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가 졸한 임호신을 능침 근처에 있는 선영에 묘를 쓸 수 있도록 아뢰다
예조가 아뢰기를,
"졸(卒)한 지돈녕부사 임호신(任虎臣)의 아내 최씨(崔氏)가 그 남편의 장지에 관한 일로 거가(車駕) 앞에서 답답함을 하소연하였는데, 상께서는 회암사(檜巖寺)도 역시 능침(陵寢)과 같이 내수사에서 입안(立案)을 받아 경작을 금지한 곳이라 매장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고 판하하셨고 해조도 다시 회계하지 않았습니다만, 신들은 미안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능침이라고 하는 것은, 능은 능 위의 영역(塋域)안을 가리키는 것이요, 침은 정자각(丁字閣)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회암사는 유명하고 큰 사찰이어서 모든 능의 기신재(忌晨齋)를 비록 여기에서 설행(設行)하지만 능침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양종(兩宗)124) 에 속한 사찰에서 5리(里) 내에는 모두 금표(禁標)를 세운 것조차 이미 미편한 일인데, 심지어 재상의 장지를 그 족장(族葬) 여부도 따지지 않고 사찰 근처에 장사지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또한 매우 부당한 일입니다.
지난 역사를 상고해 보면, 한 나라 때에는 재상이 죽은 경우 능침 근처에 묏자리를 하사한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인용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회암사를 능침으로 논하여 재상이 그 조상의 분묘 곁에 묻힐 수 없도록 한 것은 정체(政體)를 손상시킬까 염려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회암사는 비록 능침으로 논할 수는 없겠으나, 선조(先祖) 때부터 내수사가 입안을 받아 금표를 세웠기 때문에 그렇게 판하한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21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58면
- 【분류】사법(司法) / 풍속-예속(禮俗) / 사상-불교(佛敎)
- [註 124]양종(兩宗) : 교종(敎宗)과 선종(禪宗).
○禮曹啓曰: "卒知敦寧府事任虎臣妻崔氏, 以其家翁葬地事, 訴悶于駕前, 自上以檜巖寺, 亦是陵寢一般, 而內需司受立案禁耕之處, 不可許葬事, 判下, 該曹更無回啓之事矣, 但於臣等之意, 有未安者。 夫所謂陵寢云者, 陵, 指陵上塋域之內, 寢, 指丁字閣也。 檜巖則乃是名藍巨刹, 凡各陵(忌晨)〔忌辰〕 齋, 雖設行于此, 不可例以陵寢論也。 兩宗所屬寺刹五里近處, 幷立禁標, 已爲未便, 至於宰相等葬地, 勿論族葬與否, 不許葬於寺刹近處, 亦甚不當。 考諸前史, 漢朝宰相之沒, 賜塚地於陵寢近處者, 亦多有之。 此則不須迂引, 今者檜巖寺, 論以陵寢, 不令宰相, 得埋於祖先墳側, 恐傷政體。" 傳曰: "檜巖雖不可以陵寢論之, 自先朝內需司, 受立案立禁標, 故判下矣。"
- 【태백산사고본】 14책 21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58면
- 【분류】사법(司法) / 풍속-예속(禮俗)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