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좌상의 건의로 절목을 마련하여 저화와 미포를 겸용케 하다
사인(舍人)이 영상과 좌상의 뜻으로 아뢰기를,
"전에 의논드린 저화(楮貨)를 시행해 쓰자는 일은 새로 창안한 신법(新法)이 아닙니다. 이는 대간에서 폐단을 구해야 한다는 의논으로 인하여 구법(舊法)을 신명해서 의계한 것으로서 곤궁한 백성으로 하여금 미포(米布)를 겸용하여 오로지 의식 거리만을 소비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요, 미포를 완전히 폐지하고 저화만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저 저화는 미포처럼 백성들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관에서 많은 수량을 제조 공급하여 물과 불처럼 흔히 쓰도록 해야 할 것이며, 또 관부(官府)에서 먼저 사용한 뒤에야 백성들이 따를 것입니다. 이제 해조가 사섬시가 예전에 갖고 있던 것만 가지고 평시서(平市署)로 하여금 각 시중(市中)에 나누어 주게 하고 서울은 10월 11일부터 외방은 명년 정월 1일로부터 한정해 놓고 사용하라고 독촉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저화를 나누어 받은 자는 오직 이 시중 사람뿐이고 그 나머지 서울과 외방의 가난한 백성들은 모두 나누어 받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어찌 구급(救急)하려는 당초의 뜻이겠습니까.
시중 사람들은 국가에서 인민을 구제하려는 뜻은 모르고 길을 막고 부르짖기를 ‘만약 이 법이 통행되면 백성은 모두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필시 저화만을 사용하게 되면 외방의 미포가 서울로 올라올 길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입니다. 이는 본의(本意)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억측한 것입니다. 다만 저화가 많이 보급되지 않고, 시행할 기한이 너무 촉박하고 보니, 백성들이 민망해 하고 걱정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법이란 반드시 민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니 싫어하면 꼭 강행할 것이 못됩니다. 그러나 성명(成命)이 이미 내렸으니, 시행할 절목(節目)을 우선 상세하게 만들어 놓고 또 시행할 기한을 조금 늦추어서 천천히 민정을 살펴서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시행할 기한은 경연(經筵)에서 말한 자가 있어서 이미 물려서 정하였다. 다만 미포와 겸용한다는 뜻을 서울과 외방에 효유하고 해조로 하여금 상세하게 절목을 마련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2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46면
- 【분류】정론(政論) / 금융-화폐(貨幣)
○舍人以領左相意啓曰: "前議楮貨行用事, 非創爲新法。 因臺諫救弊之論, 申明舊法而議啓, 欲使窮民與米布參用, 不專費衣食之資耳, 非使之專廢米布, 只用楮貨也。 大抵楮貨, 非若米布之出於民手, 必官家多數造給, 使如水火, 而又自官府先用, 然後民乃可從。 今者該曹, 只將司贍寺舊藏, 令平市署分給各市, 京中則自十月十一日, 外方則自明年正月初一日爲限, 督令行用。 若然則得楮貨之分者, 只是市人, 其餘中外貧民, 皆不與焉, 是豈救急之初意乎? 市廛之人, 不知國家恤民之議, 遮路籲呼曰: ‘若行此法, 民皆餓死。’ 其意必謂專用楮貨, 則外方米布, 無路而至。 此不知本意而妄度之也。 但楮貨, 散布不多, 行用之限太迫, 民之愁悶者亦宜。 法必沿情。 不悅則不必强行, 然成命已下。 行用節目, 姑加詳悉磨勘, 且寬行用之限, 徐觀民情定奪何如?" 答曰: "行用之限, 經筵有言者, 已退定矣。 但米布幷用之意, 曉諭中外, 且令該曹, 詳悉磨鍊。"
- 【태백산사고본】 9책 12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46면
- 【분류】정론(政論) / 금융-화폐(貨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