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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25권, 명종 14년 2월 4일 병오 2번째기사 1559년 명 가정(嘉靖) 38년

헌부에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승지를 파직할 것을 청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승지는 아침 저녁으로 가까이 모시는 신하로서 왕의 말을 출납하는 임무를 맡았으므로 세상에서 내상(內相)이라고 일컫고 있으니, 그 소임이 진실로 막중합니다. 근래 정원의 일이 자못 예와 같지 아니하여 위아래에 규찰하는 풍습이 없습니다. 출납하는 즈음에 대죄(待罪)가 계속될 뿐이 아닙니다. 출근이 너무 늦어서 말로는 궐문 열기를 기다린다고 하나 실은 해가 뜬 뒤이고 퇴근이 너무 일러서 말로는 해가 지는 때라고 하나 실은 오후 한낮이어서 궐문의 열리고 닫힘이 상도(常度)를 벗어나, 온 원내(院內)에 누적된 일이 많아 물정이 모두 미편하게 여깁니다. 도승지 정종영(鄭宗榮)·좌승지 어계선(魚季瑄)·우승지 강사상(姜士尙)·좌부승지 심전(沈銓)·우부승지 김귀영(金貴榮)·동부승지 이언경(李彦璟)을 체차하여 퇴폐한 풍습을 진작시키소서.

명위(名位)와 등급은 나라에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상관(上官)이 하관(下官)을 접하고 후진이 선진을 받드는 데는 체모가 그 사이에 있는 것인데, 백료(百僚) 중에서 사관(四館)의 관원들은 규칙이 가장 엄격합니다. 1위(位) 사이에도 규칙이 엄격하므로 저마다 공경하고 받들면서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예부터 현준(賢俊)한 인사 중 이길을 거치지 않고 마침내 명공 거경(名公鉅卿)이 된 자는 없었습니다. 더욱이 새로 급제하여 분관(分館)010) 된 자를 ‘신귀(新鬼)’라 하여 마구 억누르는 것은 그 예기(銳氣)를 꺾으려는 것일 뿐 아니라 용인(容忍)하는 덕을 길러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니, 어찌 도움이 없다 하겠습니까.

근래에는 사풍(士風)이 좋지 못하여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을 고치(高致)011) 로 여기고 능만(陵慢)하는 것을 기절(氣節)로 여기어, 조금만 검속(檢束)을 가하면 따르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비방하여 조금도 꺼림이 없으니, 이같은 자들을 낭사(郞舍)와 대성(臺省)에 둔다면 그 나중의 해독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승문원의 권지(權知) 이우직(李友直)·최홍한(崔弘僴)·구변(具忭)은 다 서울 출신으로, 허참례(許參禮)를 가진 뒤에 혹은 이유 없이 가버리기도 하고 혹은 병을 핑계로 물러나 있기도 하면서, 친구의 집이나 연회석에 제멋대로 드나들며 비방하는 말을 마구 지껄여, 이전에 없던 폐풍(弊風)을 크게 조성시키고 있으니, 매우 놀랍습니다. 먼저 파직하고 나서 추고하여 그 나머지를…(자획 불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여섯 승지를 어찌 다 파직시킬 필요야 있겠는가. 모두 추고하여 치죄하라. 이우직 등의 일은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승지에 대한 일을 세 차례 아뢰니,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25권 9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50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註 010]
    분관(分館) : 문과에 급제한 자를 승문원·성균관·교서관에 나누어 배치시켜 권지(權知)라는 이름으로 실무를 익히게 하는 일.
  • [註 011]
    고치(高致) : 높은 운치.

○憲府啓曰: "承旨爲近密夙夜之臣, 掌出納王言之任, 世以內相稱之, 其任固重。 近來政院之事, 殊不如古, 上下之間, 無糾檢之風。 非但出納之際, 待罪相繼, 其仕進太晩, 名爲待門, 而實在日出之時, 其仕罷大早, 名爲日入, 而實近後晌, 以致闕門開閉, 不由常度, 而一院之中, 事多淹滯, 物情皆以爲未便。 都承旨鄭宗榮、左承旨魚季瑄、右承旨姜士尙、左副承旨沈銓、右副承旨金貴榮、同副承旨李彦璟, 請竝遞差, 以振頹靡之習。 且名位、等級, 有國之不可闕者, 而上官接下官, 後進承先進, 莫不有體貌存乎其間, 而百僚之中, 四館官員, 其繩墨最峻。 其曰一位嚴於一位, 莫不敬憚供事, 以察其職任之所當爲。 故古來賢俊之士, 未有不由此道以出, 而竟爲名公鉅卿者也。 況新及第分館者, 則號爲 ‘新鬼’ 而屈抑之, 非但折其剛銳之氣, 亦有以成就其容忍之德, 豈曰無所補哉? 近來士風不美, 以自便爲高致, 以陵慢爲氣節, 少有檢攝, 則非惟不從, 反爲之詆毁, 略無忌憚。 以如此之人, 而馴致於郞舍、臺省, 厥終之害, 其可量哉? 承文院權知李友直崔弘僴具忭, 俱以在京之人, 許參之後, 或無緣棄去, 或托病退在, 朋友之家, 宴集之所, 出入自如, 鼓成訾謷之毁談, 大開無前之弊風, 至爲駭愕。 請先罷後推, 以〔懲〕 其餘。" 答曰: "六承旨, 何必盡遞乎? 竝推考治罪。 李友直等事, 如啓。" 承旨事, 三啓依允。


  • 【태백산사고본】 16책 25권 9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50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