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사 이기의 졸기
이기가 졸하였다.
이기는 이의무(李宜茂)의 아들이다. 그의 아우 이행(李荇)·이미(李薇) 【초명은 이환(李芄).】 가 모두 경상(卿相)의 지위에 올랐는데, 형제들의 품성이 음흉하여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였다. 기는 처음 장리(贓吏)의 사위라는 것으로 청현직(淸顯職)에 서용되지 못하고 산질(散秩)을 역임하여 2품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중간에 김안로(金安老)의 비위를 거슬려 죄를 입고 귀양살이하다가 김안로가 실각하자 다시 환조하였다. 이기는 인품이 흉패하고 모습은 늙은 호랑이와 같았으므로 그 외모만 보아도 속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평소 집에서 책을 펴고 글을 읽으며 자칭 학문의 심오한 뜻을 깨쳤다 하고 조그마한 일에 구애하지 않고 대범한 척하였다. 일찍이 송경(松京)의 일사(逸史) 서경덕(徐敬德)과 학문을 논하다가 서경덕이 그의 학문을 인정하지 않자 노기를 나타냈다.
중종(中宗) 말년에 재신(宰臣)이 그가 쓸 만하다고 천거함으로써 흉계를 부릴 길이 드디어 통하게 된 것이다. 윤임(尹任)의 일이 있자 이를 자기의 공으로 삼아 드디어 정승의 지위를 점거하고 또 권병(權柄)을 장악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정사가 그에게서 나왔고 권세는 임금을 능가하였다. 당당한 기세는 타오르는 불길 같아 생살여탈(生殺與奪)을 마음대로 하였으므로 공경·재상·대간·시종이 모두 그의 명령을 받아 움직였다. 따라서 모든 화복은 그의 희노(喜怒)에 좌우되고, 은혜를 갚고 원수를 갚음에 있어 사소한 것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을 의논할 경우 처음에는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하다가 끝내는 철저히 보복하여 전후 살해한 사람이 매우 많았다. 그러므로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숨을 죽이며 조심하여 감히 이기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였다.
사방에서 실어오는 물건이 상공(上供)보다 많았으며, 귀천(貴賤)이 마구 몰려들어 그 문전은 마치 저자와 같았다. 그의 자제(子弟)·희첩(姬妾)·비복(婢僕)·배종(陪從) 등이 배경을 믿고 작폐한 것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었다. 이기의 아들 이원우(李元祐) 역시 교활 우매하고 연소한 일개 무인(武人)인데, 아비 기의 연줄로 대언(代言)028) 이 되었다. 동료들이 함께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나 감히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가 끝내 수상(首相)이 되어 스스로를 정책국로(定策國老)에 비기면서 하지 않는 짓이 없었으므로 대간이 이에 사력(死力)을 다해 논박하여 상위(相位)만은 체직시켰으나 호랑이를 찔러 완전히 죽이지 못한 두려움은 남게 되었다. 기가 다시 수상이 되자 과연 맨먼저 발의한 대간을 죽이는 등 마구 흉독을 부렸다.
하루는 입시(入侍)하였다가 갑자기 풍현증(風眩症)을 일으켜 상 앞에서 넘어졌다. 수레에 실려 집으로 돌아와 인사(人事)를 살필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도 수년 동안 권병을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대간이 논계한 뒤에야 비로소 체직하였고, 그가 거의 죽게 됨에 미쳐서는 온 조정이 논계하였으나 끝내 윤허를 받지 못하였다.
기가 평소 무사(武士)를 많이 길렀는데 그 의도를 알 만하다. 나라에 화를 심고 사류를 죽이고 생민을 해쳤으며, 그의 사반(私伴)이 나라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아우 이행(李荇)의 아들 이원록(李元祿)이 기의 소행을 뼈아프게 여겨 숙부라고 부르지 않자 기가 노하여 그를 귀양보냈다. 기는 끝내 흉측한 몸을 보전하고 있다가 편히 자기 집에서 늙어 죽었다. 이런 사람에게 임금의 은총이 끝까지 쇠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모두 분개하여 그의 고기를 먹고 그의 가죽을 깔고 자지 못하는 것을 통한하였다. 3일간 정조시(停朝市)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3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84면
- 【분류】인물(人物) / 상업-시장(市場)
- [註 028]대언(代言) : 승지(承旨).
○李芑卒。 芑, 李宜茂子也。 弟荇、薇 【初名芄】 皆位至卿相, 兄弟稟性兇險, 人皆畏之。 芑初以贓吏之壻, 未敍淸顯, 歷陞散秩, 致位二品。 中忤金安老, 被罪謫居, 安老敗而還朝。 芑爲人兇猜暴戾, 狀如老虎, 見其外, 可知其內也。 平居開卷(續)〔讀〕 書, 自稱深於學問, 又若休休不拘小節。 嘗與松京逸士徐敬德論學, 敬德不之許, 芑發怒於色。 中廟末年, 宰臣薦其可用, 肆兇之途遂通。 及尹任之事, 自以爲功, 遂占台鼎, 又典兵權, 政自已出, 權傾人主, 勢焰燻灼, 生殺與奪, 惟意之爲, 公卿、宰相、臺諫、侍從, 奔走聽命, 禍福隨其喜怒, 報復恩怨, 不遺睚眦。 凡有議己, 初若不省, 施施而報之。 前後殺人甚多, 擧國之人, 累足屛息, 不敢言及於芑。 四方輸送, 多於上供, 貴賤輻輳, 其門如市。 其子弟、姬妾、婢僕、陪從, 夤緣作弊, 不可殫記。 芑子元祐, 亦兇狡愚妄, 年少武人, 以芑之故, 忝入代言, 同列羞與爲伍, 而莫敢誰何? 芑竟爲首相, 自擬定策國老, 無所不至, 臺諫出死力論之, 只遞相位, 有刺虎未盡斃之懼。 再爲首相, 果殺首議臺諫, 大肆兇毒。 一日入侍, 卒得風眩, 仆於上前, 輿身還第, 不察人事, 猶不解權者數年。 臺諫論啓, 然後始遞, 及其垂死, 擧朝爭論, 竟未蒙允。 芑平時多畜武士, 其意可量。 基禍邦家, 戕殺士類, 貽害生民, 私伴居國之半。 其弟荇之子元祿嘗痛芑之所爲, 口不稱叔, 芑怒而竄之。 卒保兇軀, 老死牖下, 終始恩寵無倦, 國人痛之, 恨不食其肉而寢處其皮。 停朝市三日。
- 【태백산사고본】 10책 13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84면
- 【분류】인물(人物) / 상업-시장(市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