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원이 승군의 조직을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다
간원이 아뢰기를,
"이번의 왜변은 성을 함락하고 주장(主將)을 죽였으니 단지 국가의 큰 치욕이어서 말하기가 참혹할 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당황해 하니, 개국(開國) 이래에 없었던 큰 변입니다. 영남(嶺南)과 호남(湖南)은 해마다 흉년이 들었는데 연해(沿海)가 더욱 심합니다. 고향을 등지고 이산하여 텅 빈 끝에 이어서 이런 변이 있었으니, 하늘이 왜적을 도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방어하는 계책으로는 식량과 군대를 충분하게 하는 것이 으뜸인데 각 고을의 창고가 이미 고갈되었고, 민간의 장정(壯丁)은 모두 중이 되어 버렸으며 겨우 남아 있는 군졸은 굶주림에 지쳐 있으니, 비록 어진 장수가 있다 한들 벌떼처럼 많은 적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오늘의 사태는 통곡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공사천(公私賤) 중에서 날래고 용맹스러운 사람들을 이미 뽑도록 했거니와, 모든 산의 사찰에 강장(强壯)한 중들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그 강장한 사람들을 뽑아내어 적에게 달려가게 하고 노약(老弱)한 중은 양식을 준비하여 군보(軍保)가 되게 한다면, 수많은 승군(僧軍)은 강한 군사가 되고 군량 준비도 잘 되어 또한 군량이 끊어질 염려가 없게 될 것이니, 창졸간의 사태에 어찌 다소나마 도움이 없겠습니까? 전라·청홍(淸洪) 두 도의 중들에 대해 비변사(備邊司)로 하여금 우선 절목(節目)을 마련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승군은 뽑는다면 중들이 반드시 도망하여 흩어져 일족(一族)들이 폐해를 받을 것이다. 또 중으로 적을 막는 것은 사체를 합당하지 않으므로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재차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8권 41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27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참(兵站) / 사상-불교(佛敎)
○諫院啓曰: "今此倭變, 屠城殺將, 非徒國家之大恥, 言之慘酷。 擧國遑遑, 開國以來, 所無之大變。 湖嶺二南, 積年凶荒, 沿海尤甚。 流離空虛之餘, 繼有此變, 天意之助逆, 可知也。 備禦之策, 足食足兵爲上, 而各邑府庫, 已爲空竭, 民之丁壯, 盡入緇流, 僅存軍卒, 飢疲困頓。 雖有良將, 奈於千萬蜂蠆之衆何哉? 今日之事, 可謂痛哭。 公私賤驍勇者, 已令抄錄矣, 諸山寺刹强壯僧人, 不知幾何。 抄其强壯者, 使之赴敵, 其老弱者, 備糧爲保, 則許多僧軍, 可爲勁卒, 備糧有路, 亦無絶食之患。 其於倉卒, 豈無小補哉? 全羅、淸洪兩道僧人, 請令備邊司, 爲先節目磨鍊施行。" 答曰: "僧軍抄出, 則其僧必爲逃散, 一族受弊。 且以僧禦敵, 於事不當。 不允。" 再啓不允。
- 【태백산사고본】 12책 18권 41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27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참(兵站)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