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무역을 논의하고 진장으로 하여금 유포 왜인을 잘 방비토록 하다
예조가 아뢰기를,
"물품을 통상(通商)하는 것은 두 나라가 필요한 것을 서로 바꾸는 일입니다. 일본 국왕(日本國王)의 사신과 여러 거추(巨酋)의 사신들이 단목(丹木)과 호초(胡椒)를 많이 가지고 와서 우리의 면포(綿布)를 무역하고 있는데 근년에는 우리 나라 목화의 작황이 부실하여 새로 짠 면포가 희귀하고 저장된 옛 면포도 바닥이 나서 공사(公私)간에 지금보다 더 심하게 곤궁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들의 쓸모없는 물건을 우리의 유용(有用)한 물건과 무역하고 있으니, 우리 나라가 받는 피해를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지금 나라에 저축되어 있는 호초와 단목의 수량은 앞으로 백년은 사용할 수 있을 것인데, 어찌 교린(交隣)하는 의리에 구애되어 변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미년에 대내전(大內殿)이 조공(朝貢) 왔을 적에 그들이 가져온 단목과 호초의 값을 너무 많이 깎아서 일본 국왕의 사신에게 준 가격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무역하지 않고 도로 싣고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가져온 서계(書契)에 그에 대한 논변이 자못 사납습니다. 만약 또다시 그들의 뜻에 차지 않아서 다시 싸가지고 간다면 이는 우리 나라의 체통에 관계되는 일이니, 서계를 회답할 때 ‘우리 나라의 목화가 아주 귀해졌고 너희들이 가져온 단목과 호초는 여러해 무역한 물량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다 쓸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많은 물량을 억지로 무역하는 것은 필요한 것을 서로 바꾸는 본의가 아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적은 수량이라도 형편상 무역을 허락하기는 어렵지만, 일체 무역을 단절한다면 지난날 우호를 닦은 의리에 어긋나므로 약간만 무역할 것이니, 금후에 다시 가지고 와서 무역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이는 옛 규례를 변경하는 데 관계되는 일이니 대신들에게 하문하여 결정하소서.
그리고 부산진(釜山鎭)에 함부로 머물고 있는 왜인이 있을 경우에는 도주(島主)에게 서계를 보내 적왜(賊倭)로 논단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상도 관찰사의 장계를 보니, 함부로 머물고 있는 수효는 아니지만 현재 살고있는 자들이 1천 3백여 명이나 되는데 우리 부방 군사(赴防軍士)는 겨우 5백 27명이고 게다가 번(番)을 빠지는 자도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변란이 발생할 경우에는 제지할 대책이 없을 것입니다. 신들이 일찍이 이 일을 의논하면서 적지 않게 우려하였습니다. 대신들에게 하문하여 조처하소서."
하였다. 영의정 심연원이 의논드리기를,
"근래에 우리 나라를 찾아 오는 모든 왜인들은 부산포(釜山浦)에 모여서 대기하므로 어쩌다 한꺼번에 몰려 오면 거의 1천여 명이나 됩니다. 그러나 함부로 머무는 왜인은 없다 하니, 도주에게 경솔하게 서계를 보내서는 안됩니다. 얼마 전에 좌·우도(左右道)의 각진(各鎭)에서 방어상의 긴급 여부를 분별하여 수군(水軍)과 육군(陸軍)을 빼내서 방어를 강화하였지만 그 수효가 그들보다 적어서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장(邊將)이 그들을 접대할 때에 잘 조치하여 교만하고 방자하지 못하게 하고 또 원망을 일으키지 않게 한다면 거의 편안해질 것이니, 어찌 변란이야 일어나겠습니까.
왜인들이 무용지물을 우리의 유용한 물건과 무역해 가서 경상도에 저축했던 면포가 거의 바닥이 날 지경이니, 실로 작은 일이 아닙니다. 지금 그들이 가져온 단목과 호초는 예조가 아뢴 대로 조금만 사들이게 하여 지난날의 우호를 약간 유지하게 하고 금후로는 많이 가지고 와서 억지로 무역하자고 요구하지 말라는 뜻으로 서계의 회답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고, 좌의정 상진이 의논드리기를,
"예조가 아뢴 뜻이 아주 합당합니다. 왜인들이 가져온 상품을 이번엔 약간만 무역을 허용하고 다음에는 쓸데없는 단목·호초 등을 다시 가져와 무역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을 만들어 보내는 것이 온당할 듯합니다. 그리고 도이(島夷)들이 우리에게 의지하여 생활하는 것이 매우 많으므로 비록 저들이 많고 우리가 적다 하더라도 변란을 일으킬 염려는 없을 듯합니다. 더구나 군사를 증가시킬 의논은 전일에 이미 아뢰었으니, 진장(鎭將)을 적임자만 얻으면 되겠습니다."
하고, 우의정 윤개가 의논드리기를,
"오랑캐를 대하는 방법은 그들을 잘 견제하는 데 있으나, 그들과 교역하는 것도 부득이한 일입니다. 그러나 왜사(倭使)가 오는 데는 조빙(朝聘)으로 명분을 삼지만 그들의 욕심은 오로지 매매하는 데에만 있습니다. 만약 이해(利害)를 헤아린다면 우리의 유용한 물건으로 저들의 긴요치 않은 물건과 무역하는 것은 필요한 것을 서로 바꾸는 본의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체 무역을 중지하여 멀리서 온 사람들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니 예조가 아뢴 대로 약간만 무역해야 합니다. 다만 목화가 아주 귀하다는 말을 다른 나라에 알려서는 안될 것이니 단지 우리가 그들의 물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말을 잘 만들어 회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유포 왜인(留浦倭人)이 1천여 명이나 되는데 우리 부방군은 그 반이 못되니 혹시 뜻밖의 사변이 있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함부로 머무는 왜인이 없다면 문책하여 유시할 만한 말이 없습니다. 다만 뜻밖의 우려가 없을 수 없으니, 항상 진장(鎭將)으로 하여금 엄중하게 조처하여 잠시도 방비를 잊지 말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윤개의 의논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2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48면
- 【분류】정론(政論) / 외교-왜(倭) / 군사(軍事)
○戊寅/禮曹啓曰: "(啇)〔商〕 物, 兩國通有無之事也。 而日本國王使臣及諸巨酋之使, 多齎丹木、胡椒, 交貿綿布。 近年以來, 我國木花不實, 新織稀貴, 舊儲亦竭, 公私困乏, 莫此時爲甚。 而以彼無用, 易我有用, 我國受弊, 曷有窮己? 今者國儲胡椒、丹木之數, 可支(白)百年之用, 安可拘交隣之義, 不爲變通乎? 丁未年大內殿來朝時, 其所齎丹木、胡椒, 太減其價, 與日本國王使臣, 給價不同, 故全不貿易, 還載而去。 今來書契, 論辨頗厲。 若又不滿其意, 還齎而去, 有關國體。 書契修答時, 以我國木花絶貴, 其所齎來丹木、胡椒, 積年所貿, 充牣無用, 多數强貿, 非相通有無之意, 故雖些少之數, 勢難許貿, 但一切斷貿, 有乖舊好, 故令從略交貿, 今後不宜復齎要貿之意, 修辭何如? 但係變舊之規, 請下問大臣定奪。 且釜山鎭, 若有濫留之倭, 則欲通書于島主, 論以賊倭, 而今見慶尙道觀察使狀啓, 雖無濫留之數, 而時存者至於一千三百餘名。 赴防軍士則僅五百二十七名, 而亦多闕立, 萬一生變, 制禦無策。 臣等曾議此事, 尋常憂慮。 請問于大臣處之。" 領議政沈連源議: "近年以來, 凡出來倭人, 合待於釜山浦, 故或一時竝至, 則幾至千餘, 但無濫留之倭, 島主處通書, 不可輕擧。 頃者左右道各鎭分防禦緊歇, 抽出水陸軍添防, 而衆寡不侔, 不無憂慮。 然邊將接待之際, 措置得宜, 不使驕縱, 亦不令生怨, 則庶可懷綏, 豈必生變乎? 倭人持無用之物, 易我有用之貨, 慶尙道所儲綿布, 幾至虛竭, 誠非細故。 今來丹木、胡椒, 依禮曹所啓, 些少許買, 略存舊好, 今後不復多齎, 要索强貿之意, 書契修答爲便。" 左議政尙震議: "禮曹啓意甚當。 倭人(啇)〔商〕 物, 今則從略許貿, 今後無用之物, 如丹木、胡椒, 不復齎來要貿之意, 修辭以通爲便。 島夷資我以生者甚厚, 雖曰客多主少, 似無作變之疑。 況加軍之議, 前已獻啓, 鎭將得其人而已。" 右議政尹漑議: "待夷之道, 在於羈縻, 通其市易, 亦所不得已者。 然倭使之來, 以朝聘爲名, 而其所欲, 專在於買賣。 若計利害, 則以我有用之貨, 易彼不緊之物, 甚非通有無之意。 然不可一切不貿, 以失遠人之心。 依禮曹所啓, 從略貿換, 但木花絶貴之言, 不可使聞於他邦。 只以我不好彼物之意, 善辭修答何如? 留浦倭人, 至於千數之多, 而赴防軍卒, 未居其半, 脫有不虞, 難以相當, 然無濫留之倭, 則無可責諭之辭矣。 但意外之慮, 不可不存, 常令鎭將, 嚴加措置, 暫勿忘備何如?" 上從漑議。
- 【태백산사고본】 9책 12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20책 48면
- 【분류】정론(政論) / 외교-왜(倭)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