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왜인 조구와 문답한 내용을 아뢰다
예조가 왜인(倭人) 조구(調久) 【대마도주가 적변(賊變)을 알리려고 보낸 자이다.】 와 문답한 내용 【*.】 을 아뢰니, 전교하기를,
"알았다. 조구가 빨리 돌아가려고 하니 그가 원하는 일을 대신들과 해조가 함께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예조가 아뢰기를,
"심연원·윤개·윤원형 등은 ‘조구가 비록 고변(告變)하기 위해 왔다고 하나, 도주(島主)의 서계(書契)에는 조구에게 특별한 공로가 있다는 기록이 없고 또 상직(賞職)의 제수를 청항지도 않았으니, 그의 말만 듣고 단서를 열어놓아서는 안 된다.’ 하였고 상진은 ‘조구가 성식(聲息)을 알리기 위해 온 것이 이번이 두 번째이니 낮은 품계인 사맹(司猛)을 주어 그의 마음을 위로하여야 된다.’ 하였는데, 본조(本曹)의 의견은 심연원 등과 같습니다. 어떻게 조처해야 되겠습니까 ?"
하니 전교하기를,
"좌상의 의견은 그의 마음을 격노시키지 않으려는 뜻으로 먼 곳의 사람을 회유하는 도리에 맞는다. 그러나 매번 상직을 주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이 뒤로 우리 변경에 적선(賊船)이 근절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잘 타이르고 상물도 넉넉히 주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조구와 문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어느 지역 왜인이 노략질을 하려고 하는가?""사주(四州)와 오행산(五幸山) 등처에 사는 사람들입니다.""그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가?""올 정월에 박다주(博多州)에 가니 적간관(赤間關)·살마주(薩摩州) 등지의 사람들이 와서 말하였습니다. 중국 사람으로서 오봉(五峯)이라 일컫는 자가 적왜(賊倭)를 거느리고 중국에 입구(入寇)하려 한다고 하였습니다.""너는 오봉을 보았는가?""평호도(平戶島)에서 보았습니다. 3백 여 명을 거느리고 큰 배 한 척을 타고 있었는데 늘 비단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그 무리가 대략 2천 명쯤 되었습니다.""그가 포로가 되어 그곳에 있게 된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적(賊)이 되기 위해 들어간 것인가?""처음에는 물화의 교역 때문에 일본에 왔다가 적왜(賊倭)와 결탁하여 왕래하면서 노략질을 하고 있습니다.""지난해에 노략질한 것은 어느 지역 사람의 짓인가?""아파(阿波)·이예(伊豫)·찬기(讃岐)·토사(土沙) 4주 사람들과 오행산 왜인들이 무리를 지어 와서 노략질하였습니다.""지난해 적왜 중에도 대마도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는데 어째서 이렇게 했는가?""이는 본도(本島)의 왜인들이 신축년 간에 제포(薺浦) 등지에서 매매하다가 죄를 짓자 오행산으로 도망하여 가서 이들고 함께 노략질을 한 것입니다.""너희 도주가 늘 힘써 왜구를 막는 것으로 공을 세웠다고 하나 실제로는 아무 공이 없음을 너는 알고 있는가?""도주가 그들에게 ‘조선에서 활을 잘 쏘는 사람 1천 5백여 명을 보내어 대마도와 함께 힘을 합하여 막을 것이다.’고 드러내놓고 말하였으니 저 적왜들이 반드시 들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에서 대인(大人) 둘을 살마주(薩摩州)에 보내와 정박하였는데 공물 진상이나 무역선 외의 모든 적선(賊船)은 일체 금한다는 내용의 칙서(勅書)를 가지고 와서 일본에 전하려 하였으나 적왜에게 핍박당할까 걱정하여 지금 박다주(博多州)에 머물고 있습니다. 직책을 받은 왜인 가운데 박다주에 살고 있는 자가 매우 많은데, 그들은 적변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한번도 와서 알리지 않았지만 나만이 두 번이나 와서 고하였으니, 상직(賞職)을 받고 싶습니다. 오래 머무르고 싶지 않으니 내일쯤에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적변이 있을 경우 다시 와서 알리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0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30면
- 【분류】외교-왜(倭)
○己丑朔/禮曹啓與倭人 調久 【對馬島主所送來報賊變者也。】 問答之辭。【問曰: "何地倭人欲作賊乎?" 曰: "四州及五幸山等處人也。" 問曰: "此言從何得聞乎?" 曰: "今正月往(博多州) 〔博多州〕 , 則有赤間關、薩摩州等人來言之耳。 有中原人稱五峯者, 將領一賊倭入寇大明矣。" 問曰: "汝見五峯乎?" 曰: "於平戶島見之。 率三百餘人乘一大船, 常着段衣。 大槪其類二千餘人。" 又問曰: "彼因見擄而在彼乎? 抑自投賊中乎?" 曰: "始以買賣來日本, 仍結賊倭, 來往作賊。" 問曰: "前年作賊何地人耶?" 曰: "阿波、伊豫、讃岐、土沙四州及五幸山 倭人, 作黨來賊耳。" 問曰: "似聞前年賊倭中亦有馬島人云。 何以如此?" 曰: "此則本島倭人, 辛丑年間, 薺浦等處因買賣, 得罪逃來五幸山, 同心作賊。" 問曰: "汝島主, 每以力禦倭寇爲功, 實無功, 汝知之乎?" 曰: "島主揚言於彼曰: ‘朝鮮遣能射人一千五百人來, 對馬島同力禦之。’ 彼賊必聞之矣。" 又曰: "前年十月’ 大明遣兩大人, 來泊薩摩州, 凡進貢買賣船外, 其餘賊船一禁之意, 齎勑欲通于日本, 而恐爲擄梗, 今留(博多州)〔博多州〕 。" 又曰: "受職倭人居(博多州)〔博多州〕 者甚多, 雖聞賊變, 一不來通, 而吾獨再來告之, 願受賞職。" 又曰: "願勿久留, 明間發還, 更報賊變。"】 傳曰: "知道。 彼欲急還。 其所願之事, 大臣、該曹, 同議以啓可也。" 禮曹啓曰: "沈連源、尹漑、尹元衡等以爲: ‘調久之來, 雖稱告變, 島主書契內, 不錄調久各別有功之意, 又不請授以賞職。 只聽其言, 不可開端。’ 尙震以爲: ‘調久來報聲息, 今至於再, 可授司猛卑品之職, 以慰其心。’ 本曹意則與沈連源等意同。 當何以〔處〕 之?" 傳曰: "左相不欲使激怒其意, 似合於柔遠人之道, 但每授賞職亦難。 今後賊船頓絶我境, 則當依所願事, 善辭諭之, 優給賞物可也。"
- 【태백산사고본】 13책 20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330면
- 【분류】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