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양계의 입거인에 관한 일과 영천위 신의의 일 등에 대해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각 고을의 관비(官婢)나 여기(女妓)는 수령이 사사로이 남에게 줄 수도 없고 또 임의로 거느리고 올 수도 없다는 법은 조종조(祖宗朝)로부터 누차 신명(申明)하여 왔으나 국상을 겪고부터 이럭저럭 등한시하여 다시 거행하지 않은데다가 기강조차 해이해졌으므로 인심이 완악해져서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마음내키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류(士類)인 사람이나 관찰사·도사(都事) 및 사명을 받든 자들이 데리고 가려 하면 수령은 그 권세를 두려워하여 사사로이 내어주기도 하고 이웃 고을의 수령이나 첨사(僉使)·만호(萬戶)가 데리고 가려 하면 수령이 인정에 얽매여 사사로이 내어주기도 하는 등 마치 자기의 물건처럼 꺼림없이 사사로이 주어 선심을 쓰고 있습니다. 그 유폐(流弊)가 점점 만연되어 훈도(訓導)·교수(敎授)·군관(軍官)·수령의 자제·토호(土豪)·품관(品官) 등까지도 모두 연줄을 타고 청탁하여 마음대로 데리고 사는 자 또한 많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물(官物)이 줄어들어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그 도의 감사와 도사를 시켜 일체 수괄(搜括)하되 기한을 정하여 쇄환(刷還)케 하고, 사사로이 준 자와 데리고 온 자를 모두 법에 의하여 죄를 다스리소서.
양계(兩界)는 관방(關防)의 중지(重地)이므로 국법이 다른 도보다 더 엄중한데도 길이 멀고 서울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조정에서도 미처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법을 얕보는 무리가 이같은 점을 노려서 몰래 데리고 오는 자가 타도(他道)보다 더 많습니다. 입거인(入居人)을 추쇄하는 경차관(敬差官)들을 시켜 엄격히 수괄하여 사사로이 준 자와 데리고 온 자의 죄를 함께 다스리소서.
국가가 장악원(掌樂院)을 설치하여 여악(女樂)을 교습시키는 것은 오로지 진풍정(進豊呈)의 대례(大禮)를 위해서이고 또 중국 사신을 영접할 때 쓰기도 하므로 그 용도가 매우 긴요합니다. 그러므로 재기(才技)가 있는 경기(京妓)는 속바칠 대상이더라도 속바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법이 법전에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선왕조 때부터 누차 신명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근래 국법을 무시하여 비록 본원이 교습시키고 예조가 열악(閱樂)하여도 연향(宴享)하는 날에 사대부(士大夫)가 간음한 기생은 멋대로 물러가 있으면서 전혀 수행하지 않습니다. 이런 폐습이 이미 습관으로 굳어져 태만함이 극도에 이르렀으며 심지어는 전정(殿庭)에서 사악(賜樂)할 때에조차 모두 일을 핑계대고 들어오지 않아 사체(事體)가 매몰스럽습니다. 그런데도 해사의 관원은 또 인정에 구애되어 폐습을 그대로 답습, 예사로 보고 전혀 검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풍정 등의 대례를 행할 적에 어찌 평일에 연습하지 않고서 일이 있는 그 날에 제대로 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대부 및 해사의 관원을 본부가 지금 검찰하여 다스리고 있습니다.
전 영천위(靈川尉) 신의(申檥)는 성품이 원래 조급하고 품행이 패려하여 어두운 밤에 음란한 짓을 하는 정상이 마치 도적의 행위와 같습니다. 일이 드러나서 위에 죄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징계되지 않은 채 더욱더 독기를 부려 심지어는 재상의 아들을 공공연히 구타하는 등 꺼리는 바가 없으므로 물정이 더없이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사람을 죽인 정상이 매우 참혹하여 용서할 수 없는데도 임금께서 특별히 속(贖)만을 명하시니, 듣는 자로서 놀라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율에 의거하여 죄를 다스리소서."
하니, 답하기를,
"지친(至親)을 어떻게 율대로 다스릴 수 있겠는가? 윤허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9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65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司法) / 호구(戶口) / 신분-천인(賤人) /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윤리(倫理) / 예술-음악(音樂)
○辛巳/憲府啓曰: "各邑官婢女妓, 爲守令者, 不得私與人, 人不得擅自率來之法, 自祖宗朝, 屢爲申明, 自經國恤, 遷延苟且, 更不擧行, 加以紀綱解弛, 人心頑詐, 不畏國法, 各任私情。 若有士類之人, 或監司、都事及凡奉使者欲率來, 則守令畏其勢焰而私與之, 或隣官守令、僉使、萬戶欲率來, 則守令拘於人情而私與之, 自視爲一己之物, 不憚私與, 以爲市恩之地。 其流之弊, 漸至滋蔓, 雖訓導、敎授、軍官、守令子弟、土豪品官等, 亦皆因緣請托, 擅自率畜者, 亦多有之。 以此官物凋殘, 無以支持。 請令其道監司、都事, 一切搜括, 刻期刷還, 私與者、率來者, 竝依法治罪。 兩界則關防重地, 國法嚴於他道, 而道里遐邈, 與京城懸隔, 朝廷亦或有所未及聞見。 故玩法之輩, 幸其如此, 潛率(卒)〔來〕 畜者, 甚於他道。 請令入居推刷敬差官等, 嚴加搜括, 其私與者、率來者, 竝治其罪。 國家設掌樂院, 習閱女樂者, 專爲進豐呈大禮, 亦或用於接華使之時, 其用甚關。 故有才技京妓, 則雖在應贖者, 不許贖之法, 非徒載在令甲, 自先王朝, 屢爲申嚴。 而近來輕侮國法, 雖本院習樂, 禮曹閱樂, 宴享之日, 或涉於士大夫所奸之妓, 則任便退在, 專不隨行。 弊習已成, 緩慢漸極, 至於殿庭賜樂等時, 亦皆托故不入, 事體埋沒。 而該司之官, 亦拘於人情, 因循弊習, 視爲甌常, 專不檢察。 設有進豐呈等大禮, 安有不習於平日, 而能效於有事之日乎? 其士大夫及該司之官, 本府時方察而治之矣。 前靈川尉 申檥, 性本躁急, 所行悖戾, 昏夜淫穢之狀, 有同盜賊之行。 現發於事, 得罪於上, 略不懲艾, 益肆其毒, 至於宰相之子, 公然歐打, 無所忌憚, 物情至爲憤鬱。 今又殺人事狀, 慘毒不可容貸, 而自上特命只贖, 聞者, 莫不驚駭。 請依律治罪。" 答曰: "至親之人, 豈可以律治之乎? 不允。 餘皆如啓。"
- 【태백산사고본】 7책 9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653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司法) / 호구(戶口) / 신분-천인(賤人) /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윤리(倫理) / 예술-음악(音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