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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20권, 명종 11년 3월 23일 임오 1번째기사 1556년 명 가정(嘉靖) 35년

이준경이 원자 보양관을 사양하다

이준경이 아뢰기를,

"삼가 듣건대, 이번에 소신(小臣)을 원자 보양관에 임명하였다 하는데, 신은 경재(卿宰)의 반열에서 가장 용렬하다는 평이 나 있고 또 학문의 공이 없어 옛사람의 좋은 언행을 전혀 듣고 본 것이 없습니다. 갑자기 초탁(超擢)되어 높은 자리에 올랐으므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힘써 종사(從仕)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경연관 직도 감당하기 어려워 늘 부끄럽고 두렵게 여겨왔는데 이제 다시 중차대한 직임을 받으니, 놀랍고 아득하고 민망스러워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원자께서는 지금 어린 나이여서 비록 진강(進講)하여 권계(勸戒)하는 일은 이르다 하더라도 덕성을 훈도하여 점차 심신에 배게 하여 날마다 자신도 모르게 진보되게 해야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전후 좌우에서 보도(輔導)를 맡은 사람이 공자(孔子)가 순순(諄諄)히 잘 유도한 것같이 하고 정자(程子)의 일단(一團)의 화기(和氣)와 같게 한 뒤에라야 가르침이 잘못되는 걱정이 없게 될 것입니다.

소인의 천품이 순수하지 못하여 본디 거친 성품이 많아 전혀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색이 없어, 평소 집안에서도 아이들이 모두 꺼리고 두려워하여 피하므로 친근히 대하지를 못합니다. 더구나 학문은 일정한 방향이 없고 이치를 봄이 정밀치 못한 데다 성품과 도량도 우매하여 덕기(德器)가 아닌데, 어떻게 원자를 가까이 모시고 온화한 안색으로 보도하여 성취시킬 수 있겠습니까? 속히 체직을 명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경이 보양관에 적합하기 때문에 대신들이 의계(議啓)하였고 그에 따라 명한 것이다. 사피하지 말고 온화한 자세로 원자를 보도하라."

하였다. 세 번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0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329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왕실-종친(宗親)

○壬午/李浚慶啓曰: "伏聞今者, 以小臣充輔養元子之任。 臣於列卿之中, 最號頑劣, 又無問學之功, 前言往行, 瞢無見問。 因夤超擢, 驟陞崇班, 强顔冒恥, 黽勉從仕, 職帶經筵, 尙且不堪, 尋常愧懼。 今授此非輕之任, 驚惶迷憫, 若無容措。 元子今在稚年, 雖無進講勸誡之事, 然薰陶德性, 漸涵浸漬, 日造罔覺, 則必賴左右前後輔導之任, 如孔門之諄諄善誘, 程子之一團和氣, 然後庶無扞格之患。 小臣稟氣不粹, 素多麤厲之性, 頓無溫潤之色, 平時私居之際, 雖一家兒童之輩, 皆嚴憚畏避, 未嘗款狎。 況學問無方, 見理不精, 加以性度疎愚, 又非德器, 其何能昵侍元良, 和顔愉色, 誘掖成就耶? 請速命遞。" 傳曰: "卿合於輔養之任, 故大臣議啓, 而命之矣。 勿爲辭避, 雍容勸導可也。" 三啓不允。


  • 【태백산사고본】 13책 20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329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