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취정에 나아가 유생들에게 강하게 하다
거관 유생(居館儒生)을 적간(摘奸)하고, 판중추부사 정사룡, 예조 판서 홍섬, 우찬성 이준경을 시관(試官)으로 삼고 상이 환취정(環翠亭)에 나아가 유생 7인을 데려다가 읽은 글을 강하게 하니 조(粗)·약(略)045) 2인 뿐이었다. 정사룡이 아뢰기를,
"반궁(泮宮)046) 에 왕림하여 불시에 강하게 하는 것은 유생들의 큰 영광인데 이와 같이 형편없으니, 이제부터는 관관(館官)에게 명해서 강할 만한 자를 선택해서 입강(入講)하게 하소서."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홍섬이 아뢰기를,
"유생의 전강(殿講)을 으레 초하루와 보름에 취품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사람들이 권면되지 않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초하루와 보름의 강은 짐작해 하도록 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하다. 정사룡과 홍섬의 아룀은 매우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어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상이 시도 유생(時到儒生)을 강하게 하는 것은 재주를 시험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거관 유생을 권장하기 위한 것이며, 초하루와 보름에 강하는 것은 본래 법전에 실려 있는 대로 따르는 것으로 그들의 학업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익숙하게 잘 읽은 자를 가려서 강하게 한다면 사관을 보내어 시도 유생의 숫자를 기록할 필요도 없는 것이요, 초하루와 보름의 강이 번거롭다고 한다면 정원이 취품하는 것이 법전에 실려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사룡은 주문(主文)047) 이 되고 섬은 종백(宗伯)이 되었으니 모두 유생을 권도하는 책임을 맡은 자들인데, 유생들이 훈고(訓詁)에도 능통하지 못했다면 이는 두 사람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유생에게 책임을 돌려 자기의 허물은 숨기고 임금의 마음을 풀어주는 말이나 힘써 함으로써 도리어 임금의 고식적인 마음을 열어놓고 선비를 대우하고 배우기 좋아하는 마음을 저지시켰다. 이는 모두 사룡과 섬이 문장만 익히고 학문을 몰랐던 탓으로 하는 말이 번번이 사문(斯文)에 죄를 진 것이니, 애석하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2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94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역사-사학(史學)
- [註 045] 조(粗)·약(略) : 강경(講經)할 때 매기는 성적의 등급임. 아주 하등은 불(不)이라 하고, 구두(句讀)와 훈석(訓釋)이 모두 어긋나지 않고 강론(講論)을 통하지는 못했으나 글의 대지(大旨)를 잃지 않았으면 조(粗)라 하고, 대지는 통하더라도 해박하지 못하면 약(略)이라 하고, 구두와 훈석이 모두 정숙하고 변론에 의심이 없으면 통(通)이라 한다. 《경국대전(經國大典)》 예전(禮典) 제과(諸科).[註 046] 반궁(泮宮) : 성균관의 별칭.[註 047] 주문(主文) : 대제학.
○摘奸居館儒生。 命判中樞府事鄭士龍、禮曹判書洪暹、右贊成李浚慶爲試官, 上御環翠亭, 引儒生七人, 講所讀書, 粗、略只二人。 鄭士龍啓曰: "臨近泮宮, 不時講問, 儒生之一大幸, 而埋沒若此, 今後則令館官, 擇其可講者, 而使之入講。" 答曰: "如啓。" 洪暹啓曰: "儒生殿講, 例於朔望取稟, 頻數爲之, 故人人不知奬礪矣。" 答曰: "朔望之講, 當斟酌爲之。"
【史臣曰: "鄭士龍、洪暹之所啓, 甚無理矣。 未知何謂? 上之所以講時到之儒, 非徒欲試其才, 亦以奬勸其居泮者也; 上之所以爲朔望之講者, 本依法典所載, 要以激礪其學業者也。 若擇熟讀者而講之, 則不必遣史官, 錄其時到之數; 若以朔望之講爲頻數, 則其於政院取稟, 載諸法典之意何如也? 士龍爲主文, 暹爲宗伯, 皆是職掌勸導儒生者也, 而儒生之於訓誥, 亦不能通, 則兩人之失職, 於是大矣。 是以歸責於儒, 掩過於己, 務爲慰解君心之語, 反開君上好爲姑息之端, 沮其待士好學之心。 此皆士龍及暹, 習爲詞章, 不識學問, 故所發之言, 動輒得罪於斯文, 惜哉!"】
- 【태백산사고본】 14책 22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94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