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 유일의 선비를 등용하게 하다. 이양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상이 사정전에 나아가 친정하였다. 전교하기를,
"국가는 충효 유일(忠孝遺逸)의 선비를 우선 등용해야 한다. 성수침(成守琛) 【파평산(坡平山) 아래에 은거하였는데 성품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담박(澹泊)하게 몸을 지키며 조촐히 속세를 떠나 살 생각을 가졌다.】 조식(曺植) 【삼가(三嘉) 사람이다. 은거하며 몸을 지켰는데 학문이 정밀하고도 광범위하였다. 두 사람은 모두 유일의 선비들이다.○성수침은 젊어서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와 종유(從遊)하였다. 기묘년 화가 일어나자 사진(仕進)에 뜻이 없어져 파평산 아래에 은거하였는데 유일로 천거되어 현감에 제수되었지만 사은한 뒤에 사직하고 부임하지 않았다. 나중에 사지(司紙)에 제수되었으나 역시 나아가지 않았다. 조식은 성품이 고매하고 용감 쾌활하여 물욕에 물들지 않았으며 세속에 분노하고 사특한 것을 미워하여 벼슬하지 않고 은둔하였다. 식견이 밝고 슬기로우며 기절(氣節)이 쇄락(灑落)하여 그의 언론을 들으면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감동하였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사람이 청렴해지고 게으른 사람이 뜻을 세우게 되는 풍도가 있다.’고 하였다. 만년에 지리산(智異山) 덕산동(德山洞)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유일로 현감에 제수되자 소를 올려 부임하지 않았다. 상께서 친정할 때에 충효 유일의 선비를 서용(敍用)하고자 하였으니 그 뜻이 매우 성대한 것이었다. 전조(銓曹)를 맡은 자가 의당 재빨리 순종했어야 했는데, 빈 자리가 없다는 것으로 핑계하여 이번 정사에 끝내 주의(注擬)하지 않았으니 명을 어긴 죄가 크다.】 홍치요(洪致堯)·이몽성(李夢成)·윤희경(尹希慶)·변훈남(卞勳男) 【모두 효행이 있다.】 남필문(南弼文) 【중종과 인종을 위하여 심상 3년을 지냈다.】 ·허강(許橿) 【허탕(許碭)의 아들인데 부상(父喪) 3년 동안 죽만 먹었다.】 을 먼저 의망하라."
하였다. 특명으로 조언수(趙彦秀) 【비록 선하지는 않지만 악하지도 않다.】 를 형조 판서로, 이몽량(李夢亮) 【인품이 평범하였다.】 을 한성부 판윤으로, 이양 【허탄하고 실상이 없는 사람이다. 또 외척의 세력을 끼고 1년 안에 갑자기 2품에 승서되었다. 실의(失意)한 사람, 아첨하는 무리가 다투어 그에게 아부하여 귀하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 상이 이렇게 그를 총애하는 것은 함께 나라를 다스릴 수 있어서라고 여겨서였는데, 이양이 과연 그런 사람일까.】 을 예조 참판으로, 윤인서(尹仁恕) 【아첨을 잘하여 한때 권세를 잡은 사람을 반드시 붙좇았다.】 를 형조 참판으로, 노진(盧禛) 【천성이 효우(孝友)하고 자품도 아름다왔다. 학문의 공력이 있어서 사람을 성실하게 대우했고 임기 응변의 지혜가 있었다. 윤춘년이 그와 사귀고 싶은 뜻이 있어서 시험삼아 시사를 가지고 물었더니, 노진이 일부러 틀리게 답하였다. 윤춘년이 노진은 지식이 없어서 취할 사람이 못된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노진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노진이 ‘만일 내가 대답을 잘하면 후일에 반드시 난처한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라고 하였다. 그의 뜻은 소인과 사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니 그의 식견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다.】 을 형조 참의로, 박영준(朴永俊) 【인물이 자상하고 민첩하나 선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청의(淸議)에 용납되지 않았으므로 논사(論思)하는 직책의 장관에는 합당치 않다는 의논이 있었다.】 을 홍문관 부제학으로, 이중경(李重慶)을 사간원 대사간으로, 윤의중(尹毅中) 【성품과 도량이 온아하였으며 글을 잘 지었다.】 을 승정원 동부승지로, 홍천민(洪天民) 【기품이 온아하였지만 나약한 태도가 있었다.】 을 홍문관 직제학으로, 성의국(成義國) 【비루하고 무식한 사람이 요행히 옥당(玉堂)에 오르니 사람들이 모두 괴이하게 여겼다.】 을 홍문관 전한으로, 이세림(李世琳) 【용렬하고 무식하다. 생업을 경영하는 데에 있어 미처 하지 못할까 염려하였다.】 을 사간원 사간으로, 구사맹(具思孟) 【성품과 도량이 온아하였지만 과감히 직언하는 기개가 부족하였다. 능원군(綾原君) 구사안(具思顔)이 공주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구사맹은 그의 동생이다. 주서(注書)였다가 특명으로 승직되니 사람들이 모두 사정을 썼다고 의심하였다.】 을 성균관 전적으로 삼았다. 이조가 아뢰기를,
"충효 유일(忠孝遺逸)의 사람에게 합당한 빈자리가 없으므로 주의(注擬)하지 못하였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뒷날 정사할 때에 직을 제수하라."
하였다. 【친정은 예로부터 그 전례가 있었는데 중도에 폐한 지 오래되었다. 이때 이양은 허황된 외척으로 총애를 받아 한창 세력이 융성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오늘의 이 친정은 대개 이양을 위해 베풀었다고 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과연 초승(超陞)되었다.】
사신은 논한다. 조식은 학문이 고명하고 성수침은 조용히 뜻을 기르고 깨끗이 몸을 닦는 사람이니, 모두 일세의 고사(高士)이다. 그 나머지 몇 사람 중에도 효행이 있는 자가 더러 있으니 전형의 권한을 맡은 자는 발탁하여 여러 관직에 두도록 했어야 한다. 그런데 친정하는 날에 서용하라는 분부가 있었지만 빈자리가 없다는 것으로 핑계대며 즉시 주의하지 않아서, 현능한 사람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뜻을 이미 발로되도록 해놓고 다시 막았으니, 임금을 선도(善道)로 인도하는 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전형의 권병을 맡은 자가 비록 빈자리가 없다고 핑계대더라도 임금에게 참으로 현인을 좋아하는 정성이 있다면 마땅히 특명으로 관작을 제수해야 할 일이지 어찌 후일을 기다려야 하는가. 천안(天顔)을 지척에서 모시면서 임금의 명을 받들지 않는 죄가 저와 같고 특명이 미친 자 중에 무식한 외척들이 또 이와 같이 많은데도 온 조정에 한 사람도 그 잘못을 말하는 자가 없으니 국가의 일이 장차 날로 잘못되어갈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26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561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사학(史學) / 윤리(倫理)
○丁卯/上御思政殿, 親政。 傳曰: "國家所當先用忠孝遺逸之人。 成守琛、 【隱居波平山下, 性至孝。 沖澹自守, 蕭然有出塵之想。】 曺植、 【三嘉人也。 隱居自守, 學問精博。 二人皆遺逸之士也。" 成守琛少從趙靜庵 光祖遊。 己卯禍起, 無意仕進, 隱居坡平山下, 以遺逸薦, 授縣監, 拜恩後辭不赴。 後除司紙, 亦不起。 曺植性高邁勇決, 不爲物欲所漬, 憤世嫉邪, 隱遯不仕。 識慮明睿, 氣節灑落, 聽其言論, 人皆竦動。 識之者以爲, 庶幾廉頑立懶之風云。 晩年築智異山之德山洞, 以遺逸拜縣監, 抗疏不赴。 上於親政, 欲收敍忠孝、遺逸之士, 其意甚盛。 爲銓曹者, 所當將順之不暇, 而乃托以無窠闕, 是政竟不注擬, 其方命之罪大矣。】 洪致堯、李夢成、尹希慶、卞勳男、 【皆有孝行。】 南弼文, 【爲中廟、仁廟心喪三年。】 、許橿, 【許磁之子, 其父之喪歠粥三年。】 其先擬望。" 特命趙彦秀 【雖不爲善, 亦不爲惡。】 爲刑曹判書, 李夢亮 【人品庸常。】 爲漢城府判尹, 李樑 【以浮誕無實之人, 又挾椒親之勢, 周年之內, 驟陞二品。 失意之人、諂邪之徒, 爭趨歸附, 得躋貴顯。 上之所以寵眷如此者, 謂可以共理, 而樑果其人乎?】 爲禮曹參判, 尹仁恕 【工於諂媚, 一時權勢之所歸, 必趨附焉。】 爲刑曹參判, 盧禛 【天性孝友, 資稟亦美。 有學問之功, 待人以誠, 又有應變之智。 尹春年有願交之意, 嘗訪以時事, 禛故對以錯謬, 春年以爲無智識不足取。 或問其故, 禛曰: "使我善其對, 後日必有難處者。" 其意蓋不欲與小人交也, 其識慮過人矣。】 爲刑曹參議, 朴永俊 【人物詳敏, 但不好善, 而不容於淸議, 故頗有不合論思長官之譏。】 爲弘文館副提學, 李重慶爲司諫院大司諫, 尹毅中 【性度溫雅, 又能屬文。】 爲承政院同副承旨, 洪天民 【氣稟溫雅, 但多萎弱之態。】 爲弘文館直提學, 成義國 【麤鄙無識, 幸忝玉堂, 人皆怪之。】 爲弘文館典翰, 李世琳 【庸鄙無識。 營生産, 猶恐不及。】 爲司諫院司諫, 具思孟 【性度溫雅, 但乏敢言之氣。 綾原尉 具思顔尙公主, 而思孟其弟也。 以注書特命陞職, 人皆疑於私也。】 爲成均館典籍。 吏曹啓曰: "忠孝遺逸之人, 無相當窠闕, 故不得注擬。" 傳曰: "後日之政, 除職。" 【親政, 古有其例, 而中廢已久。 是時樑也, 以戚里浮誕之人, 眷注方隆, 人謂今玆親政, 蓋爲樑而設, 至是果然趨陞。】
【史臣曰: "曺植, 學問高明, 成守琛, 恬養淸修, 皆一世之高士, 其餘數子, 亦或有孝行者。 主銓衡之權者, 所當甄拔, 列于庶位可也, 而乃於親政之日, 有收敍之敎, 則以無窠闕爲辭, 而不卽注擬, 使好賢之美意, 旣發而復沮, 則其可謂引君當道者乎? 典銓衡之柄者, 雖托於無闕, 苟有好賢之誠心, 當自特命拜爵, 何待於後日乎? 咫尺天顔, 不奉君命之罪, 旣如彼, 特命之所及, 多在椒親之無識, 又如此, 而擧朝無一人言其非, 則國家之事, 將日非矣。"】
- 【태백산사고본】 16책 26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561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사학(史學)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