 諫院亦啓之, 竝不允。 後玉堂及成均館儒生, 竝上疏箚論之, 兩司亦久啓, 乃命戒憧徒配南海島, 普雨削都大禪官敎。
【史臣曰: "遊食之徒, 以普雨爲宗主, 自爲一朝廷, 凡所以羞辱宮禁, 陵蔑士大夫, 漁奪生民者, 無所不至。 內外交通, 符合響應, 以長縱恣之習, 而大臣無一言, 可謂國非其國矣。"】
- 【태백산사고본】 17책 28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624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농업-임업(林業)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