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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26권, 명종 15년 2월 7일 계묘 3번째기사 1560년 명 가정(嘉靖) 39년

경상도 관찰사가 주인을 살해한 한련과 영천의 사마소의 유생에 대해 치계하다

경상도 관찰사 이감(李戡)이 치계하기를,

"금산(金山)에 사는 품관(品官) 이팽종(李彭宗)의 집에 강도가 뛰어 들어와서 팽종을 살해했습니다. 그의 아내가 간신히 달아나 창 뒤에서 살펴보니 그 중 한 사람이 변장하고 도적 속에 섞여 있었는데 그 집 하인(下人) 한련(漢連)이었습니다. 한련이 도적떼를 선도(先導)하여 자기의 주인을 살해한 죄상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니, 경관(京官)을 파견하여 추문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영천 군수(永川郡守) 심의검(沈義儉)은 거문고를 만들고자 하여 향교(鄕校)의 묘정(廟庭)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었습니다. 심의검이 감히 성묘(聖廟)의 나무를 벤 것은 참으로 무례한 일이니 당연히 파면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그 군의 품관(品官)·교생(校生) 등은 관문(官門)에 모여서 훈도(訓導)를 축출할 것을 논의하였고, 생원(生員) 정거(鄭琚)·노수(盧遂) 등은 다시 다른 나무를 심어 놓고 제문(祭文)을 지어 고하고 【제문에 ‘어찌하여 오늘 다시 나무를 베는 일을 만났는가?’라는 말이 있다.】 일제히 소리 내어 곡림(哭臨)하였습니다. 그 뜻은 비록 가상하다고 할 수 있으나 등위(等威)를 돌아보지 않고 드러나게 토주(土主)를 욕보였으니, 그 일도 몹시 사리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요즈음 습속이 날로 그릇되어 유향소(留鄕所)018) 외에 별도로 사마소(司馬所)019) 라는 것을 두어 하나의 관부(官府)로 만들고, 한 지역에서 제일 어른 노릇을 하면서, 논의를 주장하여 공사간(公私間)에 폐를 끼치고 있으며, 수령을 헐뜯고 칭찬하는 일도 그 손에서 나오고 있으니 현재의 폐풍(弊風) 중에 이보다 심한 것은 없습니다. 정거 등을 가두고 치죄하여 폐단의 근원을 막으소서."

사신은 논한다. 잔인하게 성묘의 뜰에 선 나무를 베었으니 그 죄가 크다. 그러나 도리어 유생이 지주(地主)를 능멸했다고 하였으니 이감심의검과 같은 유이다. 심의검은 조금 강등되었다가 바로 서임되어 내외직(內外職)에 오르기를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하였으니, 지위 높은 권신을 잘 섬긴 효험이 이와 같다.

하니, 정원에 전교하기를,

"경상 감사의 계본을 살펴보건대 세속이 경박하고 험악하여, 사습이 아름답지 못한 것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매우 한심스럽다. 주인을 살해한 것은 강상(綱常)에 관계되는 지극히 악독한 큰 변죄이다. 참으로 하루라도 이 세상에서 용납할 수 없으니 한련을 속히 잡아다 삼성 교좌(三省交坐)020) 하여 끝까지 추문해서 나라에 형법이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라. 유향소와 사마소는 지방의 큰 걱정거리이다. 제멋대로 행동하여 폐를 끼치고 지나치게 무례하니, 마땅히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의례적으로 추문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26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542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역사-사학(史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註 018]
    유향소(留鄕所) : 지방 군현(郡縣)의 수령을 보좌하던 자문 기관. 즉, 지방의 유식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기관으로 향리(鄕吏)의 불법을 규찰하며, 향민의 불효·불목(不睦)을 감찰하는 등 미풍양속을 유지하기 위한 자치기관이다. 그러나 폐단 또한 적지 않아 성종(成宗) 20년(1489)에 이것을 개혁하여 지방 풍속을 바루고 향리의 부정을 규찰할 목적으로 좌수(座首)와 별감(別監)을 두는 등 그 체제를 정비하였다.
  • [註 019]
    사마소(司馬所) : 지방 군현마다 생원과 진사들이 모여 유학을 가르치고 정치를 논하던 곳. 세력이 강해지자 많은 폐단을 조성하여 선조(宣祖) 6년(1573) 유성룡(柳成龍)의 계청으로 혁파되었다.
  • [註 020]
    삼성 교좌(三省交坐) : 삼성은 강상 죄인(綱常罪人)을 추국하는 세 아문(衙門)인 의정부·사헌부·의금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교좌는 강상 죄인을 추국하기 위하여 삼성이 합좌함을 말한다.

慶尙道觀察使李戡馳啓曰: "金山居品官李彭宗家, 强盜突入, 殺害彭宗。 其妻艱難走出, 從牖後諦視, 有一人變形易服, 雜於賊中, 乃其奴漢連也。 漢連等倡率賊黨, 殺害其主, 事狀昭著。 請發遣京官, 推問何如? 永川郡守沈義儉, 欲作琴, 斫伐鄕校廟庭桐木。 義儉敢伐聖廟之樹, 固是無狀。 所當罷黜。 而其郡品官、校生等, 聚會官門, 議黜訓導, 而生員鄭琚盧遂等, 改植他木, 作文祭告, 【其文有 "那何今日再逢伐樹" 之語。】 齊聲哭臨。 其志雖曰可嘉, 不顧等威, 顯辱土主, 其事亦甚不中。 近來習俗日非, 鄕所之外, 又有司馬所, 作一官府, 雄長一境, 主張論議, 公私貽弊, 毁譽守令, 亦出其手。 當今弊風, 未有甚於此。 請囚鄭琚等治罪, 以杜弊源。"

【史臣曰: "忍伐聖廟之庭樹, 其罪大矣, 而反以儒生, 爲陵蔑地主, 則也亦義儉之類也。 義儉略被貶降, 旋卽收敍, 遷登內外, 無不如意。 善事權貴之效, 如此。"】

傳于政院曰: "觀此慶尙監司啓本, 世俗薄惡, 士習不美, 至於此極, 不勝寒心。 殺主, 乃綱常極惡大變, 固不可一日容於天地之間。 漢連急速拿來, 三省交坐窮推, 明示邦刑。 留鄕所、司馬所, 爲外方巨患。 橫恣作弊, 泛濫無狀, 所當痛治, 不可例推。"


  • 【태백산사고본】 16책 26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542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역사-사학(史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