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명종실록16권, 명종 9년 6월 1일 경오 2번째기사 1554년 명 가정(嘉靖) 33년

구언의 교서를 내리다

구언(求言)의 교서를 내렸다.

"하늘과 사람은 서로 더부는 것이고 이(理)와 기(氣)는 간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와 요기가 서로 작용하고 선과 악은 유끼리 감응한다. 그리하여 일이 밑에서 이루어지면 형상은 하늘에서 움직이게 된다. 나의 과덕(寡德)을 돌아보니 극(極)에 화합하지 못하여 오직 하늘이 내려다 보시나 도와 주시는 바 없어 이에 기근이 거듭 이르고 더하여 재앙이 함께 일어나는가 하면 장맛비는 농사를 해쳐 가을 추수를 못할 것 같다. 요사스런 별이 변을 나타내어 또 북두의 괴성을 침범하였다. 경사(經史)086) 를 상고하고 여러 상위(象緯)087) 를 헤아려보니 변이(變異)는 막대하고 점험(占驗)도 더욱 참혹한데, 깊이 허물을 생각해 보아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하늘의 인애(仁愛)하는 마음이 비록 견고(譴告) 속에 드러나 있으나 수성하는 정성이 감응하는 즈음에 미덥지 못하여 이 때문에 하늘의 노여움은 더욱 극해지고 구징(咎徵)은 이로 인해 더 많이 나타나건만 부끄럽게도 경공(景公)같이 한마디 착한 말이 없으니 어떻게 형혹성을 3사(舍)나 물러가게 할 수 있겠는가. 매양 깊은 못과 얇은 얼음에 임한 듯 두려워하고 밤낮없이 더욱 부지런히 근심하건만 실정(失政)이 이미 많으니 이로 인해 폐막(弊瘼)이 생긴다. 은택은 막히는 데가 있어 밑에까지 미치지 못하며 백성들은 원통한 마음을 품고 있으나 이를 씻을 길이 없다. 법령(法令)을 어지럽게 고치니 아래에서 알맞게 따를 바가 없으며 상벌은 참람하여 사람들이 권징(勸懲)되질 않는다. 공도(公道)는 무너져 행해지지 않고 탐욕스런 기풍만 치성해서 막을 수가 없다.

조정은 바로 사방(四方)의 근본인데 청명(淸明)한 정치를 볼 수 없고 수령은 한 고을의 주재(主宰)인데 거의가 잔혹한 무리들이라 과렴(科斂)은 살갗을 벗기고 피를 빨듯이 심하게 하고 요역(徭役)은 근골(筋骨)이 괴롭도록 시키고 있다. 해마다 흉년이 들어 도적들이 제멋대로 날뛰고 변방은 방비를 상실하여 오랑캐가 날뛰고 있다. 관(官)은 어진 사람을 임용해야 하는데 간혹 적당하지 않은 사람에게 함부로 관직을 주는 경우가 있으며 형(刑)은 간사한 무리를 꾸짖는 것인데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걸려드는 일이 많다. 그리고 토목 공사가 일어나 병사와 백성들이 지쳐버렸으니 항상 환란의 징조가 닥쳐올까 염려되며 언로(言路)가 막히지 않았나 매우 걱정스럽다.

내수사의 일에 대해서는 백성들에게 폐를 끼쳐 병들게 하지 않을까 염려되고 중의 무리들이 정치를 방해하고 해치는 일이 없나 염려된다. 또한 인사(人事)가 시원치 않음으로 말미암아 천의(天意)의 불순(不順)을 점칠 수 있으니, 이는 모두 화기(和氣)를 상하게 하여 재앙을 불러들인 것이기에 다만 스스로 허물을 반성하고 몸과 마음을 바루고 삼가 위로는 자전의 가르침을 받들고 아래로는 경상(卿相)들의 도움에 힘입어 모두 이루어지고 함께 도(道)에 이르기를 바란다. 지금의 이 변은 어찌 이리도 사나운가. 비록 그 일을 아직 바로 알지 못하였다 하나 어찌 감히 스스로 하늘을 끊겠는가. 조심스런 마음 더욱 깊어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하늘의 도는 본디 아첨하지 않는 것인데 혜성을 물리치는 일을 다만 속임수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장차 무슨 방법으로 하늘을 감동시켜 재앙을 돌이켜 상서로움으로 만든단 말인가. 이에 상(商)나라 탕(湯)임금의 책기(責己)를 절실히 생각하는데 감히 주 선왕(周宣王)측신(側身)088) 을 뒤로 하겠는가. 이에 벽문(闢門)089) 의 법을 행하여 사도(思道)하는 마음을 보이고 여러 사람들이 좋은 계책을 숨김없이 말해 주기를 바라며 가언(嘉言)이 묻혀 있는 바가 없기를 바란다. 아 너희 대소 신료와 시골의 백성들은 폐단이 일어난 이유를 깊이 따져 재앙을 그치게 할 방법을 모두 아뢰어라. 말이 비록 들어맞지 않더라도 죄주지 않을 것이다.

아, 남의 좋은 점을 취함이 순(舜) 임금의 묻기 좋아한 데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낮추어 남의 장점을 따르는 것은 우(禹) 임금의 창언(昌言)에 절하던 것을 본받고자하니 나의 지극한 뜻을 깊이 헤아려 중외(中外)에 효유(曉諭)하라."

사신은 논한다. 신하의 직분으로 진언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늘 임금이 구언하지 않는 것이 걱정거리이고 임금의 도(道)로서 구언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늘 구언하고도 쓰지 않는 것이 걱정거리이다. 신하가 진언할 수 있고 임금이 그 말을 들어 쓸 수 있다면 어찌 백성들의 뜻이 임금께 전달되지 않고 임금의 은택이 밑에까지 미치지 않음이 있겠는가. 상께서 천재(天災)에 대해 공구 수성(恐懼修省)한 나머지 다시 가언이 혹 버려지고 있는가 염려하여 특별히 간곡한 교서를 내려 충당(忠讜)한 의논을 구한 것이다. 앞으로 호문(好問)하고 호찰(好察)하는 마음으로 양단의 의논 중 좋은 것을 택해 백성들에게 쓴다면 폐해를 구제하는 방법과 재앙을 그치게 하는 술책에 대해 어찌 그 도(道)를 다하지 않을까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만약 구언한다는 이름만 있을 뿐 결국에는 구언의 결실이 없다면 구하지 않음이 더 나은 것만 같지 못할 것이니 무슨 도움이 있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11책 16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20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人事) / 재정(財政) / 역사-사학(史學)

  • [註 086]
    경사(經史) : 경서와 역사서.
  • [註 087]
    상위(象緯) : 해·달·별에 관한 기록.
  • [註 088]
    측신(側身) : 몸가짐을 삼감.
  • [註 089]
    벽문(闢門) : 문을 열어 천하의 현자를 받아들임.

○下求言敎曰:

天人相與, 理氣無間。 精祲交盪, 善惡類應。 事作於下, 象動於上。 顧予寡德, 不協于極; 惟天降監, 靡有所佑。 斯値饑饉之荐臻, 加以災孽之竝興。 恒雨害稼, 將失西成之望; 妖星示變, 又犯北斗之魁。 考之經史, 揆諸象緯; 變異莫大, 占驗益慘。 深思厥愆, 莫得其由。 仁愛之心, 雖著於譴告之中; 修省之誠, 未孚於感應之際。 天怒以之而愈極, 咎徵由是而益見。 愧無景公一言之善, 寧致熒惑三舍之退? 每懷淵氷之懼, 益增宵旰之憂, 疵政旣多, 弊瘼仍生。 澤未下究, 而有所壅閼; 民抱冤枉, 而無以伸雪。 法令紛更, 而下無所適從; 賞罰僭濫, 而人不爲勸懲。 公道廢而不行, 貪風熾而莫遏。 朝廷乃四方之根本, 未見淸明之治; 守令爲一邑之主宰, 率多殘酷之輩。 科斂之剝膚浚血, 徭役之勞筋苦骨。 年歲連凶, 而盜賊恣橫; 邊圉失防, 而夷虜劻勷。 官以任賢, 而或有非人之濫授; 刑以詰姦, 而亦多無辜之橫罹。 土木方興, 軍民已瘁。 常念禍機之將迫, 深恐言路之或塞。 內需之事, 慮或貽弊而病民; 緇髡之流, 得無妨政而害治? 抑由人事之未快, 可占天意之不順。 玆皆傷和而召災, 秪自省愆而飭躬。 上承慈殿之訓迪, 下賴卿相之輔翼。 庶幾有濟, 同底于道。 今玆之變, 胡然而厲? 縱未獲克正厥事, 豈敢爲自絶於天? 兢業益深, 危懼罔措。 天之道固不諂也, 彗之禳祗取誣焉。 顧將何術而格天, 庸致轉災而爲祥? 斯切 之責己, 敢後周宣之側身? 爰擧闢門之典, 以示思道之心。 冀聞群策之無隱, 願使嘉言而罔伏。 咨爾大小臣工曁厥草澤韋布, 深究起弊之由, 悉陳弭災之方。 言雖失中, 罪亦不加。 於戲! 取人爲善, 雖未及虞帝之好問; 屈己從長, 庶竊效夏后之拜言。 體予至懷, 曉諭中外。

【史臣曰: "人臣之職, 不難於進言, 而常憂君上之不求; 君上之道, 不難於求言, 而每患求之而不用。 臣能進言, 而君能用言, 則何有下情之不達, 而上澤之(末)〔未〕 究乎? 上於敬謹天災恐懼修省之餘, 復慮嘉言之或遺, 特下丁寧之敎, 以求忠讜之論。 將以好問好察, 執兩端而用中於民, 其捄弊之方, 弭災之術, 何患不盡其道哉? 若徒有求言之名, 而竟無求言之實, 則不若不求之爲愈, 何益之有?"】


  • 【태백산사고본】 11책 16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20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人事) / 재정(財政)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