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유승선이 산량·천택·어전·시장의 폐단의 내용을 아뢰다
지평 유승선이 아뢰기를,
"신이 전날 경연에서 산량 천택에 대해 아뢰었는데, 삼가 전교를 보니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봉은사 시장은, 신의 처(妻)의 고향이 곧 원주(原州) 땅이어서 신이 유생일 때부터 양근(楊根)·월계(月溪)를 거쳐 오고갈 때마다 매번 길가에 긴 푯말을 세우고 거기에 ‘봉은사 시장(奉恩寺柴場)’이라고 써둔 것을 보아 왔는데, 갑인년에 신이 강원도 도사가 되어 왕래할 때에도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고기잡이를 금하는 건은, 강릉부(江陵府) 서쪽에 오대산(五臺山)이 있고 산 아래에 내[川]가 있는데, 신이 그 도의 도사로 있을 때 마침 구황의 명을 받고 편복 차림으로 순행하다가 우연히 해가 저물어 월정사에 투숙하였더니, 절 아래 긴 푯말 위에 ‘금렵(禁獵)’이라 쓰여 있기에 신이 이상히 여기고 물어 보니, 야로(野老)들이 ‘이 내는 근처 주민이 이전부터 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는데, 중들이 절 안에 비린내가 풍길까 염려하여 이를 금하고 있다.’ 하였습니다. 이는 신이 직접 본 사실입니다. 정금원평 초장(草場)은, 삼전도 주민 두서너 명이 와서 말하기를 ‘봉은사가 정사년 이래 해마다 풀을 베어 오면서 그곳 주민에게는 일체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였습니다. 이는 신이 직접 들은 사실입니다.
말이 산량 천택에 미쳐 우연히 계달하였는데, 지금 정원에 내린 전교를 받들고 다시 생각해 보니, 직접 본 일이 5∼6년 전이었고 직접 들은 말은 눈으로 본 일이 아닙니다. 또 시장은 능침사가 건립된 이래 있었던 것인데, 양종이 다시 설치된 뒤에 범연히 주달하여, 일이 전파된 헛소문을 듣고 아뢴 것처럼 되어 상의 전교가 있기에 이르렀으니, 그대로 언관의 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의 허탄한 일을 규찰할 수 없습니다. 속히 신의 체직을 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대간이 일에 대해 보고 들은 바로써 아뢰면, 나는 의당 시비를 자세히 살핀다. 지금 능침사의 시장이 양종의 부활 이후에 비로소 생겼다고 범연히 아뢰기에, 내가 그 오래되었음을 알게 하기 위하여 그렇게 말한 것이다. 강원도의 사승(寺僧)이 금렵하는 것은 내가 그곳을 알지 못하다가 지금 알았는데, 이것도 예부터 금렵해 오던 것을 주민들이 신설된 것으로 여긴 것일 것이다. 정금원평의 풀베는 일은, 사노(寺奴)를 추문하니, 누구나 다 풀을 벨 수 있는 곳인데 어느 누가 공지(公地)를 금하겠느냐고 하였다. 이는 다 헛소문에 불과한 일이다. 다만 이 뜻을 정원에 알렸을 뿐이다.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25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502면
- 【분류】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농업-임업(林業) / 인사-임면(任免)
○持平柳承善啓曰: "臣於前日, 入侍經席, 以山梁、川澤事啓達, 而伏覩傳敎之辭, 不勝惶恐。 奉恩寺柴場, 則臣之妻鄕, 乃原州之地, 臣自爲儒生往來時, 道由楊根、月溪之邊, 每見長栍立于道上, 書曰: ‘奉恩寺柴場’, 而甲寅年臣爲江原道都事, 往來時亦如之。 禁獵則江陵府西, 有五臺山, 山下有川。 臣爲其道都事時, 適承救荒之命, 以便服巡行, 偶因日暮, 投宿于月精寺, 寺下有長栍書曰: ‘禁獵。’ 臣怪而問之, 野老皆言: ‘此川, 近地居人等自前網魚以食, 而寺僧恐其寺中有腥膻之氣禁之’ 云。 此則臣乃目覩之事。 鄭今院坪草場, 則三田渡居民數三來言: ‘奉恩寺, 自丁巳年以來, 年年刈草, 而其處居人, 不得下手’ 云。 此則臣乃親聞矣。 語及山梁、川澤, 偶然啓達, 而今承下政院之敎, 更思之, 則目覩之事, 皆在於五六年前, 親聞之言, 亦非目覩之事, 而且柴場, 自立陵寢寺以來, 例有之, 而以兩宗復立後, 泛然啓之, 似出於傳播虛言, 致有自上傳敎。 仍在言地, 不可糾人誕誣之事。 請速命遞臣職。" 答曰: "臺諫, 凡事以聞見啓之, 則予當察其是非, 而陵寢寺柴場, 以爲兩宗復立後始設, 泛然啓之, 故使知久遠之意而言之矣。 江原道寺僧禁獵, 則予未知某處, 而今始知之, 此乃自古禁獵, 而居民必以爲新設也。 鄭今院坪郊草事, 推問寺奴, 則衆人共刈處, 誰禁公地乎? 此是傳播之事。 只諭此意於政院而已, 勿辭。"
- 【태백산사고본】 16책 25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502면
- 【분류】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농업-임업(林業)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