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홍언필 등에게 봉서를 내려 황헌·심연원을 위사 공신에 추록케 하다
영의정 홍언필(洪彦弼), 풍성 부원군 이기(李芑), 우의정 황헌(黃憲), 좌찬성 심연원(沈連源), 우찬성 상진(尙震), 우참찬 김광준(金光準)이 빈청에 나아갔다. 상이 봉서(封書) 하나를 대신에게 내렸다.
【봉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평소 나는 원훈 대신(元勳大臣)이면 반드시 나라 일에 마음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지난번 민제인(閔齊仁)의 일은 매우 한심하여 비록 멀리 내쳐도 애석할 것이 없었다. 다만 그 본심이 다른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훈직(勳職)만을 삭제하였으나, 이처럼 인심이 정해지지 않은 때에는 상벌(賞罰)을 엄히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황헌과 심연원은 국사에 마음을 다했을 뿐만 아니라 황헌은 지난 정유년에 큰 공을 세웠고, 심연원은 을사년 옥사 때 국문(鞫問)에 참여한 공이 있으니 위사 공신(衛社功臣)에 추록(追錄)하여야겠다. 지금 보니 김명윤(金明胤)과 안세우(安世遇) 역시 옥사 때 공이 있었으니 모두 아울러 추록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어 전교하기를,
"근래에 나라가 한없이 위태로왔다. 중종과 인종 두 대왕이 승하하신 후에 재변이 잇달아 일어나고 원훈 대신들이 연이어 서거했다. 나라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조정의 신하들이 마음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나라 일이 허술하다. 내가 이런 뜻 【봉서(封書)를 가리킨다.】 을 가진 지 오래인데 경들이 연고가 있어 나오지 못하였기에 지금에 이르렀다.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하니, 홍언필·이기가 【황헌은 인혐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아뢰기를,
"전례를 상고해 보니 추록한 적도 있었습니다. 신들의 생각 역시 그러하니, 상교가 지당합니다."
하였다. 황헌이 아뢰기를,
"주상께서 즉위하실 때 신은 평안 감사(平安監司)로 있었고 상(喪)을 당했기 때문에 털끝만큼도 기록할 만한 공이 없습니다. 지금 추록할 것을 명하시니 물정이 어찌 해괴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속히 고칠 것을 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경이 그때 마침 서울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 추록하는 것이다. 만약 그 당시에 기록했더라면 마땅히 1등에 들어있었을 것이다. 경이 나라 일에 마음을 다 하는 것을 중히 여기기 때문에 녹훈하게 하는 것이니 미안해 하지 말라."
하였는데, 황헌이 다시 아뢰기를,
"상께서 소신이 정유년에 공을 세웠다고 하시니 말하겠습니다. 정유년에 김안로(金安老)가 윤임(尹任)과 결탁하여 송 인종(宋仁宗)의 고사를 끌어대어 궁위(宮闈)에서 화를 얽고자 하였었습니다. 소신이 처음으로 그 말을 듣고는 윤안인(尹安仁)에게 전했습니다. 그후 신이 대사간(大司諫)이 되어 김안로의 죄를 논할 때, 인종(仁宗)께서 동궁(東宮)으로 계셨는데, 동궁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될 것 같기에 화를 얽은 일은 전혀 말하지 못하고, 단지 김안로 한 사람의 악만 논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윤임 역시 큰 악이 있었는데도 소신은 아울러 논하지 못하였으니, 신에게 죄가 있지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또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분당되었을 때 소신을 소윤의 당이라 지목하였는데, 소신의 뜻은 동궁을 배반하고 주상에게 붙으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인종의 춘추가 이미 30이 넘었는데도 후사가 없어 당시 인심이 모두 주상을 꺼렸던 것입니다. 인종께서 불행하게 오래 살지 못하면 정통(正統)이 자연히 돌아갈 곳이 있는데 어찌 꺼릴 것이 있었겠습니까. 소신은 다만 이런 말만 했을 뿐 별달리 한 일이 어찌 마음을 다한 일이 있겠습니까. 소신은 지금 지위가 이미 극에 달하였으니 비록 녹공(錄功)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속히 명을 고치소서."
하니, 답하기를,
"바야흐로 김안로가 윤임과 결탁했을 때 나라 일이 위태로왔는데 경이 능히 제거했으니 그 공이 크다. 윤임의 죄는 그 당시 인종이 동궁으로 있었으니 치죄하지 못할 형세였다. 경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훈적에 추록하는 것도 전례가 있으니 사양하지 말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상께서 인심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처럼 추록하라는 명이 있었다. 그러나 인심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죄를 입고 공 없는 사람들이 녹공되었기 때문이다. 공을 추록하여 민심을 안정시키려 한다면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상께서 자전을 지성으로 봉양하시지만 한 가지 전례(典禮)가 빠졌습니다. 진풍정(進豐呈)의 일은 아조(我朝)에서 처음 실시한 것이 아니라 역대의 제왕(帝王)으로 지성껏 어버이를 섬기는 자라면 모두 행하였습니다.
근래에 농사가 풍년이 들지 않고 재변이 잇달았기 때문에 지금껏 4∼5년 동안 한번도 행하지 않았으니 인정(人情)과 천리(天理)에 맞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금년에는 비와 햇볕이 알맞았으니, 굶주리는 백성들은 스스로 힘써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이지 하늘이 흉년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추수가 멀지 않았고 추석이 이미 박두했으니, 자전께 아뢰어 행하소서. 조신(朝臣)들도 비록 늙은 어버이가 있더라도 상께서 행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감히 헌수(獻壽)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함께 우울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요즈음 나라에 화기(和氣)가 없어 사람들이 초췌하니, 만약 오랫동안 행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뜻으로 자주 자전께 아뢴다면 어찌 허락하지 않겠습니까. 신들이 이 일을 간절히 아뢰는 것은 상께 연락(宴樂)을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군이 효(孝)로써 나라를 다스린 연후에 본말이 분명해지는 것이니, 이는 왕정(王政) 가운데 큰 일입니다. 성종 때는 1년에 진풍정을 베푼 것이 혹 3∼4회에 이르렀고, 또 행하지 않은 해가 없었는데 어찌 모두 풍년이 들어서 그랬겠습니까. 청컨대 속히 힘써 따르시라는 뜻으로 전하여 아뢰신다면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어버이를 위하는 성대한 일을 오랫동안 폐하고 행하지 않으니 나 역시 미안하다. 여러 차례 자전께 청했는데도 매양 말씀하시기를 ‘근래 나라에 위태로운 일이 잇달아 두 대왕께서 승하한 후에 주석(柱石) 같은 대신이 잇달아 서거하였다. 지난해의 흉황은 근고에 없던 바로 백성들이 초췌하기가 이때보다 심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찌 편한 마음으로 잔치를 받겠는가.’ 하시니 나 역시 민망하다."
하였다. 홍언필 등이 또 아뢰기를,
"옛사람들이 순(舜) 임금을 대효(大孝)라고 일컬은 것은 지극한 정성으로 어버이를 섬긴 것을 말합니다. 옛날이라 해서 어찌 모두 재변이 없었겠습니까. 만약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고루 잘되기를 기다린 연후에 행한다면 행할 수 있는 때가 없을 것입니다. 큰 예(禮)를 오랫동안 폐하여 천리와 인정이 막혔으니, 한번 행한다면 비단 우러러 바라보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천심(天心) 역시 효성에 감동할 것입니다. 왕화(王化)를 하는 데 이보다 급한 일이 없습니다. 신들이 범연하게 생각하여 이처럼 계달하는 것이 아닌데 더욱 단호히 거절하기만 하시니 여러 차례 아뢰기가 황공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대신들이 다 모여 성심으로 계청하고, 나 역시 미안하다는 뜻을 자전께 아뢰었지만 매양 마음에 근심이 있어 잔치를 받을 겨를이 없다고 하시니, 나 역시 매우 민망하다."
하고, 자전이 전교하기를,
"경들이 와서 이렇게 아뢰고 주상 역시 간절하게 청하였다. 다만 재변이 자주 있고 오늘 또 지진의 변이 있으니 어찌 이런 때가 있겠는가. 연향이란 마음이 편안한 연후에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허락할 수 없다. 겨울이 지난 뒤에 임시로 작은 연회를 베풀고 세수(歲首)에 진풍정을 하고자 한다."
하였다. 대신들이 형조의 의옥(疑獄)인 사향(麝香)에 대한 공사(公事) 【사향은 학생(學生) 윤온(尹溫)의 비(婢)이다. 그의 남편인 양인(良人) 오좌미(吾佐美)의 집에서 죽었는데, 윤온이 그의 남편이 죽인 것이라고 정장(呈狀)한 것이다.】 로 의논하여 아뢰기를,
"사향이 죽었는데 상처가 없었습니다. 검시(檢屍)할 때 은비녀로 목구멍에다 시험하지 않고 먼저 항문에다 시험하였습니다. 검사관의 보고는 은비녀가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형조에서 가져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 이는 의옥인 것입니다. 그러나 신들이 감히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 상께서 재단하소서."
하니, 의옥으로 논하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8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609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사상-유학(儒學) / 역사-사학(史學) / 의약(醫藥)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領議政洪彦弼、豐城府院君 李芑、右議政黃憲、左贊成沈連源、右贊成尙震、右參贊金光準詣賓廳。 上以一封書, 下于大臣。 【其書曰: "常時予意以爲, 元勳大臣, 則必盡心國事矣。 頃日閔齊仁之事, 至爲寒心, 雖遠竄不足惜也。 但其本心無他, 故止削勳職, 而當此人心不定之時, 賞罰不可不分明。 黃憲、沈連源, 非徒盡心國事, 憲則往在丁酉, 有大功, 連源參鞫乙巳獄事, 追錄衛社功臣。 到今見之, 金明胤、安世遇, 亦於獄事有功, 竝錄何如?"】 仍傳曰: "近來國厄罔極。 兩大王賓天之後, 災變連仍, 元勳大臣, 相繼而逝。 國事至此, 罔知攸措。 朝廷之臣, 雖(不)〔欲〕 盡心, 然國事虛疎。 予有此意 【指封書。】 久矣, 卿等有故未進, 故以至于今。 卿意以爲何如?" 洪彦弼、李芑 【黃憲引嫌不參。】 啓曰: "考前例, 亦有追錄之時。 臣等之意, 亦如此, 上敎至當。" 黃憲啓曰: "主上嗣服之時, 小臣已爲平安監司, 因遭喪, 無絲毫可錄之功。 今命追錄, 物情豈不駭怪? 請速命改。" 答曰: "卿其適不在京, 故到今追錄。 若錄於其時, 當居一等矣。 重卿盡心國事, 故命錄之矣, 勿以爲未安。" 黃憲再啓曰: "自上以小臣, 有功於丁酉。 在丁酉年, 金安老締結尹任, 引宋 仁宗故事, 欲構禍於宮闈。 小臣始聞此言, 傳諸尹安仁。 其後臣爲大司諫, 論罪安老時, 以仁宗在東宮, 若使東宮危懼, 則甚不可, 故構禍之事, 專不敢言, 只論安老一己之惡。 非但此也。 尹任亦有大惡, 而小臣不得竝論, 臣則有罪, 何功之有? 且大、小尹分黨之時, 目小臣爲小尹之黨, 小臣之意, 非欲背東宮而附主上也。 但仁宗春秋已踰三十, 而無嗣, 一時人心, 皆忌憚主上。 仁宗不幸, 若不永年, 則正統自有所歸, 何以忌憚哉? 小臣只爲此言, 別無所爲, 亦何有盡心之事乎? 小臣今已位極, 雖不錄功, 敢不盡心? 請速命改。" 答曰: "方安老締結尹任之時, 國事岌岌, 而卿能除去, 其功大矣。 尹任之罪, 其時仁宗在東宮, 勢不得治之也。 卿有何過? 追錄勳籍, 亦有前例, 勿辭。"
【史臣曰: "自上諉以人心不定, 爲此追錄之擧。 人心之不定者, 正以被罪之非其罪, 錄功之非其功也。 欲行追錄而定之, 豈不誤哉?"】
洪彦弼、李芑、黃憲仍啓曰: "自上奉養慈殿, 出於至誠, 而有一闕典。 進豐呈之事, 非始設於我朝, 歷代帝王, 以至誠事親者, 無不行之。 近者年運不登, 災變連仍, 故今至四五年, 一不行之, 竊恐不合於人情天理也。 今年雨暘時若, 飢饉之民, 自不爲力農耳, 非天之不稔也。 秋成不遠, 而秋夕已迫, 請達于慈殿設行。 朝臣雖有老親者, 自上不行, 故不敢爲稱壽之事, 共抱悶鬱之情。 近者國無和氣, 物色憔悴, 若以久闕未安之意, 頻達于慈殿, 則豈不許之乎? 臣等惓惓至此者, 非以宴樂勸上也。 人君以孝理治國, 然後本末分明, 此乃王政之大事也。 成廟時, 一年之內, 設進豐呈者, 或至三四, 亦未有不行之歲, 豈皆豐年乎? 請速以勉從之意, 轉達幸甚。" 答曰: "爲親盛事, 久廢不行, 予亦未安。 屢請於慈殿, 而每敎曰: ‘近來國厄連緜, 兩大王賓天之後, 柱石大臣, 相繼殞逝。 前年凶荒, 近古所無, 民之憔悴, 未有甚於此時。 豈可安然受宴也?’ 予亦悶悶焉。" 彦弼等又啓曰: "古人稱舜爲大孝者, 至誠事親之謂也。 古時豈皆無災變乎? 若待天時人事齊一, 然後爲之, 則無可行之時矣。 久廢大禮, 天理人情, 甚爲壅閼, 一暫設行, 則非徒有係觀瞻之機, 天心亦感於誠孝矣。 王化所先, 莫急於此。 臣等非偶然計而啓達至此, 牢拒愈甚, 累啓惶恐。" 答曰: "大臣齊會, 誠心啓請, 予亦以未安之意, 達于慈殿, 而每敎以心懷憂愁, 不遑受宴, 予亦悶極。" 慈殿傳曰: "卿等來啓如此, 主上請之亦切。 但災變荐臻, 今日又有地震之變, 安有如此之時乎? 宴享之事, 安心然後可以爲之, 玆未能許之。 欲於冬節後, 暫行小宴, 歲首爲進豐呈也。" 大臣等以刑曹疑獄麝香公事 【麝香, 學生尹溫之婢也。 死於其夫良人吾佐美之家, 尹溫以其夫殺害呈狀。】 議啓曰: "麝香死無傷處。 檢屍之時, 銀釵不試於喉中, 先試於穀道。 檢屍官所報, 則銀釵變黑, 刑曹取來見之, 則不然云。 此乃疑獄也。 然臣等不敢擅便, 伏惟上裁。" 答曰: "論以疑獄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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