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부 상선 문계종과 상다 박종을 말을 조련하는 데 참여시키라고 전교하다
정원에 전교하였다.
"친열(親閱)·타위(打圍)·배릉(拜陵)·관가(觀稼)할 때는 의당 말을 타야 하는데 어마(御馬)가 길들여졌는지의 여부는 관계되는 바가 가볍지 않다. 지난번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조종조에서는 가까이 모시는 내관(內官)이 어마를 관장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역시 내시부 상선(尙膳) 문계종(文繼宗)과 상다(尙茶) 박종(朴宗)을 말을 조련하는 데에 함께 참여케 한다."
사신은 논한다. 《서경(書經)》에 ‘복신(僕臣)이 바르면 그 임금이 바르게 되고 복신이 아첨을 잘하면 그 임금이 스스로 훌륭한 체한다.’고 하였다. 복신이 임금의 덕에 관계되는 바가 이처럼 중하다면 그 소임이 어찌 중한 것이 아니겠는가. 열무 때 말이 놀란 뒤로 내시들의 충동질하는 말을 미덥게 듣더니 특별히 이 두 사람을 명하여 말을 조련하는 일을 관장하게 하였다. 이는 선왕이 가려 제수한 직임을 가벼이 여기고 내시들의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일으키게 한 것이며, 말을 모는 신하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고 초당(貂璫)066) 에게 명령을 듣게 한 것이다. 뒷날 국가 안위의 기틀이 혹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겠는가. 슬프다. 내시들이 전횡할 조짐이 유신(維新)의 노비 사건에서 비롯되었는데, 또 어마를 조련시키는 임무를 맡기었다. 그렇다면 이목(耳目)의 지위에 있는 자는 진실로 아래로 그 일을 바루고 위로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아야 마땅한데, 지금의 대간들은 나랏일의 경중을 알지 못함이 이와 같으니, 애통스럽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25권 73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532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사(宗社) / 교통-마정(馬政) / 역사-사학(史學)
- [註 066]초당(貂璫) : 내시를 뜻함.
○傳于政院曰: "親閱、打圍、拜陵、觀稼時, 當乘馬, 而御馬馴逸, 所關非輕。 追想前日之事, 極爲寒心。 祖宗朝近侍內官, 不無監掌御馬者。 故今亦以內侍府尙膳文繼宗、尙茶朴宗, 同參習馬。"
【史臣曰: "《書》云: ‘僕臣正, 厥后克正, 僕臣諛, 厥后自聖。’ 僕臣之於君德, 所係如此其重, 則其任豈不重哉? 自閱武馬驚之後, 信聽內侍胥動之說, 特命此二人, 俾掌其調馬之事。 是則輕先王簡授之任, 起宦寺驕恣之心, 使僕御之臣, 俛首聽令於貂璫之下也。 他日國家安危之機, 顧不在玆歟? 嗚呼! 宦寺專擅之漸, 濫觴於惟新奴婢之事, 而又委以御馬調習之任, 則在耳目之地者, 固當下正厥事, 上格君心, 而今之臺諫, 不知國事之輕重如此, 臣竊痛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25권 73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532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사(宗社) / 교통-마정(馬政)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