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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16권, 명종 9년 5월 25일 갑자 3번째기사 1554년 명 가정(嘉靖) 33년

제주 목사 남치근이 왜적을 물리친 것을 치계하여 알리다

제주 목사(濟州牧使) 남치근(南致勤)이 치계(馳啓)하기를,

"이달 12일 왜선 한 척이 천미포(川尾浦) 근처에서 물을 긷고 물러가서 정박(停泊)하고 다음날 10여 명이 또 상륙하였는데 그중 한명을 쏘아 맞추었기에 머리를 잘라 올려보냅니다. 이는 분명히 왜인인데 의복은 중국의 것과 비슷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해사(該司)로 하여금 속히 회계하도록 하라."

하였다. 비변사(備邊司)가 아뢰기를,

"때맞추어 추격하여서 한 놈을 쏘아 맞추어 참획하였으니 그 공로를 논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세한 것을 분간(分揀)하여 계문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전에 약조(約條)한 외에 변방을 범한 왜인은 적왜(賊倭)로 논한다고 하였으나 적이 이미 가버렸으면 변장에게 끝까지 쫓지는 말라고 하였다. 만약 저 사람들이 적심(賊心)을 품지 않고 군색하기 때문에 물을 긷기 위해 무심히 배에서 내린 것인데, 변장이 적병인 줄 알고 죽였다면 사람의 의리로 볼 때 어떻겠는가. 이러한 일은 또한 변장들에게 하유(下諭)하면 안 되는가? 비변사에 의논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예로부터 변환(邊患)이 발생하는 것은 모두가 공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송경(宋璟)은 변공(邊功)을 상주지 않았으니 그의 생각이 원대하다 할 것이다. 지금 제주의 왜는 우리의 국경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배 한 척이 표류해온 것으로 다만 힘없는 한 척의 상선에 불과한 것이다. 변장(邊將)인 자는 관할 구역 안에서 이상한 배를 발견하면 마땅히 그 형세를 엿보아 국경을 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다. 가령 육지에 내려 서로 싸워 형세가 궁해졌을 때 잡는다 해도 큰 공로가 되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변을 당해서 조치를 하는 것은 본래 변장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 따위 공을 가지고 관례대로 포상을 하게 되면 정말로 공 있는 자에게는 권장할 바가 없을 것이며 직분을 다한 자에게는 면려해 줄 바가 없을 것이다. 아 함부로 상주는 폐단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무부(武夫)와 수신(帥臣)이 앞다투어 변흔(邊釁)을 열어 수년 이래로 남북이 어수선해졌으며, 경보(警報)가 겨우 전해졌는데도 이겼다는 보고는 잇달아 이르른다. 백성들이 편안히 잠잘 수가 없는 것은 기필코 비변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사신은 논한다. 성교(聖敎)가 정령하니 변장들의 마음을 깊이 알아서 환하여 숨긴 것이 없다. 그리고 그 궁한 자를 가엾게 여기고 겁살(刼殺)을 염려하셨으니 만리 앞까지 환히 내다보고 인덕(仁德)을 이류(異類)에까지 베풀어 죽이지 않는 것으로 무(武)를 삼았다고 할 만하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16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200면
  • 【분류】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역사-사학(史學) / 인사-관리(管理)

濟州牧使南致勤馳啓曰:

船一隻, 本月十二日, 川尾浦近處汲水退泊, 翌日十餘名, 又下陸, 射中一名, 斬頭上送。 明是倭人, 而衣服似同制云。

傳曰: "令該司, 速爲回啓。"備邊司啓曰: "趁時追逐, 射中一人斬獲, 不可不論賞。 功勞分揀, 詳悉啓聞何如?" 傳曰: "前者約條外, 犯邊倭人, 以賊倭論之, 賊已出去, 則亦不令邊將窮追矣。 彼人等不懷賊心, 若以艱窘之故, 欲便汲水, 無心下陸, 而邊將以爲賊而殺之, 於義何如? 如此之事, 亦不可下諭邊將乎? 議于備邊司。"

【史臣曰: "自古邊患之作, 皆由於喜功, 故宋璟不賞邊功, 其慮遠矣。 今濟州, 非賊於我境, 隻船漂到, 特不過失勢一商舶也。 爲邊將者, 見異船於封彊之內, 則所當謹其斥候, 不使犯境可也。 假曰下陸相戰, 而乘窮追捕, 亦非有大勳勞也。 況遭變而措置, 固邊將職分內事耳。 因如此之功, 而例施褒賞之典, 則誠有功者, 無所勸, 而治其職者, 無所勉矣。 吁! 濫賞之弊, 一至於此, 而武夫、帥臣, 爭啓邊釁, 數年而來, 南北騷擾, 警報纔傳, 捷奏繼至。 生民不得安枕, 未必非備邊司誤之也。"】

【史臣曰: " 聖敎丁寧, 深得邊將之情, 灼然無隱。 且哀其窮, 而慮其刦殺, 可謂明見萬里, 仁涵異類, 以不殺爲武者矣。"】


  • 【태백산사고본】 11책 16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200면
  • 【분류】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역사-사학(史學)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