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릉과 현릉에 행행하여 음악을 연주하다
상이 건원릉(健元陵)과 현릉(顯陵)055) 에 행행하였다. 참포(黲袍)에 오서대(烏犀帶)를 띠고서 제사를 마친 뒤에 융복(戎服)을 입고 말을 타고 송계(松溪) 【양주(楊州) 땅이다.】 에 이르러 대주정(大晝停)하였는데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호종(扈從)하는 신하들에게 술을 내렸다. 정원(政院)이 아뢰기를,
"상께서 타신 말이 잘 달리므로 호종하는 신하들이 모두 미처 따르지 못하니, 위의(威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저녁에는 일세(日勢)를 봐가면서 하겠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선왕의 능침에 전알(展謁)하였으니, 선왕을 사모하는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상이 곤복(袞服)과 면류관(冕旒冠)을 벗고 옥색포(玉色袍)를 입었으니 의복이 이미 바뀐 것이다. 의복이 바뀌었으면 마음도 변하는 것이다. 하루 사이에 남은 슬픔이 다하지 않았을 것이니 융복을 입은 일도 이미 옳지 못하거늘 하물며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겠는가. ‘곡(哭)을 했으면 노래하지 않는다056) ’는 뜻과는 너무도 다르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2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9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역사-사학(史學) / 의생활(衣生活)
○丁巳/上幸健元陵及顯陵。 御黲袍、烏犀帶, 祭畢, 御戎服乘馬。 至松溪 【楊州地。】 大晝停, 命作樂, 賜酒扈從諸臣。 政院啓曰: "御乘馬善步, 諸扈從皆未能及, 恐不成威儀也。" 傳曰: "夕則觀日勢爲之。"
【史臣曰: "展謁先陵, 雨露之感爲如何哉? 上脫袞冕之服, 御玉色之袍, 服已變矣。 服變則心變, 一日之間, 餘哀未盡。 戎服之事, 已爲不可。 況衆樂交奏乎? 其異於哭則不歌之意甚矣!"】
- 【태백산사고본】 14책 22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9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역사-사학(史學) / 의생활(衣生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