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가 아뢰기를,

"당초 양종(兩宗)을 설치할 적에는 폐단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는데, 그때 상의 정녕한 분부가 귀에 쟁쟁합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상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만약 도승법(度僧法)이 《대전(大典)》에 실려 있다면 정전법(丁錢法)⁰⁰⁸⁾ 만은 《대전》에 없는 법이란 말입니까? 정전을 바치라고 한 사실이 없는데 양종이 미포(米布)를 거둬들여 내수사(內需司)에 납부하였습니다. 만약 납부한 사실이 없다면 이는 양종의 외람됨이 매우 심한 것이고, 혹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의 막대한 수욕(羞辱)입니다. 도승하기 위해 경을 시험보이는 것은 진실로 성세(聖世)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은밀히 양종으로 하여금 주관하게 하여, 공문(公文)도 상고하지 않고 근각도 밝히지 않음으로써 간위(奸僞)가 뒤섞이는 폐단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전일 폐단을 구제한다는 분부와 너무도 큰 차이가 납니다. 경을 시험보이는 일은 양종에서 주관하게 하고 도첩은 예조에서 발급하게 하였으니, 이는 이 일을 매우 중히 여긴 조처입니다. 경을 시험하여 능한 자가 8백 명에 이르렀다면 시험하여 능하지 못한 자로서 정역(定役)될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들은 도첩 발급의 많은 것만 보았지 정역될 중은 볼 수 없으니, 전일 전하께서 내린 분부가 불신(不信)으로 돌아갈까 염려됩니다. 승도(僧徒)로서 도첩을 받는 자가 해가 갈수록 증가되어 평민의 10배나 된다면, 전하께서는 장차 누구와 더불어 나라를 지키겠습니까? 이와 같이 계속한다면 앞으로 위망의 화가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미 시험을 마친 자를 막론하고 해조(該曹)로 하여금 공문을 자세히 상고하여 사목에 의해 시행하게 하소서."

하였다. 여러 달 논계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3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69면
• 【분류】
  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군사-군역(軍役) / 인사(人事)

• [註 008]
  정전법(丁錢法) : 승려가 되려는 자가 도첩을 받을 때 군포(軍布) 대신으로 돈을 바치게 하는 법. 정포(正布) 30필 값을 바침. 《경국대전(經國大典)》 예전(禮典) 도승(度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