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궁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듣고 문위사의 파견을 논의하다
정원에 전교하기를,
"지금 주청 성절사(奏請聖節使)의 서장을 보니, 중국 궁중(宮中)에 화재(火災)가 있었다는데 매우 놀랍다. 삼공(三公)·영부사(領府事)·예조 당상·승문원 제조를 명소(命召)하라."
하였다. 좌의정 상진(尙震)·우의정 윤개(尹漑)·영중추부사 윤원형·판중추부사 정사룡(鄭士龍)·겸 병조 판서(兼兵曹判書) 이준경(李浚慶)·예조 판서 홍섬(洪暹)·예조 참판 조언수(趙彦秀)·호조 참판 채세영(蔡世英)·공조 참판 민기(閔箕)·상호군(上護軍) 박민헌(朴民獻)이 빈청(賓廳)에 나아왔다. 전교하기를,
"이 주청 성절사의 서장 【*.】 및 베껴서 적은 조서(詔書) 【*.】 를 보니, 중국 조정의 궁중에 화재가 비상한 바 황제가 반드시 크게 놀랐을 것이니 매우 미안한 일이다. 별도로 문위사(問慰使)를 보냄이 마땅할 듯한데 속히 전례를 상고해서 의논하여 아뢰라. 또 7월 사이에 태자(太子)를 봉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양사(兩使)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니 별도로 보낸 통사가 도착한 다음이라야 허실을 알 수 있겠다."
하였다. 상진 등이 회계(回啓)하기를,
"신들이 베껴온 조서를 보니 매우 놀랍습니다. 곧 문위사(問慰使)를 별도로 보냄이 마땅하나 주청사와 동지사가 떠날 기일이 머지 않은데 사행(使行)이 잦으면 오가는 일로(一路)에 폐단이 많으니, 단사(單使)를 차출해서 동지사와 함께 가게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또 태자를 봉한다는 말이 있고 중국 사신도 나올 것인데 중국과 우리 나라의 폐단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단사를 차출코자 하는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내용은 알았다. 동지사의 출발이 한 달 뒤에 있으니 단사를 차출해서 함께 가게 하면 오가는 일로의 폐단을 없앨 수 있겠다. 영상과 오지 않은 재상에게도 해사의 낭청(郞廳)을 보내어 수의(收議)한 다음에 결정하겠다."
하였다.
【*서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번 4월 18일에 중국 궁중에 화재가 나서 봉천전(奉天殿)·화개전(華蓋殿)·근신전(謹身殿)과 봉천문(奉天門)·오문 좌우(午門左右)와 오봉루(五鳳樓)·육과랑단문(六科廊端門)이 연달아 타서 20일이 되어서야 불이 꺼졌습니다."】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의 조서는 다음과 같다."짐(朕)은 본디 동성(同姓)의 후사(侯嗣)였고 당초부터 왕자(王子)와 같은 몸이 아니었다. 그런데 황천(皇天)의 보명(寶命)이 도운 바요 이친(二親)의 쌓은 경사(慶事)가 나에게 미쳐, 들어와서 대통(大統)을 받든 지가 이제 36년이 되었다. 어제 전에 없던 큰 화재를 만났으나 천은(天恩)을 힘입어 죄를 용서받아 다시 살아났으니, 이 마음에 새겨진 감사함은 형용하기가 어렵다. 한결같은 생각으로 신명(身命)을 사랑하라는 것은 실상 신하들의 한 말에 힘입음이요, 원래부터 허적(虛寂)한 이단(二端)이 아니었다. 짐의 마음과 짐의 충정(忠情)은 상천(上天)이 밝게 살피리라. 그저께 가뭄을 인해 뇌정홍응단(雷霆洪應壇)에 기우(祈雨)하고 빗방울이 내림을 기뻐하였는데 뒤따라 사나운 뇌화(雷火)가 있어 정조(正朝)의 세 전(殿)이 일시에 탔고 문랑(門郞)이 연소되어 순식간에 타버렸다. 인애(仁愛)하는 하늘의 밝게 살피심을 우러러 생각하니, 모두 짐의 몸에 허물이 무거웠던 탓이었다. 이에 자신을 탓하는 글을 내려서 많은 신민(臣民)에게 보이노라. 아아, 재앙과 상서가 한꺼번에 있었으니, 감응(感應)함이 어찌 없으리오. 모든 직위에 있는 자는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뜻을 함께 함이 마땅하다. 머리와 몸은 서로 관계되는 것이니 방자한 행락은 옳지 못하며 반드시 대신 수고하는 진정을 다해서 국민의 염원에 마음을 다함이 마땅하다. 위로 하늘의 경계를 받들어서 너의 임금을 돕고 아래로 생령(生靈)을 어루만져서 편히 살게 하기를 힘쓰라. 마음을 합쳐 서로 함께 도모해서 내가 걱정을 말게 하라. 이에 조서를 내리노니 다 함께 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15책 2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421면
- 【분류】외교-명(明)
○丁酉/傳于政院曰: "今觀奏請、聖節使書狀, 中國宮中失火云。 至爲驚愕。 命召三公、領府事、禮曹堂上、承文院提調。" 左議政尙震、右議政尹漑、領中樞府事尹元衡、判中樞府事鄭士龍、兼兵曹判書李浚慶、禮曹判書洪暹、禮曹參判趙彦秀、戶曹參判蔡世英、工曹參判閔箕、上護軍朴民獻詣賓廳。 傳曰: "觀此奏請、聖節使書狀 【今四月十八日, 中原宮中失火, 延燒奉天殿、華蓋殿、謹身殿及奉天內午門左右五鳳樓、六科廊端門, 至二十日火滅。】 及謄書詔書,【奉天承運皇(參) 〔帝〕詔曰: "朕本同姓之侯嗣, 初非王子之可同。 惟皇天寶命所與, 曁二親積慶在予。 夫入奉大統, 于玆三十六禩。 昨大遭無前之(力)〔大〕 變, 荷天恩赦佑以復生, 此心感刻難名。 一念身命是愛惜, 實賴臣勞之一語, 而原非虛寂之二端。 朕心、朕忠, 上天明審。 昨因時旱, 禱澤于雷霆洪應之壇, 方喜零雨之垂, 隨有雷火之烈, 正朝三殿, 一時燼焉, 延及門廊, 倐刻燃矣。 仰惟仁愛之昭臨, 皆是朕躬之咎重。 玆下罪己之文, 用示臣民之衆。 吁! 災祥互有, 感召豈無? 凡在位者, 宜同祗畏之情, 首體相關, 未可幸樂之肆, 必盡代勞之眞, 當竭國民之念。 上承天戒, 以佐爾君, 下撫生靈, 務令妥遂, 共圖協恭, 勿乃我棄。 故玆詔示, 咸使爲之。"】 中朝宮中, 火變非常, 皇上必驚動, 亦極未安。 似當別遣問慰使。 速考前例議啓。 且七月間, 有封太子之言云。 然已入歸兩使, 別出送通事, 然後可知虛實矣。" 尙震等回啓曰: "臣等伏見謄書詔書, 至爲驚愕。 卽當別遣問慰使, 然奏請、冬至使行期不遠, 而使行頻數, 一路多弊。 差出單使, 與冬至使竝行似當矣。 且有封太子之言, 天使亦將出來。 中國與我國之弊, 不可不慮。 以此欲差出單使也。" 答曰: "啓意知道。 冬至使之行, 只隔一朔, 差出單使偕行, 則一路之弊, 可除矣。 領相及未來宰相處, 令其司郞廳, 收議後當發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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