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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17권, 명종 9년 7월 25일 계해 2번째기사 1554년 명 가정(嘉靖) 33년

어사 파견의 실익과 수령 치죄의 영향에 관해 헌부가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요사이 기강이 크게 무너지고 인심이 점점 더러워져 탐욕이 한이 없고 법을 무시하여 지키지 않는 버릇이 극도에 달했다고 하겠습니다. 상께서 이런 폐습을 고치고자 하여 불시에 특별히 어사를 내보내 불법을 규찰하게 하셨으니 그 뜻이 아름답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을 쓰는 데 공도를 거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백성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은 모두 질박하여 술책을 부려 감추지 못하므로 으레 파직당하기 때문에, 지금의 의논이 모두 어사를 차견하는 것이 해로움만 있을 뿐 유익함은 없다고 여깁니다.

대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은 안에 있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닌데, 지금은 밖을 다스리기에만 구구하니 과연 유익한 일이겠습니까. 더구나 몇년 사이에 기근이 거듭 닥쳐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한데, 지난해에는 곡식 종자가 내리고 대궐이 불타는 재변이 있어 이미 놀라왔고 천구성(天狗星)이 땅에 떨어지기까지 하더니, 올해에는 곡식 종자뿐 아니라 오곡(五穀)의 짚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6월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했고 이달에는 사과나무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그전에는 9월이나 10월에 날씨가 따사로우면 더러 피는 일이 있었습니다마는, 어찌 한더위에 필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올해의 실농은 팔도가 모두 그러하여 가을철에 떠도는 백성이 있는데도 전국에 구황하는 행정을 강구하게 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수령들을 체직하거나 파직하여 이중으로 굶주리는 민중을 곤궁하게 만든 것도 이미 실책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근신하게 민중을 돌본 사람도 또한 끼어 있으니, 대신들이 아뢴 말이 지당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범법한 것을 알고도 용서한다면 처음부터 어사를 보내지 않는 것만도 못하니, 그 중에 더욱 심한 사람을 가려 파직해서 국법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법이 한번 폐해지면 나라가 나라 꼴이 되지 못할 것이니, 어찌 사람때문에 법을 폐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추고한 다음에 파직한다면, 파직될 것을 알고서 일을 볼 리가 없을 것이고, 또한 관고(官庫)를 텅 비우는 폐단을 가져올 것입니다. 더구나 범한 죄가 현저하면, 또한 반드시 변명할 길이 없을 터인데도 억지로 변명하게 될 것이니, 이는 임금을 속이도록 가르치는 셈입니다. 이리저리 따져볼 때 먼저 파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어사가 무익하다는 것은 이제 처음으로 논하게 된 것이 아니라 조종조로부터 보내야 한다느니 보내서는 안 된다느니 하여 의논이 일정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위에서 짐작하여 한 일이다. 잡아낸 다음에는 파직해야 하는데, 다만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곤궁한 때에 영송하느라 폐해가 없지 않을 것이니, 대신들이 아뢴 바가 마땅하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범한 죄가 이미 현저하니, 아뢴 대로 파직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7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221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과학-천기(天氣) / 과학-생물(生物) / 농업-농작(農作) / 구휼(救恤) / 사법-탄핵(彈劾)

    ○憲府啓曰: "近來紀綱大毁, 人心漸汚, 其貪饕無厭, 蔑法不用之習, 可謂極矣。 自上欲革弊習, 特遣御史於不時, 以糾不法, 其意可謂美矣。 然今之用人, 不由公道久矣。 加以善治之人, 皆有簡拙之性, 不能用術藏匿, 例被罷職, 故時議皆以爲差遣御史, 有害無益。 大抵人主爲治之道, 在內不在外。 今徒區區於治外, 果爲益乎? 況近年以來, 饑饉荐臻, 餓殍相望, 而前年雨種闕火之變, 已爲駭愕, 至於天狗墮地。 今年則非徒雨種, 又雨五穀之稿, 加以六月, 桃花亂開, 今月又發林檎之花。 在前九十月日暖之時, 則容或有之, 安有大熱之時開花者乎? 矧乎今年失農, 八道皆然。 秋月有流離之民, 版圖講救荒之政, 則在前未之聞也。 今之遞罷守令, 重困飢民, 已爲失計, 而其間謹愼恤民之人, 亦與焉, 大臣之啓, 可謂當矣。 然旣知其犯法而赦之, 則莫若當初不遣御史之爲愈也。 不可不擇其中尤甚者而罷之, 以行國法也。 國法一廢, 則國不爲國。 豈可以人而廢法乎? 若待推考之後而罷職, 則知其必罷, 必無治事之理, 而且致官庫虛疎之弊矣。 況其所犯之顯著, 則亦必無發明之路, 而强之爲發明, 則是敎之以欺君也。 較之彼此, 不可不先罷矣。" 答曰: "以御史爲無益, 非今始爲之論, 自祖宗朝, 或以爲可遺, 或以爲不可遣, 議論不一。 今則自上斟酌爲之也。 夫被捉之後, 則不可不罷, 但年凶民困之時, 不無迎送之弊, 故大臣啓之當矣。 然此人等所犯已著, 依所啓罷職。"


    • 【태백산사고본】 12책 17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221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과학-천기(天氣) / 과학-생물(生物) / 농업-농작(農作) / 구휼(救恤)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